누가 무펠에게 책 좀 읽게 해주세요! 한림 저학년문고 15
사스키아 훌라 글, 우테 크라우제 그림, 유혜자 옮김 / 한림출판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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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같으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내용들을 이제는 조금은 수월하게 알아본다는 게 아마도 꾸준한 책읽기가 주는 자그마한 기쁨이리라. 예전같으면 이런 어린이 책을 보았다면 내가 전해줄 얘기는 단 몇 줄로 요약되었으리라.
 
 '책을 읽기 싫어하는 아이 - 주인공 무펠 - 에게 엄마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노력하여 드디어 책을 읽게 만든다는 이야기, 그러니까 어짜든동 열심히 노력하고 쪼우면 아이는 책을 읽게 될 거라는 그런 평범한 이야기'라고 이 책을 정리하였으리라. 그리고 이 부분이 이 책의 큰 얼개임은 변함없는 사실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제는 이런 작은 이야기에서도 나는 많은 이야기를 찾아 읽고 끌어내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책을 읽으며 먼저 느낀 부분은 '모자람'의 중요성이다. 주변에 널려있는 책들 속에서 오히려 책에대한 애정이 줄어듬을 주인공 무펠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딸, 13살짜리 랑딸도 그렇다고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집안에 있는 널부러져 있는 책이 3,000 여권에 이르고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책도 수 백권이 넘는다면, 그리고 눈만들면 책이 자신에게 덤벼들듯이 포진하고 있다면 주눅이 들어도 단단히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도 있는 것이리라. 반대로 나는 어릴 때 읽고 싶은 책을 못구해 책에대한 굶주림이 심하였다. 그래서 지금처럼 책 자체에 탐닉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관심'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을 기울여야만 책이든 뭐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무펠이 처음 읽는 책이 무엇이던가?  바로 자기 방에 설치한 수족관의 <열대어 기르기>라는 책인 것이다. 드디어 무펠도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또한 무펠에게 '관심'을 기울인 주변의 여러사람들, 특히 친구인 소피아의 관심이  무펠의 책읽기에 이르는 과정에 듬뿍 담겨있음을 안다. 하여 우리는 진심을 다해 다가서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알게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나눔'이다. 관심과 애정을 나눔을 넘어 물질을 나누는 것이다. 무펠이 소피아랑 책장을 나눠서 소피아에게는 없던 책장이 생기고 무펠에게는 열대어를 기를 수족관을 놓을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비워야 채운다는 말이 바로 여기에 딱 들어맞는 말이리라. 
 
 이 조그만 책을 통하여 나는 '모자람', '관심' 그리고 '나눔'의 이야기까지 만난다. 그런데 내 삶으로 돌아와 나를,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아직도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다시 알게된다. 넘쳐나서 널부러져 있는 책더미들, 그 속에서 랑딸이 책읽기를 바라는 것은 오히려 나의 욕심이리라. 좀 더 책을 읽으라 아이를 조르고 달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많이 정리하고 비워내고 나누어야만 자유로워질 수 있으리라. 아이도 나도 책 자체의 더미에서 해방되어야 진심으로 책을 즐기며  읽게 될 것이다.
 
 지난 해 부터 딸아이의 용돈을 독서와 연관하여서만 지급하고 있다. 확실히 읽었을 때, 그리고 독후감을 작성하여 내게 보여줄 때에만 용돈을 주고 있는데 아직 정착이 되지 않았다. 스스로 읽고 글쓰기를 즐길 수 있을 때까지는 이 제도(!)를 유지하리라 생각중이다. 근데 과연 랑딸은 중학생이 되어서도 아빠의 욕심에 따라줄까? 지금도 랑딸은 망설이며 가끔 책을 읽고, 더 가끔 독후감을 작성하는중인데…. 
 
 문득 다시 생각하고 반성한다. 어떤 것이든, 책을 읽거나 독후감을 작성하는 일들을 아이 혼자서만 해내기를 바랜 것이 아니던가? 하루에 단 1분이라도 같이 앉아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이 있었던가? 진심으로 아이가 읽고 쓰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함께'하는 시간들이 너무도 부족했다. 
 
 겨우 100쪽도 안되는 작은 그림책을 읽으며 내가 얻은 소중한 깨달음 몇가지를 적어보았다. 무척이나 즐겁고 유쾌한 책읽기였다. 그리고 조금은 더 아이랑 함께 하는 멋진 아빠가 되어가리라. 기다려라, 랑딸, 아빠가 간다.
 
 
2009. 6.7. 아침, 랑딸은 이틀째 300M 근처 외가에서 놀고 있습니다.^^*
 
들풀처럼
*2009-136-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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