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경제학
폴 크루그먼 지음, 안진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불황경제학은 공짜 점심이 있는 상황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공짜 점심에 손을 대는 방법만 알아내면 된다. 사용할 수 있는데도 사용하지 않는 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케인스의 세계(그리고 우리의 세계)에서 진정으로 부족한 것은 자원이 아니지 않은가. 심지어 미덕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이해다. (236)
 

 '공황은 없을 것이지만 불황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가야 할 것이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현 미국 정부의 경제정책에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폴 크루그먼 교수의 저서인 이 책을 단 몇 줄로 줄이자면 앞서의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넓게 열린 사고로 우리를 이끌어간다. 지난 1997년 아시아의 경제위기 분석과 처방에 대한 평가, 그리고 지금 다시 번져가는 세계경제의 불황에 대하여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설명과 설득을 병행한다. 그리고 그의 발걸음을 따라나선 길은 예상대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어차피 우리는 이 길을 가야할 것이다.

 

 



 
 
 패닉에 취약해진 부분적 이유는 금융시장을 개방했기 때문이다.  ~ 아시아 경제를 파멸로 이끈 것은 과거와 달리 달러로 빌린 새로운 채무였다. (126)
 
 그는 지난 1997년 아시아의 경제 위기를 이처럼 단언하듯 분석한다. '금융시장 개방'이 그 위기의 원인이라니…모르고 듣는 내겐 마치 폭탄 선언처럼 들린다. 게다가 당시 우리를 옥죄어오던 IMF의 처방들마저 틀린 것이었다니….정말 …쩝…이다.
 
 쉬운 부분부터 시작하자. 분명히 IMF가 잘못한 점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 IMF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한국의 상황에 개입하여 정부의 긴축재정을 서둘러 요구했다. 세수 증액과 지출 삭감을 통해 대규모 재정적자를 피하라는 것이었다. ~ 그런데 이 지침은 이중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지침을 따른 나라에선 곧 수요 감소로 인해 불황이  악화되었다. 반대로 지침을 따르지 않은 나라에선 사태가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이 됐다는 의심이 시장의 패닉 현상을 부채질했다. 

 둘째, IMF는 타격을 입은 경제에 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통화 및 재정 정책 훨씬 이상의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결국 IMF는 구제책 가운데 중요한 두 가지를 망쳐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이자율과 환율이었다. (149) 

 

 



 
 
 결국 '이자율과 환율'의 문제는 지금의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를 해석하는데에도 동원된다. 이 책은 과거 위기에서 그 원인을 분석해내고 그 원인들과 현재의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대비시켜가며 대안을 찾아나가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제시하는 경제위기 극복의 대안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신용경색완화와 소비지원'(228)이다.  수요를 진작시키려는 '명확한 해결책은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다.'(229)라는 그의 말은 경제시스템 전반에 대한 정부의 규제강화및 통제로 이어진다. 그리하여 그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까지 하는 것이다.
 
 내 생각은 자본재구성이 더 크고 광범위해야 하며, 정부의 입김도 결국 더 세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시적으로는 사실상 금융시스템의 상당부분이 완전한 국유화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야 한다. ~ 금융시스템을 구하기 위해 취하는 행동이 다소 '사회주의적'이라는 우려 때문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면, 이보다 더 나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231)
 
 최근에 만난 "다보스 포럼의 리포트"(<만화 다보스 리포트 1>)에서는 현재의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규제는 최소화되어야 한다는데 무게중심을 더 두고 있는데 지은이의 견해는 그와는 대척점에 있다. 주류 경제학 내에서도 같은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방식은 이만큼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1997년의 IMF 사태?를 겪은 한국인으로서 폴 크루그먼 교수의 견해에 동의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자본의 침탈 , 그러니까 금융자유화로 인한 자산 및 국부의 유출이 얼마나 많았던가? 헐 값에 팔아 웃돈 주고 다시 사 들이던 낯부끄러운 정책의 결과물들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시장 만능주의의 시대는 이제 저물었다. 미국 경제에만 의존하여 여러 나라의 경제가 좌지우지되던 날들도 저물고 있다. 이제 우리는 정말 다양한 방식들을 찾아 경제회복의 길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무한경쟁에 내팽겨쳐진 '빈부격차' - 소득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음이 얼마전에 보도되었다.- 나 '소득불균형'이 거리에서 울고 있다.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함을 여기서도 만나는데 지금의 정부는 그나마 앞선 정부에서 세워놓은 안전핀마저 뽑아버리고 있으니 앞으로 더 걱정된다.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절한 대처를 해나간다면 비록 길어진 불황일지라도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이 책을 통하여 만날 수 있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남은 기간동안 우리가 인내하고 겪어내야할 불활의 터널이 얼마나 길고 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이 터널에 끝이 있다는 답이라도 만난 것으로 오늘은 만족해야겠다. 책의 끝자락에 그가 다시 한 번 들려주는, 변하지않는 세계경제에 관한 진실을 들어본다. 그리고 나는 또 다시 길을 나서리라.
 
 세계의 번영을 막는 단 하나의 중요한 구조적 장애물은 인간의 정신을 교란시키는 낡은 원칙들뿐이라고 나는 믿는다. - 폴 크루그먼 (끝) (237)
 
 
2009. 6.7. 새벽,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그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들풀처럼
*2009-13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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