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리포트 1 - 만화
김규식 외 지음, 팽현준 그림 / 바우나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아직도 만화라면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그깟 만화로 무얼 배우고 깨달을 수 있단 말인가하며 일반 서적과 만화를 구분하는 오래되었지만 그른 관념들…. 아마 이 책도 그런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많이 놀라운 경험을 할 것이다. 딱딱하고 어려운 경제 지식을 이처럼 쉽고 친근하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만화라는 매체를 통하지 않고 가능할 수 있을까? 책을 다 읽고 나서 퍼뜩 드는 생각이다. 
 
 다보스 포럼은 1971년 '유럽경제심포지엄'이라는 이름으로 현 스위스 제네바대학 교수인 클라우스 슈밥교수가 만들었다. 
 다보스포럼의 정식 명칭은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이지. (13)
 

 쉽게 말하자면 있는 나라의 있는 분들끼리 모여 있어보이는 이야기들을 하고 그것을 잘 포장한 것이 세계 경제의 전망과 흐름을 짚어주는 '다보스 리포트'인 셈이다. 폐쇄성이 강한 만큼 일정 수준의 레벨에 오른 인물들만 모여서 토의하고 진행하는 고급스런, 수준있는 경제 회의니만큼 그 결과물들도 무시하기는 힘든 것들이다.

 

 



 
 
 '매일경제 지식부 기자의 세계경제보고서'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 [만화 다보스 리포트 - 세계경제 질서 재편, 봉대리의 성공 보고서①]는 제목처럼 직장인의 관점에서 현재의 위기상황에 대한 다보스 포럼의 이야기들을 만화로 쉽게 풀어놓은 교양만화이다. 주인공인 직장인 봉대리가 등장하여 학습과정을 따라가며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한 다보스 포럼 참석자들의 시각을 그대로 전달해준다. 그만큼 생생한 현장감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하여 먼저 '자본주의 위기가 초래한 세계질서 재편'의 현장에서 초강대국 미국의 독점적 지위하락과 다자주의의 부상을 목격한다. 현재진행형인 경제 현상들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더 눈에 수월하게 다가선다.  여러 장으로 나뉘어진 이야기들을 핵심만 간단히 요약하면 일국중심주의 - 특히, 미국의 독점적 경제 지위가 무너지고 부각되는 다자주의 속에서 '글로벌 협력 없이 경제회복도 없다'(103)는 평범한 진리이다.

 

 



 
 
 조지 소로스(소로스 펀드 회장), 스티브 포보스(포보스 미디어 회장), 누리엘 루비니(뉴욕대학 교수), 에드먼드 펠프스(컬럼비아 대학 교수), 조셉 스티클리츠(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등의 생생한 목소리와 인터뷰 등을 만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그리고 경제용어에 대한 부족한 점을 보충하도록 각 장의 뒤쪽에 더하여져 있는 '용어설명'들은 책을 읽어나가며 부족한 부분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준다. 다만, 끝부분에 이 모든 용어들을 아우르는 찾아보기가 있었다면 더욱 좋았으리라.
 

 경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주인공 봉대리의 설명도 일상생활과 어우러져 무리없이 읽히고 '봉대리 성공보고서!'에서 드러나는 지은이들의 현실인식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적당한 소비'(71)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거나 '규제 완화의 퇴보를 걱정'(156)하는 주장은 가진 자들의 시각을 대변하는 매일경제신문의 입장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규제 완화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선은 지켜나가야 된다'는 관점이 아니라 이번 금융위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축소시키는 듯한 걱정은 과잉염려로 보인다. 아마도 그런 관점이 "다보스 리포트"의 한계이리라. 그래서 이 책에는, 이 리포트에는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의 이야기는 일체 등장하지 않는 것이리라.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믿음은 이제 버릴 때도 되었건만 이 잘만든, 알찬 책 속에는 그 부분에 대한 깨달음이 축소되어 있다고 느끼는 건 내가 책을 잘못 이해한 까닭일까? 아니면 이제 ①권이니 뒤에 나올 연작에서 그런 쪽의 이야기들이 강조되는 것일까? 아무래도 내 생각엔 이 책의 지은이들의 소속사에 따른 시각과 "다보스 포럼" 자체의 한계가 이 책의 방향성을 어느 정도 이미 결정지은 것이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 책이 볼만한 가치가 없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정도의 시각, 주류경제학의 입장에서, 메이저 경제관련 주요 인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경청할만하다. 배움은 언제 어디서든 중요한 것이니까. 하여 나는 이 책의 다음 권을 기다린다. 최근 경제학 관련 집중 독서를 하면서 이처럼 접근성과 가독성이 좋은 책은 처음 만난다. 역시 만화가 주는 장점이다. 비 내리는 세계 경제의 위기 속에서 우리들의 우산을 펼쳐들기를 원한다면 이 책도 일독을 권해드린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솔까말' -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 경제는, 경제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여전히 어렵고 만만치 않다. 나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손놓고 마냥 흘려보낼 수는 없기에 여러 책을 뒤적인다. 그러한 학습의 과정 속에서 내가 인정하고 본받을만한 경제학을 보는 눈을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다시 길을 나서리라.
 
 
2009. 6.7. 새벽, 잠들지 못하는 밤이 늘어갑니다. 유월입니다.
 
들풀처럼
*2009-13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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