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
기타노 다케시 지음, 김영희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일본이라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기타노 다케시라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거침없이 뱉어낸 이 '위험한' 이야기들을 읽는 한국인의 한 사람인 나는 씁쓸하다. 때로는 진보주의자 같은 그의 견해에 동감을 표하다가 때로는 무지막지한 논리를 휘두르는 그의 이상한 일관성에서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징을 읽을 수 있다면 과잉해석에 해당될까?
 
 영화배우로서 감독으로서 뿜어내는 그의 에너지가 '나쁜남자'류에 가깝다는 사실과 눈치보지 않고 소신껏 일본의 거의 모든 분야에 직언을 쏟아내는 이 책의 이야기들은 서로 통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이야기들의 옳고그름은 오히려 부차적으로 밀려나고 이처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이라는 분위기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일본이라는 나라가 현재 우리네보다는 다소 선진국 - 개인의 자유!라는 측면에서-에 더 가깝다는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전쟁 때처럼 배급제를 실시하겠습니다. 물건이 넘쳐흘러, 무엇이든 금방 쓰고 버리는 사회는, 어딘가 미쳐 있는 게 분명합니다. 물건을 구입하는게 쉽지 않고 구매한 물건을 소중하게 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이들 교육에도 절대적으로 좋습니다. (53)
 
 맞는 말처럼 보이고 솔깃해지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예전에 우리네 앞세대분들의 삶에서 원없이 보아왔던 것으로 아마도 지은이가 자라면서도 그러하였으리라. 하지만 '배급제'라니.상상 속에서는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분명 불가능한 이야기아닌가. 이처럼 그럴듯하게 막힌 속을 건드려주는데 현실에서는 실현이 불가능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우리와 직접 관련된 이야기도 있다. 
 
 북한과의 국교회복에 왜 열심인지 궁금해하며 이권도 생기지 않는 일이라며 반대하는 그의 입장(32)에서 나는 그의 한계를 본다. 일본의 이권과 관련된 이들이 본다면 코웃음칠 정세인식이다. 북한과의 수교가 가져올 경제적인 이익같은 것은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지은이에게는 아직 이해가 되지 않나보다. 
 
 청소년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17세 부대'를 이야기하거나 '국회의원 자격시험'을 통한 3종 면허 제도의 도입, 오키나와의 독립 촉구, 아버지 권력의 강화에서 아이들의 방을 없애자는 이야기까지 그의 상상력과 거침없는 발언에는 성역이 없다. 이 점은 분명한 그의 매력이다. 실현가능성은 없어보이지만 이러한 창의적인 발상들이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것이리라.
 
 그리고 문득, 돌아보는 우리나라, 다름과 틀림의 차이조차 이제서야 인식하기 시작한 문화, 개인들의 의욕과 역량은 넘쳐나지만 아직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지는 못한 우리네 힘? 실력? 우리나라에서 이런 책을 펴내고도 무사할 엔터테이너가 있을까? 우리는 그런 사람을 그냥 무심한 듯 바라볼 수 있을까?
 
 그가 스스로 뽑은 "불행의 원흉 '20세기의 100人'"은 '세계50인 + 일본50인' 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대를 불행의 세기로 바라보는 지은이의 시각탓에 우리가 알고 있는 아인슈타인 같은 위인도 있지만 히틀러나 살인범같은 뜻밖의 범죄자들도 들어있다. 그는 이 모두를 이 시대의 상징,불행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의 영화만큼이나 격렬한 선택이다. 그래서 그의 글은 '위험하다'. 하지만 위험하지만 재미있고 우리가 즐길만한, 딱, 그만큼의 수준이다. 그냥 우리도 이런 엔터테이너가 한 명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런 생각을 하며 만난 책이다.
 
 
2009. 5. 24. 저녁, 결코 즐거울 수가 없는 시간입니다.
 
들풀처럼
*2009-128-05-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