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지 이야기]는 일본의 헤이안 시대 중기, 즉 11세기 초에 무라사키 시키부라는 궁녀가 쓴 54권으로 이루어진 장편소설로 ~ 3대에 걸쳐 70년 동안에 전개되는 이 방대한' ('역자의 글'에서) (262) 이야기를 만화로 만날 수 있다니…. 원작의 엄청난 분량과 이야기들이 만화로 어찌 전개될지 무척 궁금해진다. 게다가 나처럼 원작을 만나보지 못한 이들까지 끌어당기려면 상당한 매력을 뿜어내야만 하는 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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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장기! 연작 만화로는 아직도 연재중인 [맛의 달인]시리즈 - 100권이 넘어버렸다 - 와 국내에서 번역발행된 전권을 소장하며 읽고 또 읽는 [시마과장]시리즈 - '사원시마-주임-과장-부장-이사-상무-전무 - 를 만나고 있지만 이 책이 그만한 재미와 흥미로 독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 염려하며 만난 그 첫 권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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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넘기니 눈에 확 들어오는 그림이 낯설지가 않다. 어릴 적 주변의 여학생들이 보는 만화책을 많이 빌려보았던 내게는 익숙한 투의 그림들, 전형적인 '하이틴 로맨스물'같은 주인공들의 모습들이 익숙하게 다가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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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머니를 알지 못합니다. 가엾고 소녀와 같고… 투명할 듯이 아름다운 분이셨다고 합니다. 사랑을 위해서만 살고 그 생명을 끊은 것도 또한 사랑이었다…고 합니다.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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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머리부터 '사랑'이야기로 들어간다. 그리고 이 첫머리의 문장들이 [겐지 이야기]의 핵심이 된다. 어릴 적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새엄마에 대한 사랑으로 바뀌고, 이루지 못할 사랑으로 많은 여인들에게 허투루 연애질을 해대는 주인공, 황실의 핏줄, 겐지는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한마디로 '한량'이다. 하지만 그 시대의 풍겨와 어우러져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웃음을 머금고 진행되는 청춘의 헛발길질은 얄미울정도로 부드러운 그림체와 잘 어우러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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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역자의 글"과 이 작품의 작화가의 "인터뷰"가 뒷부분에 더하여져 낯선 이 이야기의 배경과 시대적인 설명을 보충하여주고 있다. [겐지 이야기]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없는 이들이라면 이 부분부터 먼저 읽고 작품으로 들어가는 것이 이 만화를 단지 '시대극+ 청춘 로맨스물'로 바라보지 않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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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변형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인 새엄마에 대한 사랑조차도 여기서는 추하거나 눈뜨고는 못볼 불륜같이 그려져있진 않지만 과연 모든 사랑은 다 아름다운 것인가라는 질문을 생각나게 한다. 주인공 겐지의 이 위험한 사랑은 이미 진행중인데 천년 전 이 시대는 이들의 사랑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디까지 끌어안을 것인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야기들을 남겨둔채 1권의 막은 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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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꽃그림 속을 따라가며 이야기는 계속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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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4. 저녁, 30여년 전 울며 보았던 "캔디"가 생각나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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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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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7-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