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지 이야기 1 - 아사키유메미시
야마토 와키 지음, 이길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겐지 이야기]는 일본의 헤이안 시대 중기, 즉 11세기 초에 무라사키 시키부라는 궁녀가 쓴 54권으로 이루어진 장편소설로 ~ 3대에 걸쳐 70년 동안에 전개되는 이 방대한' ('역자의 글'에서) (262) 이야기를 만화로 만날 수 있다니…. 원작의 엄청난 분량과 이야기들이 만화로 어찌 전개될지 무척 궁금해진다. 게다가 나처럼 원작을 만나보지 못한 이들까지 끌어당기려면 상당한 매력을 뿜어내야만 하는 데….
 
 개인적으로, 장기! 연작 만화로는 아직도 연재중인 [맛의 달인]시리즈 - 100권이 넘어버렸다 - 와 국내에서 번역발행된 전권을 소장하며  읽고 또 읽는 [시마과장]시리즈 - '사원시마-주임-과장-부장-이사-상무-전무 - 를 만나고 있지만 이 책이 그만한 재미와 흥미로 독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 염려하며 만난 그 첫 권이었다.
 
 첫 장을 넘기니 눈에 확 들어오는 그림이 낯설지가 않다. 어릴 적 주변의 여학생들이 보는 만화책을 많이 빌려보았던 내게는 익숙한 투의 그림들, 전형적인 '하이틴 로맨스물'같은 주인공들의 모습들이 익숙하게 다가온다.
 
 나는 어머니를 알지 못합니다.  가엾고 소녀와 같고… 투명할 듯이 아름다운 분이셨다고 합니다. 사랑을 위해서만 살고 그 생명을 끊은 것도 또한 사랑이었다…고 합니다. (4)
 
 첫머리부터 '사랑'이야기로 들어간다. 그리고 이 첫머리의 문장들이 [겐지 이야기]의 핵심이 된다. 어릴 적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새엄마에 대한 사랑으로 바뀌고, 이루지 못할 사랑으로 많은 여인들에게 허투루 연애질을 해대는 주인공, 황실의 핏줄, 겐지는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한마디로 '한량'이다. 하지만 그 시대의 풍겨와 어우러져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웃음을 머금고 진행되는 청춘의 헛발길질은 얄미울정도로 부드러운 그림체와 잘 어우러진다.
 
 게다가 "역자의 글"과  이 작품의 작화가의 "인터뷰"가 뒷부분에 더하여져 낯선 이 이야기의 배경과 시대적인 설명을 보충하여주고 있다. [겐지 이야기]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없는 이들이라면 이 부분부터 먼저 읽고 작품으로 들어가는 것이 이 만화를 단지 '시대극+ 청춘 로맨스물'로 바라보지 않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어쩌면 변형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인 새엄마에 대한 사랑조차도 여기서는 추하거나 눈뜨고는 못볼 불륜같이 그려져있진 않지만 과연 모든 사랑은 다 아름다운 것인가라는 질문을 생각나게 한다. 주인공 겐지의 이 위험한 사랑은 이미 진행중인데 천년 전 이 시대는 이들의 사랑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디까지 끌어안을 것인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야기들을 남겨둔채 1권의 막은 내린다. 
 
 그 꽃그림 속을 따라가며 이야기는 계속되는데…. 
 
 
2009. 4.4. 저녁, 30여년 전 울며 보았던 "캔디"가 생각나던….
 
들풀처럼
*2009-09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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