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미 문학과지성 시인선 320
문태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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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1970년,경북 김천産 , 이제 겨우! 서른대여섯의 나이에
이런 글들을 쓸 수 있다니…
스스로에게 부끄럽다는 생각이 치밀어 오르는 순간이다.
시인은 이 밖에도 이 두 시집으로 많은 상을 휩쓴 수상이력까지 보태었다.

여러사람들의 서평들을 보니 공통적인 것이 눈에 보인다.
''참된 서정성'',''서정시로서의 전형성 혹은 균질성'',''어렵지 않으면서
서정의 진정한 힘을'' 보여준다는 글들이다.

처음 "맨발"을 올해의 시로 접하였을 때 생각이 난다.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를 통하여 나의 맨발, 우리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글에서
왈칵 치미는 감정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엔 "가재미"다.
암투병중인 여인- 아내(?) 혹은 어머니인-을 통하여 바라보는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
''그 겨울 어느 날'' 결국 나는 울먹이며 시집을 잠시 덮을 수 밖에 없었다.
비슷하게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서 시작하여 이 순간
모든 아픈 이들에게까지 울림이 번져간다.
"가재미 3"에서야 ''그녀는 나로부터도 자유로이 빈집이 되었다''라고 그는 얘기한다.

비어있는,욕심부리지 않지만 모든 감정을 품어안는 ''극빈의 시학은 사물과 인간의
수평적 관계에 대한 사유와 만나며''''겸손한 서정성''(이광호)이라 불릴만 하며
''이 겸손한 시적 자아는 어떤 아름다움도 소유하려 들지 않는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느껴지는 것이리라.

시집을 고르는 기준은 여러가지지만 좋은 시집은 얼마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표현대로 시인의 수만큼도 시집이 팔리지 않는 시 과잉의 시대에
제대로된 시집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 여겨진다.

모처럼 서울까지 출장가서 아무런 이벤트도 없이 돌아오던 밤,
흔들리는 KTX에서 나는 흔들리지 않는 아름다운 서정을 만나 행복하였다.

思慕
-물의 안쪽
바퀴가 굴러간다고 할 수 밖에
어디로든 갈 것 같은 물렁물렁한 바퀴
무릎은 있으나 물의 몸에는 뼈가 없네 뼈가 없으니
물소리를 맛있게 먹을 때 이(齒)는 감추시게
물의 안쪽으로 걸어들어가네
미끌미끌한 물의 속살 속으로
물을 열고 들어가 물을 닫고
하나의 돌같이 내 몸이 젖네
귀도 눈도 만지는 손도 혀도 사라지네
물속까지 들어오는 여린 볕처럼 살다 갔으면
물비늘처럼 그대 눈빛에 잠시 어리다 갔으면
내가 예전에 한번도 만져보지 못했던
낮고 부드럽고 움직이는 고요

: 그래 그대 눈빛에 ''여린 볕처럼 살다 '',''잠시''라도 ''어리다 갔으면''
참 행복하리라, 비록 쓸쓸하여도…  

2006.12.27

[인상깊은구절]
물속까지 들어오는 여린 볕처럼 살다 갔으면
물비늘처럼 그대 눈빛에 잠시 어리다 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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