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어 사전
남경태 지음 / 들녘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예상했던대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분량이 많든 적든 형식이 어떠하든 적어도 ''사전''이라는 책을
한번에 다 읽고 리뷰한다는 것은…

그래도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정확한 개념을 잡을 수 있으랴 싶어
무턱대고 덤벼 보았다.

글쓴이는 자신의 정제된 생각을 뚜렷한 논지로 각 낱말마다
그 뜻을 잘 정리해놓았다.
개념어들은 책머리에 언급한대로 대부분 철학과 역사를 비롯한 인문학 용어들이었고
다행히 나도 인문학계통- 경영학과를 나온터라 개념어 자체들은 대부분 한번쯤은
들어본 말이고 상당수는 익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
- 여기서 알고 있다라 함은 4지선다로 나오면 가려낼 수 있을 정도라는 얘기다-

다 읽어보고 뒤늦게 깨달은 바이지만 처음부터 가나다순으로 보는 것이 아니었다.
책 맨 뒷장의 찾아보기를 펼쳐서 아래와 같이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개념어들은 각자의 관점에서 크게 세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번째,살아오면서 한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말들,
데우스 엑스 마키나,레세페르,아비튀스,아프리오리/아프스테리오리,타블라 라사 같은 말들이다.
(153개의 개념어중에 5개면 나의 개념어상식은 양호한 것일까?)
이러한 말은 사전에서 제일 먼저 찾아보아야 한다.
듣도보도 못한 말이 아직도 존재하다니…놀라움으로 접근하여 그 개념들을
빨아들여야 할 것이다.

두번째에는 한번쯤은 들어본 듯한데 무슨 뜻인지 정확히 감을 잡을 수 없던 말들,
디아스포라,미메시스,미장센,아니마/아니무스,오컴의 면도날,코기토,클리셰 같은 말들이다.
내게는 그 숫자가 많아서 한가지만 예를 들어 ''클리셰''를 보자.
개념어사전에 따르면 ''클리셰는 원래 서적을 인쇄할 때사용하는 연판을 가리키는프랑스어인데,
말 그대로 판에 박은 문구(너무도 당연한 말이기에 오히려 무의미하고 진부한 문구들)라는
뜻이다.영어의 스테레오타입(stereotype)과 어원이나 어미가 똑같다.문장보다는 주로 두세 개의
짧은 단어들로 이루어지는 문구가 클리셰의 주종이다.''
정확한 뜻을 단번에 잡아낼 수 있다.
''이슬처럼 영롱한 눈'',한라에서 백두까지''같은 표현들도 클리셰의 예로 나타나 있다.

세번째에는 - 여기가 중요한 데 -
평소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말들이 나머지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키치''(문화)라고 할 때 오늘날에는 일부러 어색하게 꾸민 패션이나 복고풍의 유행,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움을 지향하는 성향을 전반적으로 키치문화라고 부른다''
이 뜻이 전부인 줄 알고 있었다.하지만 키치란 원래 19세기말 독일에서 저급한 미술작품을
가리키는 뜻으로 사용된 용어로 돈만 있으면 누구나 미술작품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에서 ''싸구려''라는 뜻의 이 독일어가 활용되었음을 사전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결국 한번 읽고 묻어둘 책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사전처럼 책장 한켠에 두고 책을 읽으면서
정확한 개념이 필요한 말이 나올 때마다 찾아서 읽어 봄이 좋은 책이다.
그리고 반복되는 자본주의의 모순에 대한 글쓴이의 일관된 입장
- 생산의 사회성과 소유의 사적 모순에 관한 얘기-도 인문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나,
개념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려는 사람 모두에게 좋은 얘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자본주의의 자본을 낳고 늘려주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노동이다.
이것이 바로 마르크스가 밝혀낸 고유한 자본 증식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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