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통
장승욱 지음 / 박영률출판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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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수다,형

저도 서울근처에서 80년대를 보낸 85학번입니다.
하여 감히 ''장승팔''님을 형이라 부르며 얘기하렵니다.

형의 얘기를 듣다 보니 저 역시 형 못지 않은 술꾼이라
스스로 자처하던 날들이 부끄러워집니다.

아마도 한번쯤은 술자리에서 스쳤을지도 모르는 형의
화려한(!) 술자리와 그보다 더욱 찬란한 이야기에
그저 머리를 조아릴 뿐입니다.

술경험도 친구를 잃은 경험도 비슷한 부분이 있으나
이제는 다 느낌뿐일 뿐 형처럼 되새김질을 하지못한
나의 뇌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비술(秘術 : 비를 술로 바꾸는 방법)'',
''성취: 깨고(醒)취함(醉)을 되풀이하다보면 저절로 얻게 되는 것''
- 장승옥 어록 중에서…

몇자 되지 않는 말로 단번에 경지에 오르는 성취는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는 것이며 몸으로만 되새김질하며 나이들어갈 수록
취함이 잦아지는 소인배로서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한 경지입니다.

함께 하던 술벗들은 위장병으로 병원에가거나
나처럼 살이 찌거나 하는 정도의 술로는
- 이야기도 남아 있지 않은 술로서는 이런 얘기들을 엮어내지 못합니다.

''슬픈 날은 술퍼,술푼 날은 슬퍼''라는 시인의 얘기처럼
형의 이야기 속에는 웃음이 묻어나는 가운데서도
사라지지 않은 슬픔,비애같은 기운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겠지요,술을 사랑하는 - 술을 잘 마시는 것이 아니라 - 모든 이들의 가슴엔
스스로 어쩌지 못하는 슬픔이 출렁거려 늘 술과 함께 하는 것이겠지요.

저도 그 술과 함께 이십여년을 살아왔고 앞으로 또 그렇게 살아가겠지요.
하지만 이제는 좀 달라지렵니다.
몸으로만이 아닌 가슴으로도 되새김질 하여 조용히 우러나오는 술의 진액을
거기 담긴 사연들을 글로 남겨보렵니다.

뭐 ,그래봤자,승팔이 형 발끝에도 미치기 힘들겠지만 그것이 또
기쁜 맘으로 또 한번의 술을 먹게하는 까닭이 될 터이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하겠습니까?

이번 주말엔 올 여름에 못다녀온 휴가를 가려고 준비중입니다.
오늘 그 최종 목적지를 형의 고향인 강진으로 정하고 민박을 예약했습니다.

늦가을을 보내며 다산초당 근처에 가서 형이 얘기한 고향의 정취나
조금이라도 묻어올려고 말입니다.

장승팔 형님, 몇년안에 한 번 만나 소주 한잔 하입시다.

부산 후배가.  

2006. 11. 23

[인상깊은구절]
박중식 시인의 시 가운데 "슬픈 날은 술퍼,술푼 날은 슬퍼"라는
절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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