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만만치않은 젊은이 같으니라구…. 이 표현이 딱 중년의 내가, 이 앨범의 가수 '화나'에게 들려줄 이야기이다. FANATIC은 '광신자'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 접한 '화나'의 랩은 내겐 이름처럼 '화나'서 부르는 말처럼 정신없고 어지러웠다. 처음 며칠간은 이게 무슨 노래인가라고 고민할 정도였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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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느날, 마지막 겨울비이자 첫 봄비에 해당하는 비가 내리던 그날 아침 출근길에 나즈막이 읊조리는 그, 화나의 랩은 마치 익숙한 타령처럼 내게 다가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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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일은, 어쩌면 내일은, 어쩌면 내일은 내게도 날개가 돋겠지 ("누에고치"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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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는 처음에 느끼던 그 폭발적인 랩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모두 12곡이 담긴 음반의 가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마치 팝송처럼 귀에 익을 때까지 아침저녁으로 듣고 다녔는데 이제는 조금 알아듣는다. 그리고 오늘 인터넷을 뒤져뒤져 그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가서 가사를 받아보았다. 희미하던 노래의 뜻들이 조금은 이해가 더 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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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해하지는 마시라. 우리노래라고 꼭 100% 가사를 알아여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우리말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듯이 일부는 알아듣고 일부는 추측해가며 읊조리며 따라가는 그의 노래가 더 입에 와 감기는 것이다. 처음 만난 노래, 처음만난 가수임에도 낯설지가 않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힙합이라는 내가 선호하는 장르의 음악에 랩이라는 더 익숙한 부분이 곁드려져 있기때문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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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이에 따라서는 우습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시대에 랩이 쉬 받아들여지는 까닭을 나는 우리가락의 전통에서 찾는다. 우리 것을 한참 찾아다니던 무렵 혼자 즐겨듣던 '비나리'가락을 나는 우리 랩의 원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라고 낮은 음조로 주절거리듯 이어지며 부르던 그 가락은 아무리 돌이켜보아도 내겐 지금의 랩에서 만나는 '주절거림+읊조림+끝말 맞춤'까지 닮아있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하여 내겐 랩이 바다건너 머나먼 곳에서 왔다고 하더라도 우리 것, 우리 가락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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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들을땐 기존의 음악들보다 공격적이고 - 앨범의 그림처럼 - 폭발적인 느낌이지만 계속 듣다보면 익숙한 멜로디로 다가오는 랩, 비록 맑지는 않아도 락처럼 꺼글거리면서 귓가를 적당히 자극하는 읊조림이 좋은 음반, 화나틱, 한번 들어보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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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둘러싼 세상의 모든 것에서 골라낸 |
몇 가지의 신선한 재료가 내 도마에 올랐네. |
온갖 내용으로 토막 내고 맘대로 조합해, |
보다 새로운 맛의 Flow와 Track을 만들어볼까 해. |
온도는 적당해. |
열정이 달궈질 동안에 언어의 솥 안에 수많은 표현을 쏟아내. |
- ( "The Recipe of Lyrical Chemistry" 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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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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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7-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