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나 (Fana) 1집 - Fanatic
화나 (Fana)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이런 만만치않은 젊은이 같으니라구…. 이 표현이 딱 중년의 내가, 이 앨범의 가수 '화나'에게 들려줄 이야기이다. FANATIC은 '광신자'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 접한 '화나'의 랩은 내겐 이름처럼 '화나'서 부르는 말처럼 정신없고 어지러웠다. 처음 며칠간은 이게 무슨 노래인가라고 고민할 정도였으니….
 
 하지만 어느날, 마지막 겨울비이자 첫 봄비에 해당하는 비가 내리던 그날 아침 출근길에 나즈막이 읊조리는 그, 화나의 랩은 마치 익숙한 타령처럼 내게 다가왔다. 
 
 어쩌면 내일은,  어쩌면 내일은,  어쩌면 내일은  내게도 날개가 돋겠지 ("누에고치"에서)
 
 라고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는 처음에 느끼던 그 폭발적인 랩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모두 12곡이 담긴 음반의 가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마치 팝송처럼 귀에 익을 때까지 아침저녁으로 듣고 다녔는데 이제는 조금 알아듣는다. 그리고 오늘 인터넷을 뒤져뒤져 그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가서 가사를 받아보았다. 희미하던 노래의 뜻들이 조금은 이해가 더 되기도 한다. 
 
 하지만 오해하지는 마시라. 우리노래라고 꼭 100% 가사를 알아여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우리말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듯이 일부는 알아듣고 일부는 추측해가며 읊조리며 따라가는 그의 노래가 더 입에 와 감기는 것이다. 처음 만난 노래, 처음만난 가수임에도 낯설지가 않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힙합이라는 내가 선호하는 장르의 음악에 랩이라는 더 익숙한 부분이 곁드려져 있기때문이리라.
 
 듣는 이에 따라서는 우습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시대에 랩이 쉬 받아들여지는 까닭을 나는 우리가락의 전통에서 찾는다. 우리 것을 한참 찾아다니던 무렵 혼자 즐겨듣던 '비나리'가락을 나는 우리 랩의 원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라고 낮은 음조로 주절거리듯 이어지며 부르던 그 가락은 아무리 돌이켜보아도 내겐 지금의 랩에서 만나는 '주절거림+읊조림+끝말 맞춤'까지 닮아있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하여 내겐 랩이 바다건너 머나먼 곳에서 왔다고 하더라도 우리 것, 우리 가락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처음 들을땐 기존의 음악들보다 공격적이고 - 앨범의 그림처럼 - 폭발적인 느낌이지만 계속 듣다보면 익숙한 멜로디로 다가오는 랩, 비록 맑지는 않아도 락처럼 꺼글거리면서 귓가를 적당히 자극하는 읊조림이 좋은 음반, 화나틱, 한번 들어보시기를…..
 
나를 둘러싼 세상의 모든 것에서 골라낸
몇 가지의 신선한 재료가 내 도마에 올랐네.
온갖 내용으로 토막 내고 맘대로 조합해,
보다 새로운 맛의 Flow와 Track을 만들어볼까 해.
온도는 적당해.
열정이 달궈질 동안에 언어의 솥 안에 수많은 표현을 쏟아내.
 - ( "The Recipe of Lyrical Chemistry" 에서 )
 
 
들풀처럼
*2009-067-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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