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트 2 Medusa Collection 8
제프 롱 지음, 최필원 옮김 / 시작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지하세계속에서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배신과 음모, 암투, 그리고 칼부림이 일어난다. 지상과는 다른 점은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이 아닌 '사람 비슷한 무엇'이 있다는 것인데 지은이는 그들은 '헤이들'로 부른다. 이 헤이들의 특징과 인류 일반의 특징과의 유사성을 밝혀내는 연구 가운데 특이한 인물?이 등장하고 있으니 그가 바로 '사탄'이다.
 
 감히 역사속 '악마'의 뿌리인 '사탄'을 이처럼 과감히 책 속으로 불러와 실체를 보여줄만큼 지은이는 담대하다. 그리고 예의 그 악의 본성에 맞게 '사탄'으로 칭해지는 '악마'는 사람들의 몸을 옮겨가며 여러가지 엄청난 일들을 저지르는데 그 음모의 배경으로 제시되는 것이 '신'을 둘러싼 논쟁이다. 그런데 이 점은 한 번 생각해볼만하다. 지은이가 '사탄'으로 여겨지도록 끌고 다니는 '악' 혹은 '악마'의 존재가 사실이라면 그 반대편에 있다고 일컫어지는 '신'의 존재 역시 증명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악마'나 '사탄'의 존재를 믿는다는 사실은 '신'의 존재를 믿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며 그 역도 성립한다 할 것이다. 즉, 신이 이 땅의 유일신으로 존재한다면 악마도 그 대척점에 어떠한 모습으로든 있어야만 신의 완전성이 더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따라오다보면 우리는 결국 신학의 어지러움까지 따라가는 셈인데…요기까지만 얘기하자. 이 책은 신학책이 아니다.
 
 스포일러를 피하여 얘기하자면 결국에는 지하세계에 엄청난 재앙이 닥치고, 어쩌면 '악마'마저 종말을 맞이할 것만 같은데…역시 그렇게 끝나지는 않는다. 공포는 계속된다. '아이크'와 또 다른 주인공 '엘리'의 무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끝내 평범한 사람이었음이 드러나고, 비록 살아 남았지만 그들이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그리고 지하세계에 관한 이야기도 그렇게 잊혀져 갈 것이다. 
 
 단순히 공포를 극대화시켜서 읽는 재미만을 추구하였다면 이 책의 결말은 이처럼 모든게 사라져버린 세계로 끝나지는 않았으리라. 도대체 어떤 모험활극이 해피엔딩을 꿈꾸지 않겠는가? 결국 모든 것이 - 참, '악마'의 눈뜸을 제외하고- 잠들어버힌 지하세계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다. 오히려 그러지 않았다면, 모든 것이 잠들지 않고 아직도 진행중이라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고 있어야할지, 생각하면 끔찍하고 또 두려운 일이다. 
 
 하여 우리는 여정 속의 모험과 활극과 심지어는 괴물과의 사랑까지 너끈히 받아들이면서도 끝내는 지하세계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것이다. 언제 또 우리가 닫혀버린 그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세계는 지금도 들썩거리고 지하에선 어떤 일이든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넘쳐나는데…. 비록 두렵고 무서울지라도 그 세계가 있어 우리 세계가 견딜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기어코 그들은 사라진다. 그렇게 마무리되어야만 되는 줄 알면서도 허전하고 아쉬울 따름이다.
 
 超고대문명, 마야,아즈텍,잉카,올벡문명까지, 심지어는 오리온 자리의 전설까지 넘겨다보며 아우러다 찾아온 지하세계 이야기, 그립고 궁금한 옛사람들의 모습은 여기서도 끝내 묻혀져버리고 우리는 [인디아나 존스]가 되어 다른 뿌리를 찾아 떠나야만 하는 것이다.
 
 "원하는 게 뭐죠?" (엘리)   "뭘 원하느냐고요?"   ~   "세상, 삶, 당신……." (아이크)  ( 2권,60 )
*이 책을 영화로 만든다는데, 궁금하다? :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의 유쾌함과 명랑함을 좀 넣으려면 '전체 관람가'로 가야할 것인데, 그래서는 원작이 전해주는 묵시록적인 분위기와 지하세계의 공포 등이 실감나게 다가오기는 힘들 것이다. 어정쩡한 '15세 관람가'로도 안 될 것이고…. 흥행성이냐 작품성이냐를 놓고 고민을 많이 해야할 듯…. 물론 이 책의 팬으로서, 나는, 무조건 '19금 영화'를 지지한다. 그리고 벌써부터 기다린다. 그 공포, 그 두려움을....
 
2009. 3. 7. 새벽녘, 살아 있음을 고마워하는 ~
 
들풀처럼
*2009-06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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