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부의 탄생 - 미래 시장의 재편과 권력의 이동
모하메드 엘-에리언 지음, 손민중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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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움이 넘쳐나는 책이라고 이야기하면 나의 무지를 드러내는걸까? 만만치 않은 두께에, 만만치 않은 내용에, 수월치 않은 번역에, 더하여 부족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편집까지…  책을 덮고나니 떠오르는 생각은 '왜 이리 허겁지겁 책을 출간하였을까?'라는 물음이었다. 
 
 많은 고민 끝에 나는 절충적인 방법을 택하기로 결정하였다. 다시 말해 투자자와 정책입안자들, 연구자들 모두를 대상으로 글을 전개하였다. ( "독자들에게"에서 ) (10)
 
  시작부터가 잘 못 꿴 단추처럼 되어버린건 아닌지, 이해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법이 불가능하듯 시장에서 혼돈을 겪고 있는 투자자와 관련 부서의 정책입안자들, 그리고 연구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경우는 문제발생의 원인분석에 동의할 때에나 가능한 일이리라. 나머지는 결국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던가? 그나마 현재 세계 경제가 총체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하여 참으로 세세하고 꼼꼼하게 짚어주고 있음은 다행이라 할 수 있을 것이지만….
 
 하지만 그 때문에 이 책이, 세계 경제의 혼돈이 더 심화되거나 폭발하기전에 부랴부랴 번역되어 우리곁에 와야만 하였던 까닭인지도 모른다. 한 쪽 한 쪽 넘길 때마다 나타나 나의 모자람을 폭로하던 경영/경제의 전문용어들, 하지만 나중에라도 그 말들을 찾아보기 - 추가적인 설명은 기대도 하지 않고 - 위한 '색인'이나 '찾아보기'조차 없다. 어떤 분은 별도로 첨부되어 있는 폼나는 "2009 경영상식사전"CD를 이야기하며 그만하면 충분한 것 아니냐고 반박하시리라. 
 
 첨부된 CD에는 이름 그대로 "경영상식"에 해당하는 낱말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자세한 설명이PDF화일로 잘 들어 있다. 다만 그나마도 '가나다' 또는 'abc' 순서도 아니고, 물론 책의 내용과도 거의 관련이 없고, 도대체 어떤 뜻으로 단어들을 이렇게 흩뿌려 놓았는지 아득하다. 더하여 이 책의 내용에 등장하는 단어들은 PDF 파일을 띄워놓고 탭 위의 검색란에 입력하여 스무개 가량을 시험삼아 찾아 보았지만 하나도 없다. 결국 이 책에 등장하는 낱말들은 '상식' 수준 이상의 낱말이라는 것?... 허~ 참.
 
 한가지만 덧붙이자면 끝부분에 13쪽이나 첨부되어 있는 "참고문헌"은 원본을 그대로 옮겨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출간된 책이 하나도 없는 것인지 모두가 영어 제목 그대로다. 게다가 어느쪽에 어떤 부분의 참고문헌인지도 당연히 없다. 아쉽고 또 아쉽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당혹감은 나 스스로, 그래도 경영학과 출신이고 경영경제 서적을 전혀 만나보지 않은 것도 아니었기에 더욱 크게 다가왔으리라. 하여 지금 내가 쏟아내는 불평들의 대부분은 아마도 나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이 역시 착잡한 현실이다.
 
 투자자들은 투자기관의 주기적인 평가에 착수할 때 피터의 통찰력을 따라야 할 것이다. 위험이 도사린 여정에서 투자 관리자가 오만을 부리면 지나친 자만으로 앞에 놓이 난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 그로 인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위험 관리 능력의 향상" 에서) (343)
 
 위에 옮겨놓은 이야기 정도가 평범한 투자자일 수도 있는 내가 이해한 투자의 요령? 혹은 방법의 상세내역이다. 이 책의 주제에 해당할 '경제 체제의 변화에 대한 동력 파악과 원인규명, 그리고 그 극복'에 대한 완벽한 해법을 찾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이야기리라. 그래서 지은이는 "1장~5장" (~232)까지 이어지는 연구결과를 아래와 같이 - 모처럼! - 간결하게 표현하면서도 "6장~9장"(~358)으로 이어지는 '투자자/정책결정자와 국제기구/시장참여자'의 역할들을 아우르는 얘기를 선명하게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 세계 경제는 낡은 하부구조를 가진 상태로 이미 대규모의 세계적인 변혁의 길에 들어섰음을 알 수 있다. ( "과도기 국면의 이해와 전망"에서 ) (231)
 
 결국 우리는 지은이가 "9장"에 와서야 슬며시 꺼내놓는 '긴급성-중요도'메트릭스를 만나게 되는데 이는 '○○○○ 플래너'와 [소중한 것을 먼저하라]라는 책을 통하여 이미 널리 알려진 그래프이기도 하다. "중요하고 긴급한 일" 다음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이 아니라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임은 이제는 많이들 알고 계시리라. 지은이는 현재에는 '긴급하지 않은 것'으로 무시되는 사안들이 나중에 '중요한 일'이 되어 우리 '자신을 어떻게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하는가를 좌우하는 기준이 된다'(353)라고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지금의 소소한 일들,일어나고 있는 수만가지의 경제 현상들중에서 앞으로 '중요한 일'이 되는지를 알아내는 방법에 대한 '정답'은 없다. 이해당사자들 각각의 '통찰력'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많은 아쉬움이 넘쳐나는 책이지만 실물 투자를 하시는 분들이나 제대로 투자라는 개념과 관련한 공부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내게는, 내가 모자란다는 느낌을 많이 남겨주어서 아쉽다고 할 뿐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 기존의 아이디어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자라온 환경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어 기존의 관념은 머릿속 구석구석까지 뿌리 박혀 있다." ( '존 메이너드 케인즈' ) (90)
 
 
2009.1.2. 밤, "'케인즈' 선생님, 더 배우겠습니다…쩝…."
 
들풀처럼
*2009-02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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