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3 - 관도대전(官渡大戰)
장정일 글 / 김영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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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제가 아는 사람중에 제갈근諸葛瑾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지금 스물여섯살로 태산군승泰山郡承을 지낸 제갈규諸葛珪의 아들이며 자는 자유子瑜입니다. ~ 제갈근의 아우되는 제갈량諸葛亮도 장군과 거의 동년배로 형주에서는 많이 알려져 있는 인재입니다. 제갈근을 데려오면 나중에 덤으로 그 아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노숙'이 '손권'에게 ) (86) 
 
 드디어 '제갈량'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삼국지]를 가장 삼국지답게 만든 인물, 민간신앙에서는 신으로까지 받들어진다는, 제갈공명, 아마도 많은 이들이 [삼국지]를 두세 번 보는 까닭중에는 제갈공명이 뿜어내는 매력이 큰 몫을 하리라. 나 역시 그러하고…. 그런 그가 3권에서 드디어 이름 석자 등장하였다. 비록 그게 다이지만….  
 
 3권에서는 강동의 맹주이던 손책이 죽고 그의 아우 손권이 등장한다. 삼국지의 세 주역이 모두 출연한 것이다. 하지만 손권은 주유와 노숙의 도움으로 착실히 형세를 확장해가고 조조는 원소의 죽음까지 이끌어내며 천하의 대세로 자리잡는 동안 유비는 겨우 목숨을 부지하여 형주의 유표에 의탁하는 신세가 된다. 그리하여 천하삼분지대계의 밑바탕이 그려지는 것이다.
 
Ⅱ.
 어두운 하늘로
 흩어져가는 불꽃
 전진戰塵의 자취 위에
 젊음의 아우성이 들린다.
 핏빛 가득한 대지 위에 
 묻어버린 꿈과 사랑
 고향으로 가지 못하는 영령이
 겨울 바람을 타고 
 파도처럼 하늘로 오르내리며
 나를 부른다.
 누구라서 알 것인가
 치국治國의 푸른 꿈은 바래고 
 시詩의 가슴이 얼어붙고 있는 것을!
 말발굽 소리도 그치고
 진군의 북소리도 멈춘 밤
 영영 뜨지 않을 병사의 눈꺼풀 위에도
 새 아침은 오는가?
 어두운 하늘로
 흩어져가는 저 불꽃.
  ( '조조'가 참모 '가후' 앞에서 부른 노래) (293)
 
 길지만 옮겨본 이 노래는 인간 조조의 다른 면을 만나게 한다. 무고한 사람들을 태연히 죽이는 무모한 배짱에서 '죽어간 병사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을'(294) 위로하고 달래어 주는 인간적인 면모라니, 게다가 죽은 제자식보다 장수를 더 안타까워하던 모습들이 조조가 보여주는 숱한 명분없는 행동들에도 불구하고 그를 한 나라의 승상으로 지탱케하는 힘이리라.  이제는 가장 강력한 위협세력이던 원소와의 대전에서도 승리하고 원소마저 죽음으로 내몰았으니… 조금은 여유를 부려도 좋으련만 그는 결코 쉬지 않는다.
 
 그에게선 현장의 개혁과 혁신을 독려하는 성실한 지도자의 냄새가 언뜻 묻어난다. 정략적이지만 각지의 인재에 대한 그의 끝없는 투자와 맞물려 그는 일개 욕심덩어리 제후를 넘어서는 진정한 위인의 풍모마저 느끼게 한다. 이것이 조조라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아우라이리라.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사람의 뜻대로만 되던가? 
 
 세상의 일이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고, 별 노력을 하지 않아도 이루어지는 일이 있음을 이제야 알았다. ( '원소'의 참모 '전풍'이 옥에서 자결하기 전 사자에게 한 말 ) (299)
 
 초라한 형세에도 불구하고 유비 형제는 조자룡이 드디어 가세함으로서 4형제가 되어 이제 남은 한 사람을 만날 운과 때만을 기다리고 있으니, 조조의 그간 대운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룰 세상은 아직 머나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역사는 흘러가는 것이리라….
 
 
2009.1.12.새벽, 드디어 '공명孔明'을 만나는 순간이 눈앞에 다가오는~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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