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1 - 황건기의(黃巾起義)
장정일 글 / 김영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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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2009년 새해부터 [삼국지]라는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만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왜, 지금, 여기, 이 곳에서, 이 삼국지, 장정일의 삼국지를 만나는가?  아마도 그 답은 책 속에 있지 않으리라. 바쁜 시간을 쪼개어 찾아가는 약 이천년전의 다른나라 이야기를 통하여 내가 만나보고 듣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아마도 스스로 물어보는 그 '물음'의 절박함만큼에 해당하는 답을 나는 만날 수 있으리라.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처음만난 [삼국지]- 저자 吉川英治 / 역자 李人光 / 新潮社 (1972.9.15),전 5권중 3권만 보관중인 - 와 80년대 만났던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를 거쳐 몇 해전 보았던 황석영의 [삼국지] - 지은이 나관중 / 옮긴이 황석영 / 창비 (2003.7.10) - 까지가 내가 만난 [삼국지]의 전부이다. 또 한사람의 더 알려진 책이 있긴 하지만 나와는 연(緣)이 아니므로 아예 펼쳐들지 않았었다. 이 이야기를 늘어놓는 까닭은 얕은 읽기로 그나마 보았던 책들간의 '가로지르기', 비교 평가는 불가함을 미리 알려두려 함이다. 
 
 대신 이 상대적으로 가장 젊고 패기만만한 작가, 장정일의 [삼국지]를 읽어가며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를 생각하는 시간이 오히려 길었다면 과장일까?  이번에는 그냥, 재미로만 이 책을 읽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찾은, 그나마 건진 나의 질문은 이러하다. 10권동안 이어지는, 이미 결말과 대강의 흐름을 아는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내기란 어려운일임이 분명할지니 새롭게 내게 다가오는 인물들을 각 권에서 한 두사람 찾아서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보는 것, 특히 각 권에 새로이 등장하거나 각 권에서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인물들을 정리해두는 것, 이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능력범위 내의 일로 여겨진다.
 
 강조하건데 [삼국지]는 그것이 읽혀지는 시대와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 군상을 무한한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현재 진행형의 역사이다. 때문에 [삼국지]로부터 '역사적 교훈'을 추출하려고 애써야지, 안이한 번역처럼 그것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저자의 말"에서) (7)
 
Ⅱ.
 책을 읽지 않은 이들도 대략의 줄거리와 주요 등장인물들에 대하여 알고 있고 심지어는 좋아하고 싫어하는 인물들까지 벌써 정하여져 있는, 어쩌면 참으로 이상한 책이 바로 [삼국지]이다. 이 말은 뒤집으면 그만큼 이야기속의 인물들이 지금에도 우리 곁에 살아있는 캐릭터로 생생하게 다가온다는 말이 되겠다. 하여 우리는 그들을 통하여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비춰볼 수 있으리라. 특히 명멸하는 군주와 참모들의 역학관계는 오늘을 살아가는 '리더십'이라는 화두와도 적절히 배치될 수 있으리라.
 
 드디어 1권을 펼쳐들며 무언가 새로운, 지은이의 첫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에서 느꼈던 만큼이나 전복적이고 새로운 이야기들이 전개되기를 기대하였다. 하지만 농민저항세력인 '황건적(敵)'을 '황건군(軍)'으로 표현하고 중간중간에 "저자의 말"처럼 민중의 입장에서 바라본 이야기들이 간혹 등장하고 있지만 특별히 시선을 사로잡는 획기적인 해석이나 인물은 찾기 어려웠다. 가물거리는 기억으로 좋아하던 인물들이 등장하기만을 바라면서 따라간다.
 
 황건군의 등장과 몰락, 유비,관우,장비의 만남, 동탁의 등장과 죽음, 초선과 여포, 그리고 조조의 이야기까지 숨가쁘게 전란은 진행중이다. 그 속에서 나도 좋아하고 많은 이들이 역시, 왠지 좋아하는 [삼국지]의 또 다른 멋진! 주인공이 등장한다.
 
 말에서 떨어진 채 산비탈을 굴러내렸던 공손찬이 부딪치는 칼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소리나는 쪽을 쳐다보니 한 사람은 원소의 장수인 문추이고 또 한 사람은 낯선 장수였다. 누군가 자세히 살펴보니 장수는 나이 어린 소년으로 큰 키에 잘생긴 얼굴, 부리부리한 눈과 진한 눈썹을 가진 용장이었다. 소년 장군의 무예는 출중하여 ~~   "저는 상산常山(현 하북성) 땅에 사는 조운趙雲으로, 자는 자룡子龍이라 합니다. ~ " ~  "아, 상산의 조자룡! 그 이름을 기억해 두겠소. 참으로 고맙소이다. ~ "  (197) 
 
 조자룡은 공명과 관우에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인물답게 '출중하게' 나타난 것이다. 앞으로도 그의 활약을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1권에서 중요한 사건과 인물을 손꼽으라면 '손견'과 '동탁'이 될 것이다. 아마도 '강동의 호랑이' 손견이 요절하지 않았더라면 삼국지는 다시 씌어져야 했으리라. 그만큼 그의 죽음은 느닷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동탁 역시 어처구니 없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 역시 황제를 손에 쥐고 호령하던 그의 지위를 생각하면 참으로 허망한 죽음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의 죽음을 통하여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만나게 될 '관계'에 관한 중요성을 짚어볼 수 있다. 참모 또는 아랫사람의 충고나 진심어린 간언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고집이나 자존심을 세우는 '군주=리더'는 결국 무너지고 사라지고 만다는 사실은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리라. 죽고 사는 것은 비록 하늘의 뜻이라지만 그 뜻을 바꾸고 다른 길로 가게 하는 힘이 우리에게 있음을 알면서도 우리는 고집탓에,명분탓에, 혹은 약간의 이익탓에 그 사실을 망각하고 분수에 맞지않은 일들을 행하거나, 무리한 일들을 펼치는 것이다. 동탁이 초선을 여포에게 보내주었더라면 또 한 번 역사는 바뀌었으리라. 하지만 역사에 만약은 없는 법.
 
 가후는 벌써부터 자신의 전략이 수용되지 못하는 것이 걱정스러웠다. 군사 전략가에게 가장 중용한 것은 황제나 주군,총사령관의 절대적 신임이다. 그런데 정권이 자리를 잡기가 무섭게 자신의 말이 먹히지 않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었다. (286)
 
 하지만 '난세의 간웅' 조조는,  '생각과 의견이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조조는 일찍부터 간파하고 있었기'(297) 에 나머지 군벌,제후들이 보여주는 자만심이나 용렬함에서 빚어지는 참극을 피해나간다. 그의 곁에는 구름같이 인재들이 모여드는데 정통파! 주인공인 우리 유비 3형제는 아직 자신들의 근거지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였고 ~ ~  우리는 살아남은 이들을 따라 터벅터벅 발길을 돌려야 한다. 
 
 
2009.1.11. 저녁, '공명孔明'은 이름자락도 보이지 않는 ~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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