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살라 인디아 - 현직 외교관의 생생한 인도 보고서
김승호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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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다른 나라, 우리가 사는 곳이 아닌 다른 곳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면 으례히 여행서적을 떠올린다. [맛살라 인디아] 역시 그런 책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책을 들었다. 인도, 나날이 발전하면서도 옛것의 뿌리를 놓지 않는 혼돈과 영혼의 나라, 그 인도에 관한 이야기라면 표지의 소제목처럼 "현직 외교관의 생생한 인도 보고서"라는 말이 있을지라도 설레는 여행의 향기가 묻어날 줄 알았다.
 
 '남녀 간의 애절하면서도 격정적인 사랑, 악인에 대한 철저한 응징, 주인공이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해피엔딩 등'(53) 이 없더라도 그래도 인도 이야기인데, 무언가 숨어 있는 비밀스런 이야기가 들려올 줄 알았다. '맛살라'라는 말 자체가 얽히고 섥혀 맛을 내는 '인도의 향신료에서 나온 말'(5)이지 않은가?  그런데 없다. 이 책에는 내가 바라고 기대하던 아련하고 아릿하고 때로는 짜증나기까지하는 그런 진부하지만 매력적인 이야기는 없다. 다만 인도, 지금의 인도와 그 인도에서 살아가는 인도인과 우리들 삶의 모습만이 정직하게 드러날 뿐이다. 
 
Ⅱ.
 그래, 이 책은 뒷면 추천인들의 얘기처럼 '친절한 입문서', '충실한 안내자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 인도에 관한 교양 입문 도서이다. 이 단계를 거친다면 스스로 다른 이야기를 찾아나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충실한 길잡이 역할을 하는 '인도 입문 교과서'인 셈이다. 세계 경제체제에서 중국을 따라잡을 기세로 성장해나가며 IT분야에서 강국으로 이미 우뚝 선 인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이들이 굶주리고 신분제가 유지되는 기이한 큰 나라, 인도, 그런 인도에 관한 이야기들이 여러 분야에 걸쳐 차분한 논조로 다뤄지고 설명되어 있다. 인도에 여행차간다 할지라도 한 번은 만나보아야할 내용들로 차곡차곡 채워져 있는 것이다.
 
 하물며 업무상! 인도와 관련된 일을 하는 이들이나 인도 혹은 그 근처 나라들에서 생활을 해야하는 이국민들이라면 이 책만큼 간결하고도 적절하게 인도를 안내해주는 길잡이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으리라. 그만큼 잘  정리되고 소개되는 인도학 교과서이다.
 
 개인적으로는 인도와 관련한 겉저리 이야기들을 몇 번 접하였던지라 완전히 새롭거나 충격적인 내용들은 없었다. 하지만 현지에서 적응해가면서  성장해가는 우리네 기업들의 이야기라든지,노벨상 수상자가 많은 까닭, 인도의 세종대왕, 악바르 대제에 관한 이야기는 새로 만나는 것이라 무척 흥미로웠다. '인도인들의 풍부한 상상력,암기력,수학적 전통(69)'을 바탕으로 하여 뻗어나가는 인도의 저력을 이 책에서 확실하게 만난 것도 큰 자극이 된다.
 
 인도인의 장점으로 지은이가 소개한 여러가지중 눈에 쏙 들어오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팔이 여러 개 달린 시바상'이야기이다. '팔이 많은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문화인류학적으로 볼 때 이것은 서로 다른 문화들의 융합을 뜻한다.'(59) 어랏, 여기서도 '융합'이다. 인도라는 나라가 지금처럼 성장하는 배경에도 역시 '융합'이 있는 것이다. 최근의 트렌드이자 중요한 사항이 바로 '융합,'통합', 혼혈', '뒤섞음', 하여, '가로지르기'임은 이제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리라. 
 
Ⅲ.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227) 
 
 지금도 내 인생의 詩를 이야기하라면 줄줄이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 詩를 이 책에서 만날 줄이야, "바라나시, 그 적멸의 땅"에서 만나는 "생명의 서(書)"는 진정한 생명의 윤회를 믿고, 해탈을 갈망하는 인도인, 흰두교도들과 썩 잘 어울리는 듯 하다. '끝없는 윤회의 사슬에서 벗어나 완전한 소멸, 즉 해탈에 이르는(234)' 그 길, 그 길에 나도 함께 서고 싶어진다.
 
 너무도 많은 이야기가, 다방면에 걸쳐 펼쳐지는 이 책에서 우리는 각자가 원하는 바를 적어도 한 가지씩은 건져갈 수 있으리라. 이만하면 충분하다. 인도라는 바다가 한 가지만 던져주고 말 바다가 아니기에 차근차근 하나씩 알아가며 만나가며 우리는 그 바다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맛살라'라는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말과 함께….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대에 빛나던 등촉의 하나인 코리아 / 그 등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 타고르, "동방의 등불"에서 ) (201)
 
 

2009.1.10. 새벽, 모처럼 제대로 추운 이 겨울도

                                           지나가면 봄이 오겠지요.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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