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잘해서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길 발도로프와 한의학이 만난 학교 1
이양호 지음 / 글숲산책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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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는 한 잔 술에 취하고 / 하루는 사랑으로 취한다 / 가진 것 상관없이 이세상 / 늘 웃으면서 살고 싶은 나니까  - 김건모의 노래 <한량>에서
 
 선배, 세상살이가 보통 사람들이 '선비'로 살아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나 봅니다. 오늘밤, 저녁 아홉시 뉴스를 통하여 흘러나오는 국회의 역동적인 난장판을 보면서 다시 울컥하는 마음을 억누르기 정말 힘이 듭니다. 그래요, 알다시피 저는 386입니다. 1966년에 태어나 1985년 대학입학하여 1986년 건대항쟁, 1987년 6월 항쟁, 1988년 통일투쟁의 한복판에서 젊음을 당당하게 보내고 1989년 2월 졸업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듯이 모든 일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와 숨은 듯,죽은 듯 살아가는, 정말 '가장 보통의 존재'- <언니네 이발관>의 음반제목이기도 합니다만 - 인, 이름그대로의 386입니다. 
 
 그렇습니다. 잘 한 것도 있고 못한 것도 있겠지요. 그만큼 부끄러워하기도, 돌이켜 후회도 하곤 하지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은 놓을 수가 없습니다. 이럴 때마다 저는 제 오랜 벗, '술'과 함께 다른 세상으로 떠납니다. '선비'의 눈길에서 벗어나 '한량'의 자유로움으로 도피하는 것이지요. 얼마전 업무상 출장길에도 [공부를 잘해서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길]이라는 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이제는 좀 달라져야한다고, 21세기의 첨단을 논하는 세기에 19세기보다 못한 정치가, 우리들의 정치의식이, 한겨레의 앞날을 짓누르고 있는 이 꼴을, 아이들에게는 물려주지 않기위하여, 다른 길, 다른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길을 헤매입니다.
 
 물론 '이 때, 이땅에서, 살고 있는 이 삶'(12)을 어떻게 잘 이루고 누려 내는지는 순전한 우리들 자신의 몫이겠지요. 그 길에 이 책에서처럼 희망의 빛도 만나보는 것이고 다 사라졌으면 좋을 그런 꼴도 보며 지나가는 것이겠지요. 선배, 오늘따라 선배가 더욱 그립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던 저희를 이끌고 사람사는 세상이 어떠해야함을,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할, 아니,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살아내야할 그들의 나라는 달라질 수 있음을 믿었던 그 날들이 그립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해야할 교육은, 삶의 둘레와 복판에 놓인 또는 있어야 할 길들을 찾을 수 있는 눈을 뜨게 해주고, 그 길들이 서로 이어져 있음을 깨달을 수 있는 마음을 열어주는 것이어야 '(49)함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무심히 보내온 시간들이 허망합니다. 제 딸아이 나이 벌써 열두살, 내년이면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올해는 아빠랑 친구들과 '촛불집회'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만큼 자랐답니다. 과연 이 녀석이 '넘침이나 모자람 그리고 생뚱맞게 튀는 것은 그 생명체를 아름답지 못하게 한다는 것도 깨달을'(160) 수 있을만큼 자랐는지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나온 10여년을 못마땅한 현실을 핑계로 '선비'에서 '한량'사이의 길을 오가며 떠다녔기에 아이의 기억속에 어린날 아빠랑 함께한 시간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뒤늦게 돌아와 아이 앞에 선 참한 아빠가 되었지만, 마치 지난 겨울 딱 오늘밤처럼 돌아선 마음은 움직이지 않고 엄청난 재앙을 부르고 마는 결과를 볼 수도 있었을 겁니다. 선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는 그 갈림길에서 '한량'스러움을 떨치고 '선비'의 길로 내달린 점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하루 아침에 그 핑계대고 머뭇거리는 습관이 다 사라지겠습니까만은 지난 두어해 스스로 생각하여도 참 어지간하게 잘 견뎌왔습니다.
 
 1년전 이 날 밤, 저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술 한 잔 입에 대지 않고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이렇게 가다가는 그나마 일궈놓은것조차 다 무너져버린다고 스스로를 다 잡으며 '술'이 아닌 '책'속으로 달렸습니다. 그리고 1년이 흘렀습니다. 바깥 세상은 9시 뉴스처럼 더 난장판이 되어가지만 저는, 제가 바라보는 이 세상은 아직 희망이 살아 숨쉽니다. [공부를 잘해서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길]을 다시 생각이라도 할 수 있는 지금이 그 충분한 반증이 될 것입니다. 올 한 해, 힘들었지만 우리는 버팅겨내었습니다. 다가오는 한 해에는 더 강건한 발자국으로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선배, 날이 많이 차가워졌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다시 만날 날까지 건필하십시오.
 
 
2008.12.18. 오늘밤은 '술'도 '눈물'도 거절합니다.
 
들풀처럼
*2007년 12월 18일은 아시다시피 "제 17대 대통령 선거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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