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 1
정재영 지음 / 풀빛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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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적으로 우리는 모든 철학 책을 다 읽을 수 없다. 또 그럴 필요도 없다. 따라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철학을 찾아나서야 한다. 때로는 [신학대전]처럼 난해한 책을 꼭 읽어야 할 때도 있다. 이때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럴수도 없다. 내가 가진 질문에 응답하는 대목만 찾으면 된다. (486)   
 
  이 책을 줄이고 줄여서 지은이가 하고픈 말을 고른다면 위의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으리라. 두 권의 책, 비록 사진과 자료가 넉넉히 첨부되어 있지만 그래도 500여쪽에 이르는 철학책!이 이처럼 쉬 읽히다니…. 물론 쉽게 읽히는 책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읽는이의 접근을 수월하게 하여 더 많은 이들이 책에 달라붙어 자양분을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에 이 책이 갖는 장점중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지은이는 유럽의 여러 도시를 '가로지르며', 철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를 철학의 세계로 이끌어간다. 그런데 늘 보아오던 시대순으로 나열된 지식도 아니고 여행기처럼 일관되게 목적지를 정하여 쭈욱 따라가는 것도 아니다. 유럽의 12도시를 '가로지르며' 지은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철학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듣기에 어렵지가 않다. 그리고 그가 강조하고 주장하는 '동사형 철학'도 마음에 든다. 멈춰 서있는, 책 속에 요약된 문구로 존재하는 '명사형 철학'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우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중요성에 대한 지은이의 이야기는 암울해져가는 요즘의 정세에도 딱 들어맞는 화두이다. 
 
 철학이란 '스스로 생각하는 것'임을 깨닫고 '자신의 질문을 간단하고 명료하게 정리하'(486)여 물음을 던지고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속에 나만의, 우리만의 생각이 펼쳐질 것이다. 이 책은 그 '생각의 역사'를 철학사와 도시를 '가로지르며', '넘나들며' 펼쳐보이는 재미있는 철학 이야기이다.  하여 청소년들이 만나보아도 좋을 듯하다. 
 
 모든 철학은 상식에서 출발한다. 어디 철학뿐이겠는가? 모든 학문의 생명력은 상식에서 나온다. (56)
 
 지은이가 여러 번 강조하는 상식에서 출발하는 철학은 어떠해야할까? 우리가 처한 상황을 그대로 바라보고 분석할 수 있는 힘을 얻으려면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 걸까? 그냥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똑.바.로. 바라보려면 어떻게 하여야만 하는걸까?  
 
 세계는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계없이 존재한다. 우리가 한반도를 중심에 놓고 세계를 바라보든, 남북을 물구나무서기시켜 바라보든 그것은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의 문제지, 세계는 하나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모든 사물이 그렇다.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든, 그것을 제대로 인식하든 또는 그릇되게 인식하든,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인식문제다. 그 사물은 달라진게 아무것도 없다. (111)
 
 인용이 길어졌지만 이 뻔한 이야기가 지은이가 강조하는 '실재 reality'(111)인 것이다. 그는 스스로를 '리얼리스트'라고 말한다. 위의 관점에서 나도 그의 의견에 공감한다. 우리가 '리얼리스트'가 되지 않는다면 '실재'하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분석해낼 수 있을 것인가?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듯보여도 그대로 존재하고있는 이 세상, 그에 대한 분석은 '있음'을 정확히 인지하고 난 뒤의 일인 것이다. 하여 '실재'라는 뜻을 명확히 깨닫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 되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생각의 결과물들은 어렴풋이나마 만나보고 알고 있다고 생각하였지만 실제 여행을 다니며 지은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완전히 새로운 느낌이다. 이 역시 '실재'하는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방법과 앞으로의 대응까지 달라진다는 사례에 해당될 것이다. 
 
 그런데 '비엔나'에서 출발하여 '1968년의 파리'를 거쳐 마지막에 다다르는 '기원전의 아테네'와 '고대로마'까지, 지은이와 함께 12도시를 넘나들며 '생각의 역사'도 함께 만나보는 시간들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왜냐면, 이 책을 따라 스스로의 질문을 키워나오다보니 문득,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철학은 무엇? 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은 아마도 '소크라테스식 생각하기'(419)가 일러주는 바에 있으리라. '결과'가 아니라 생각의 '과정'을 중요시하고 묻고 또 묻고하여 나만의, '지금', '여기', '우리'만의, 질문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 그 속에 우리가 찾는 철학, 우리가 필요로하는 그 무엇이 있을 것이다. 어느 한 쪽에 절대적으로 매몰되지 않고 철학과 역사를 종횡무진, 상하좌우로 '가로지르는' 그 속에 우리의 길이 열리리라. 
 
 
2008.12.7. 밤, 생각의 경계를 넘어 오늘도 '가로지르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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