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별의 집 - 엄마가 쓴 열두 달 야영 일기
김선미 지음 / 마고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먼저 이 책의 편집에 대하여 이야기하고프다. 흘려선 제목[바람], 두 글자가 주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부터 시작하여 책을 펼치니 가벼운 속지-일상적인-에 컬러 사진들이 일정한 틀없이 필요한 구석구석에서 이야기 속으로 튀어나오는데 지은이가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도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요즘 쏟아져나오는 사진이 포함된 여행記들은 속지가 번들거리거나 그렇지 아니하더라도 조금은 고급스러운 종이를 사용하여 잠깐 보기에는 좋지만 눈에는 꽤많은 부담을 주는데 이 책의 사진들은 그냥 글 속에서 같이 자리잡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더 좋다. 책의 내용은 다음 문제이고 들어가며 벌써 많은 호감을 얻고 시작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 책, 한 부부가 두 딸을 데리고 한 달에 한 번씩,일년 동안, 우리나라의 구석구석을 찾아가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건만 거기다 더하여 야영이라니…시작부터, 평범하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나같은 아빠들의 기를 팍 꺾어놓는게 아닌가? 게다가 뭔 야영을 이리도 알차게 잘 하고 더하여 글까지 맛갈나게 쓴단 말인가? 다시 "챗,챗,챗!", 시새움의 화살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우리는 언제쯤 야영이란걸 해보았던지? 참으로 아득하고 까마득하다. 지난 추억을 헤작거리니 결혼 전 아내랑 둘이서 지리산,가야산 등을 여름휴가로 배낭과 텐트를 메고 다녀온지 벌써 15,6년이 지나버렸다. 그리곤 배낭을 둘러맨 여행이 한 두 해 이어지다가 아이가 태어난 10여년 전부터는 무조건 차량과 함께 정해진 숙소에서 보낸 나들이였다. 15년이면 꽤 먼 시간들이다. 약 10년 가까이 산에 줄기차게 들락거리던 시간들이 내게도 있었건만 어찌된 일일까?  점점 나는 산에서 멀어지며 자연 속에서도 멀어진 것이 아니던가? 돌아보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이 살아온 나날들이라는 생각이 퍼뜩 든다.
 
 여행은 단순히 '어디를 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가느냐'부터 시작된다고 (289)
 
 그래,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가느냐가 어디를 가느냐 보다 중요한 일임을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핑계로 술 마시고 허청이다 돌아오던 밤길들은 혼자만의 여행도 못되는 단순한 도피가 아니었던가?  두어해 전부터 가족들이랑 1년에 1박2일이라도 다녀오는 나들이마저 없었다면  정말 내 삶은 '살아도 사는게 아니' 었을게다. 그나마 다행이다.
 
 이 책을 읽는 고마움과 반가움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출발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글을 읽으며 지은이가 보여주는 넉넉한 관점의 얘기를 만나는 것이다. 때론 신선하고 넓은 시각의 새로운 감흥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예를 들면 아래의 글들에서 만날 수 있는 그런 느낌들 말이다.
 
 아름다움 그 너머를 보는 일은 조금 더 자란 뒤에도 충분하다. 아이들의 추억 속에는 꽃길을 함께 걷던, 들뜬 마음만 남아 있으면 된다. 그리고 훗날 그 기억을 더듬어, 길에서 역사를 배우고 새로운 가치를 읽어내는 일은 스스로의 몫으로 남겨두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71)
 
 어떠한 교육방법과 학교를 선택하든, 아이들이 걷게 되는 길은 결국 부모들의 삶의 반영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르면서도 같은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배워가고 있었다. (154)
 
  나 역시 지은이의 관점에 동의하기에 그네 가족과 함께 걷는 길이 즐거웠다. 곁에 있는 5학년 딸에게 '야영'이란 걸 얘기해보니 뜻밖에 좋다고 한다. 우리도 준비하여 더 늦기 전에 좋은 날을 찾아 나서 보아야겠다. 하여 지은이의 멋들어진 표현처럼 '별마저 삼켜버린 미궁 같'은 '순댓국처럼 검고 진한 밤하늘'(303)을 함께 느껴보리라. 바람 부는 봄날에는 가능하도록 차근차근 준비하리라.
 
 "벚꽃이 필 때면 / 나는 아팠다 / 견디기 위해 / 도취했다 / 피안에서 이쪽으로 터져 나온 꽃들이 / 수은등을 받고 있을 때 그 아래에선 / 어떤 죄악도 아름다워 / 아무나 붙잡고 입 맞추고 싶고 / 깬 소주병으로 긋고 싶은 봄밤이었다" 황지우의 시 <수은등 아래 벚꽃>이다. (73)
 
 

2008.11.15. 밤,

그 풍경 속에 내가 서 있던 날도 있었으리 ~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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