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고 여린 부러진 백양나무 가지가 주인공인 동화? 소설? 그냥 '우리 이야기'. 지은이는? 김주영. 그냥 무언가 작품 하나가 나올 듯 하였고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좋은 이야기가 곁에 다가왔다. 무엇보다 더 좋은 것은 '그림소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림이 너무 아름답고 잘 어울린다는, 그림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책이다. |
| |
| 아련하고 아득한 필체의 그림과 빛깔들이 이야기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똥친 막대기'가 되었다가 결국엔 자신의 자리를 잡아가는 '부러진 백양나무 가지'의 목소리로 제대로 내 귀에 들려온다. 그리고 그 속에 언뜻언뜻 묻어나는 삶의 지혜가 베어있는, 잠언같은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이 없었어도 좋았겠지만 덕분에 책은 그냥 '그림소설'에서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읽어도 좋은, 읽어야만 할, 그런 작품으로 거듭난다. 글과 그림의 완벽한 조화, '똥친 막대기'였던 주인공 - 나무가지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같이 단단하게 여물어감을 느낄 수 있다. |
| |
| 분수에 넘치는 욕심은 나를 더욱 지치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물결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 상책이었습니다. (153) |
| |
| 예전에는 만나보지 못하던 우리 이야기, 새로운 형식이라 여기는 것은 나뿐일까? 조분조분 들려주는 '막대기'의 독백 속에 우리는 정겨운 시골 풍경과 한 가정의 행복한 삶의 모습을 만나게 되는데 이 모습은 얼마전 우리가 자라오며 직접 경험해오던 바로 그 추억들이 아니던가 - 물론 40대 이상쯤에 해당되는 이야기겠지만 - 혹, 젊은 친구들은 잘 모르는 이야기일지라도 드라마나 비슷한 시절의 이야기를 통하여 만나보았슴직한 풍경들이다. 그리고 그 풍경들이 정겨운 그림으로 눈앞에 다가오니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겠는가? |
| |
| 어린 가지로 있을 때, 내 어미나무는 땅속 깊은 곳으로부터 빨아올린 자양분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나에게 공급해 주었습니다. 딱하게도 나는 그것을 당연한 줄로만 알았지 은혜인 줄은 몰랐습니다. 나는 이제야 어미나무의 희생적인 보살핌을 떠올리며 한없이 눈물짓는 딱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65) |
| |
| 이 책에서 일찌감치 등장하며 나의 가슴을 사로잡은 이야기는 바로 위의 이야기이다. 어미나무와 어린 가지의 이야기는 결국 다들 자라며 느낀, 에미에비가 되어봐야 어버이의 삶을 이해한다는 평범하지만 진실인 이 내용이다. 나, 역시 '딱하게도 그것을 당연한 줄로만 알았'었고 지금 내 곁에 어머니는 계시지 않는다. 세상 사는 일이 그런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만 우리는 또 자라나리니 조금 더 돌아보고 둘러보고 행복하게 살아야하리라. 이야기속 박씨네 가족처럼…. |
| |
| 얇고 작은 책이지만 따듯한 이야기로 하루밤을 충분히 밝혀주는 책, 만나서 반갑고 고마운 책, 아직 모르시는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
| |
| |
2008.10.15.
'외로움을 사르며 자라나는 나무는 튼튼합니다.'(164)
|
| |
| 들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