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교와 만나다
유응오 지음 / 아름다운인연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네가 있으므로 내가 있고, 내가 있으므로 네가 있다, 이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사랑도 그러하다 ( "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에서 ) (184) 
 

 지난 일요일 낮 EBS TV 에서 [빌리 엘리어트]란 영화를 보았다. 시위와 억압이 이어지는 탄광촌에서 강성 노조원인 아버지와 형을 뒤로하고 발레에 빠진, 주인공 스스로의 말을 빌리자면 "발레에 감전된" 빌리 엘리어트의 이야기는 꿈을 꾸고 나아가는 그 과정이 왜 필요하고 그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군더더기 없이 잘 보여주었다. 물론 영화관에서 제대로 된 화면과 음향으로 만났다면 그 감동은 더하였으리라. 하여 "나쁜 영화는 없다.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빌리 엘리어트] 거리에서 춤추는 장면, TV화면을 찍다.
 
  이 책을 만나고서는 좋은 영화는 좋은 인도자가 있다면 더 좋아질 수 있음을 알았다. 처음 만나는 지은이에, 처음 접하는 불교 이야기들이 넘쳐나지만 이토록 부드럽게 영화이야기가 전개되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하였다. 글을 따라 가는동안 간략하게 정리된 영화속에서도 나는 그 영화속의 주인공이 되었다가 관객이 되었다가 하며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부드러운 이야기들, 하지만 그냥 훑고 지나가기에는 아련한, 그런 풍경들이 이 책 속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지은이가 들려주는 영화이야기는 책제목처럼 불교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부차적이다. 물론 이야기의 매듭마다 불교 사상과의 연결로 이어지지만 그 상태로 두고 바라보면 그만인 것이고 그보다는 지은이가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에 흠씬 젖어들었다. 간략하게 요약하여 언급하지만 영화의 핵심을 짚어주다보니 미처 만나보지 못한 영화들도 눈앞에서 그 알짜를 만나는 듯한 느낌이다. 최근에 책을 읽는답시고 영화보기를 등한시 하였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영화의 바다"에 빠져들어야할 것 같다.
 
 ~ 오락실에서 중학생을 협박해 돈을 뜯는 강재의 모습은 그야말로 삼류다. 누구라도 무시할 만하다. 그런 강재를 파이란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한다. 영화 <파이란>은 지극히 낮은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이자 죽은 자와 산 자가 만나 초야  初夜의 운우지정 雲雨之情 을 나누는 한판의 씻김굿이다. ( "파이란"에서 ) (46)
 
 <파이란>이란 영화를 잘 모르지만 이 글만으로도 나는 <파이란>을 만난듯하다. 벼루고 벼루던 영화들을 이런 식으로라도 만난다. 어찌 이 영화뿐이랴.  "삶은 한낱 백일몽에 지나지 않으니"에서 언급하는 <꿈>, <M>, <야곱의 사다리>, <달콤한 인생>의 영화들도 모두 차일피일 미루다 여기서야 만나본다. 아릿하고 아련하다… 이 책에는 이렇게 만나는 영화들이 넘쳐난다. 그래서 더욱 반가운가 보다. 하여 이 책, 영화에 대한 입문서로, 혹은 옛추억에 젖어 영화를 만나보고픈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기억나?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날 하늘이 얼마나 눈부셨던지, 햇살이 얼마나 뜨거웠던지, 바닷가를 물들이던 노을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M"에서 ) (151)
 
 

2008.10.15. 밤,

'당신은 우리의 오래된 정원을 찾았나요?' (54)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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