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은 조선의 시를 쓰라 인물로 읽는 한국사 (김영사) 3
이이화 지음 / 김영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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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인물들이 역사속을 뚫고 나와 우리에게 손을 건네지만 우리는 제대로 만나보지도 못한 채 그들을 다시 옛날의 사람으로 돌려 보내곤한다. 이 책은 그런 인물들을 생생하게 다시 불러와 우리 곁에 앉혀두고 조근조근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러니 우리가 어찌 그들의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지 않으랴.
 
 "인물로 읽는 한국사 3"권인 이 책은 조선시대의 시인과 화가,작가,가객들을 불러와 우리에게 전해준다. 모두 24명에 이르는 적지 않은 인물들에 관한 일화들이 쏟아지는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들 - 황진이,김시습,허난설헌,김삿갓 등 - 과 이 책에서 처음 만나는 인물들 - 임제, 장혼,조수삼,이원영 등 -이 어우러져 다양한 화음을 만들어낸다. 
 
 나는 이 책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지은이의 '할당량'에 주목해보았다. 24명중 유일하게 김시습만 54쪽에 이르는 이야기가 전개되고, 황진이,정율성은 20여쪽 내외,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10쪽 안팎의 분량들이다. 결국 김시습의 이야기만 월등히 많고 나머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핵심사항이나 특징적인 이야기들만 짚어보고 넘어갈 수 밖에 없는 분량들인 것이다. 전해지는 자료량의 차이와도 관계가 있을 것이지만….
 
 하여 이 책은 어떤 인물에 대하여 캐리커쳐식으로 핵심적인 특징을 잡아내어 정리,소개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따라서 '조선시대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입문서'로서 아주 마춤하다는 생각이다. 지은이는 24명을 다섯 분류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는데 변계량,서거정,김시습,임제,허균은 "겨레문학사의 새 길을"연 작가들로,황진이,허난설헌,계생은 "굴레를 벗고 문밖을 나"선 여류작가로, 장혼,조수삼,김삿갓,정수동은 "세상 속 민중의 벗이 되어" 시대를 풍미한 시인들로 분류한다. 그리고 "식민지 시기 문인의 저항과 굴절"에서 친일작가들인 이인직,최남선과 항일작가인 이상화,한용운,홍명희를 소개하고 끝으로 "천재와 광기를 꽃피운 예술혼"에서 신재효,이원영,송만갑,정율성,심사정,최북,나운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중 조선시대 중인들의 시단을 이끌었던 장혼과 조수삼은 나로서는 처음 만나는 작가들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산새는 나무꾼의 성품을 알지 못하고
 명부에는 애당초 야객의 이름이 없네 
 창고에 쌓인 곡식 한 톨도 얻을 수 없구나 
 높은 다락에 외롭게 기대어 
 저녁 짓는 연기만 바라보네 
   *장혼 (145) 
 
 제대로 된 민중의 생활상을 만나게 해주는 이런 시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니, 놀랍고 또 반갑다. 그리고 이런 시들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우리 교육의 한계와 나의 한계를 동시에 만나게된다. 어찌 이 사람뿐이랴, 조수삼,정율성 등도 똑같은 감흥을 일으키는데 정말 우리가 배우고 익혀야 할 일은 끝이 없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중 몇사람은 더 깊이있게 배우리라 생각하는데 그 중에서도 '광기 어린 행동으로 일생을 풍미'한 최북의 더 많은 이야기는 그의 그림과 함께 꼭 다시 만나보고 싶어진다.
 
 이 많은 인물과 이야기들을 엮어 우리에게 전해주는 지은이는 역사학계에서는 너무도 유명한 원로이면서도 어렵지 않고 쉽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역사를 만날 수 있게 해주기에 매번 고맙고 반갑다. 이 책이 꾸준하게 연작으로 발간되어 더 많은 인물들을 우리에게 알려주는동안 고은 시인의 [만인보]연작시에 버금가는 그런 '인물 한국사 이야기'로 자리매김한다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선물이 될 것이다.
 
 
2008.10.9. 깊은 밤, 듣다보니 자꾸 술 생각이 나더라는~~
 
들풀처럼

 

 
*최북의 <풍설야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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