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의 유산 - 한국전쟁에서 이라크전쟁까지 세계 역사를 조종한 CIA의 모든 것
팀 와이너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60년 동안 수만 명의 비밀 공작 요원들이 수집한 정보들 가운데 정말 중요한 정보는 극히 조금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 이것이 CIA의 가장 은밀한 비밀이다.         ~            어쩌면  지금부터 10년이 지나고 나면 CIA는 잿더미를 디디고 일어서 있을지도 모른다. 수십억 달러의 예산지원을 받으며 새로운 지도자와 새로운 세대에 고무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            언젠가 CIA는 CIA를 창설한 사람들이 기대했던 그 모습을 갖출 것이다. 우리는 CIA에 의존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금 치르고 있는 전쟁이 어쩌면 냉전만큼이나 오래 지속될 수 있고, 또 우리는 우리의 정보력에 따라서 이 전쟁에서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798)
 조금 긴 내용의 인용이지만 책의 마지막부분에 해당하는 여기에 지은이가 전하고자하는 내용이 다 담겼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이 두꺼운 책을 읽는 내내, 도대체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바가 무엇인지 헷갈리고 있었다. CIA라는 전대미문의 정보기관이 저지른 만행과 어처구니 없는 참상들에 대한 세세한 사실들의 증언 및 증거물의 공개를 통하여 지은이가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하였던 것은 'CIA의 몰락', 즉 [잿더미의 유산]이 아니던가? 그런데 돌아서서 지은이는 또 이런 조직의 필요성에 대하여 넌지시 이야기한다. '좀 더 잘하지'라고…. 내가 책을 곡해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책을 덮는데 "옮긴이의 말"에서도 '저자는 ~ 미국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데서 기본적으로 벗어나지 못한다'(998)고 지적하고 있으니 영 틀린 생각은 아니리라.
 
 결국 CIA가 그간 벌여온 온갖 비밀공작과 그 사례들, 우리나라의 전쟁도 포함하여 베트남 전쟁, 체 게바라 살해 등등의 수많은 사례들이 정신을 어지럽게 한다. 하지만 애초부터 이 땅에 사는 우리는 CIA라는 조직의 두려운 진실에 관한 풍문들을 들어왔기에 깊은 관심도 애증도 없었으므로 별로 새삼스럽지도 않다. 다만 이 정도의 내용이면 전문 연구자가 끌로 파야만 얻을 수 있는 방대한 역사적 자료이므로 이 분야와 관련된 사람들에게는 필독서가 될 만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읽으며 열불나고 덮으며 분노하는 이 책, 1000여쪽에 달하는, 이 책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특히 우리나라같이 변두리, 제 3세계, CIA의 비밀공작의 피해자에 해당하는 나라의 민중에게는.....
 
 책 내용을 여기서 다 요약하여 소개하고픈 생각은 없다. 다만 이 책의 내용을 가장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2년전 봄에 나왔던 영화로 제목은 [시리아나]인데 '시리아나'는 워싱턴의 정치참모들이 미국 중심의 이해관계에 의해 재편한 중동의 새로운 지역구도(미국의 이상향)를 일컫는 용어이다. 영화 속에서 새로운 조국을 건설하고자 하는 중동의 젊은 왕세자와 그를 보좌하던 미국인 경제변호사(?)- 맷 데이먼 ! , 그리고 이를 취재하던 역시 미국출신 언론인 - 조지 클루니 !! - 은 모두 마지막에 미국의 의도(?!)에 의해 처참하고 충격적인 최후를 맞는다는 내용으로 누군가의 평처럼 "차분하게, 그리고 강렬하게 폭발하는 영화"이다.   이 책의 내용이 어려우신 분들이나, 이 책의 입문용으로 미국이라는 나라, 혹은 정보기관의 역할에 대하여 배우고자 하시는 분은 조금만 시간을 내어 [시리아나]를 만나보시기를 권해드린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이 책, 책꽂이에 꽂아두면 정말 있어보이는 이 책, 장식용으로는 그만이지만 1000쪽의 책을 들고다니기에는 너무 힘들다. 페이퍼백으로 3권정도로 분책되어 접근성이 더 좋게 편집되었다면 조금 더 흥미진진하게 만나보지 않았을까 생각도 하여본다. 
 
 끝으로 [시리아나]를 보고 느꼈던 감정을 뱉어낸 졸고(拙稿)를 덧붙여둔다. 
 
 
2008.10.7. 깊은 밤, 언제쯤, 저들의 그늘을 벗어날지 막막해지는….
 
들풀처럼
시리아나


1.
 그저 바라만보다  
 터져,  
 솟구치는 분노  
 이 거리 어디 쓰일 모 있으랴만  
 타오르는 불길 어쩌지 못해  
 뒤척이며 바라본다, 시리아나  
 
2.
 저주있으라,적들에게.  
 떠돌던 말들이  
 두 눈 속에서 걸어나와  
 그들의 것은 그들에게  
 남들의 것도 그들과 함께 모여  
 피어나며 썩어갈지니  
 기름꽃으로 타올라라,  
 적들  
 
3.
 절망속에 숨어 흐느끼지마라  
 어린 전사,  
 함께 끌어안고 쓰러지지 않아도  
 떠나간 것들, 다시 돌아오리니  
 지금, 이 시각  
 어느 사막 한 가운데  
 시들어도 끝끝내  
 너의 이름으로  
 일어서라, 시리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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