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 김열규 교수의 열정적 책 읽기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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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열규 교수의 열정적 책읽기-독서]라는 제목에 걸맞는 정말 놀랄만한 책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 있다. 우리는 이 '읽기의 바다'에서 책에 관한, 읽기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이야기도 있으니 老교수의 책에 대한 열정에 자연스레 묻어나는 우리말에 대한 애착이다.
 
 읽기에 대한 지은이의 어릴적부터의 추억, 다양한 편력(?)과 엄청난 기억력, 그리고 놀라운 박학다식은 차라리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는동안 만나게 되는 우리말글에 대한 지은이의 자연스런 사용에는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러기에 길은 헤맴이다.방황이다.방랑이다.(12)
 
 들어가는 말부터 어려운, 불필요한 한자말은 삼가한다.
 
 툽상스러웠다.(16) / 살긋거리다가(43) / 덩두렷하게(172) /
 
 크게 눈에 띄는 말들 몇 개만 추려보았지만 이는 도드라진 말들만 가려온 것이고 일상적으로 쓰인 말들이 거의 한자말이 아니라 우리 말인 것이 더욱 놀라운 그런 책읽기에 대한 책인 것이다.
 
 식민지 시절에 태어난 까닭에 '일어'는 기본이고 주어진 환경에 잘 맞추어 자란 덕(?!)에 '영어'와 '독일어'까지 할 줄 아는 지은이가 쓴 글에서 그런 티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그렇다는 사실만 덤덤히 묻어날 뿐이다. 지은이가 여러 차례 짚어주는 '읽기'의 다양한 모습들만 보아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으리라.
 
 듣기가 읽기보다 먼저였다.(25) /  눈으로 읽기, 소리 내어 읽기, 그리고 외워 읽기 (57) / 엎드려 읽기, 누워 읽기 (61) / 웃음 읽기(69) / 슬픔 읽기(73) / 도둑 읽기(79) / 문학 읽기 (82) / 되풀이 읽기, 돌려 읽기, 번개 읽기 (112) / 꼼꼼 읽기(184) 
 
 정리를 하려다 지쳐 대충 뽑아본 읽기 이야기이다. 내용에 따른 나눔, 형식에 따른 나눔이 있지만 어찌되었든 이 책에는 참으로 다양한 방법의 읽기에 대한  실제 지은이의 경험이 넘쳐나고 우리는 그 경험들을 따라가며 자신의 경험과 비교해보기도 하며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혹은 좌절하기도 할 것이다. 그 엄청난 읽기의 폭에….
 
 너무나 많은 책의 이야기이지만 뜻밖에 이 책은 술술 읽힌다. 워낙 많은 책을 다양한 방법으로 읽어온 지은이인지라 어려운 이야기도 건너뛰며 쉬 읽을 수 있도록 살살 다루어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읽기의 세계에 갓 발을 담근 이들도 기꺼이 만나보아도 좋은 그런 책이다. 책에대한 애정은 나, 스스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는데 지은이에 비하면 '새발의 피'임을 새삼 깨닫는다. 세상은 넓고 배워야 할 것도 많고 고수는 더 많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
 
 읽는다는 것은 '아는 것'도 '아는 짓'도 아니었다. 그건 '되는 것' 이었다. 내가 나 아닌 다른 뭔가가 되는 것, 그렇게 나만의 세상이 만들어지는 걸  실감하곤 했다. (85)
 
 그래서 나도 악착같이 책을 읽나보다. 내가, '나 아닌 다른 뭔가가 되는' 그런 순간을 만나기 위하여 읽고 또 읽나보다. 하지만 지은이의 발가락 끝에도 못다다랐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아래의 글처럼 책을 만나려면 얼마나 더 읽고 따라가야할지…. 책을 덮는 순간부터 아득해진다.
 
 나의 책은 바다 기운을 양념 삼고 산의 정기를 고명 삼아 내 영혼 깊숙이 스며든다.  그러면 문득 눈으로만 읽는게 아니란 사실을 깨닫는다. 맛있는 음식보다는 향기로운 차를 마시듯 들이켜 삼킨다. 마음으로 삼키는 독서를 향유하다니!   ~~   글 한두 마디, 문장 한두 줄을 잘근잘근 씹는다. 이내 입 안에 진액이 고이고 향이 넘친다. 그러고는 영혼 깊숙이 스며든다. 책읽기로 영혼의 존재를 느끼고 믿게 되는 그 순간의 행복이라니!  (161) 
 
 

2008. 9.27. 밤,

         '책과 함께 우리가 될 그날을 위하여'(314),
            따라쟁이, 쉬지않고 따라갑니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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