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에 입맞춤을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9
에펠리 하우오파 지음, 서남희 옮김 / 들녘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세상의 모든 문제들은 겉보기에는 달라도 실은 서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관계가 없거나 독특한 문제 따위는 없습니다. 그것들을 따로 떼어 다루는 게 더 쉬워서 서로 분리시키는 것뿐이지요. 바로 그 때문에 더 큰 문제가 생겨나는 겁니다.  우리가 단편적인 방법으로 현실을 다루는 한, 절대 영구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없습니다. (바부의 '일장 연설'에서) (189)
 
 어디서부터,어떻게 이 책에 대하여 이야기를 꺼내야할지 참 난감하다. 엉덩이, 그것도 정상적인 엉덩이가 아닌 '항문 염증으로 생기는 치루'(293) 걸린 엉덩이와 그 구멍에 대한 '유치하면서도 심오한' 보고서라니, 게다가 웃기면서 생각할꺼리까지 안겨주는 이야기라니. 참으로 '태풍 속에서도 깔깔 웃는 태평양적 웃음'(291)이 넘쳐나서 '남태평양'스럽다고 할 수 있겠다. 
 
 지은이 본인이 직접 겪은 고통스러운 몸의 기억을 낱낱이 까발리면서도 걸쭉한 입담과 해학으로 책을 손에 들면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의 매력에 취해 따라가다보면 나도 '엉덩이에 입맞춤'을 하여 세계 평화에 기여해야만할 것 같은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특히, 7장에 해당하는 187~208쪽의 바부의 장광설은 엉덩이에 입맞춤으로서써 일어날 수 있는 세계 평화에 대한 어마어마하고 원대한 지은이의 구상일진대 읽으며 눈물나도록 웃게된다. 윗툭과 아래툭의 심오한 알레고리도 우리 삶의 정수리를 짚어주지만 무엇보다 그 심오한 내용들이 엉덩이와 이루는 부조화 속에서 만들어내는 웃음, 그 웃음이 장관인 것이다. 모처럼 책을 읽으며 껄껄껄, 호방하게 웃어 보았다.
 
 하지만 딜레마가 하나 있는데 그 자세한 내용들을 차마 입에 담기에는 나 자신도 망설여 진다는 것이다. 엉덩이와 그 보다 더 아래 깊숙한 곳과 관련한 이야기는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할지라도 당연히 망설여지는 것이리라. 그래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껏 하려다가 머뭇거리며 단지, 재밌다, 웃긴다는 이야기만 하고 마는 것이다.
 
 주인공 '오일레이'와 그 아내 '마카리타'가 벌이는 일련의 소동들도 마치 '경상도 부부'들의 생활을 보는 듯 걸쭉하고 험한 말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많이 웃게 만드는데 결국 사람사는 이야기는 이 곳이나 남태평양 저쪽의 사람들이나 다 같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사랑했고, 싸워댔다. 왜냐하면 달리 사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105)
 
 이 부부의 사는 모습은 싸우면서 정드는 부부의 전형으로 보여진다. 거기다 무지 웃긴다. 몇 번을 강조하는 바이지만 많이 웃긴다. 다만, 항문, 엉덩이, 그리고 그 아래 부위에 관한 지은이의 신랄한 표현과 거침없는 상상력을 감당할 수 없다면 통상적인 이야기로 '역겹다'거나 '구역질난다'거나 하는 소리들을 뺕어낼 것이기에 그냥 맘편히 먹고 재미있는 딴나라 사람들 이야기를 만나는 동안에 우리 스스로를 웃으며 돌아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책을 필독하시기들….
 
 "마르크스주의와 공산주의가 20세기를 흔들었듯이, 범태평양 평화철학과 제3새천년 운동은 21세기를 그 이상으로 어마어마하게 흔들어놓을 거야." / 내 똥구멍에 입 맞추시라! (290)
 
 
2008.8.20. 밤, 회식 후  쏟아지는 잠조차 멀리하면서 웃고 있는
 
 
들풀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