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한동훈 옮김 / 하늘연못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Ⅰ.
  600여쪽에 이르는 두툼함에 비하여 손에 들린 무게는 마춤하다. 한 손에 들고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 깔끔한 편집이 맘에 드는 책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손에 든 정통 미스터리 소설집이다. 특히 최근 유행하는 팩션물이 아니라 구성 자체에서 독자에게 싸움을 거는 정통 중편 소설들이라니 입맛이 땅긴다. 추리소설의 황금기에 완성되었다는 다섯 작품중 오늘은 우선 한 작품에 도전하여 만나보기로 한다. 이 여름밤을 차근차근 이야기 속 사건과 인물들과 함께 보내며 무더위도 잊어보련다. 필기구를 꺼내고 노트를 펼치고 주요 등장인물들을 메모하면서 작가가 뿌려놓은 함정들을 피하여 먼저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리라 다짐하면서......
 
Ⅱ.
  앨러리 퀸의 '가장 중요한 추리소설 125편'에 선정되기도 하였다는 리처드 하딩 데이비스의 중편소설 "안개 속에서"는 '런던 안개가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자욱한 가운데 어느 저택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그려낸 수작이다' (290)
 
 그리고 이 평가는 그대로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구성이다. 한 클럽에 앉아 있는 5명의 사람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를 통하여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데 4명은 돌아가며 이야기를 하고 한 명은 주로 듣기만 한다. '흑진주,변호사,공무관,여왕의 집사' 메모를 하여가며 그들의 이야기를 쫓아간다. 그리고 나만의 추리를 내세워 아하, 사건은 이렇게 전개되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다른 이야기 속으로 딸려들어간다. 신문기사에 등장한 진실과 아무도 확인할 수 없는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가 무럭무럭 오해와 진실사이를 떠돌고 그 속에서 나는 어떤 화자의 이야기를 믿어야할 지 헷갈리기 시작할 때쯤 이야기의 반전이 시작된다.
 
 네 사람의 이야기가 모두 한 사람의 시간- 정확히 말하면 하원의원인 앤드류경의 의회연설을 저지하기 위한 일종의 '천일야화'였음을 알게 된 순간 이야기를 따라 허겁지겁 쫓아오던 나는 지쳐 주저 앉는다. 그리고 네 사람이 남작을 바라보며 승리의 축배를 드는 순간 또 다시 시작되는 반전… 오랜만에 만나서 제대로 뒤통수를 때리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뿔사, 그럼 그렇지, 쉽게 마무리될리가 없지…좀 더 생각하고 좀 더 상상하지 않으면 범인을 따라잡기란 역시 만만찮은 일임을 새삼 깨닫는다.
 
 여느 경찰관과 다른 그만의 강점은 바로 상상력에 있습니다. 그는 자신을 범인이라 상상하고 동일한 정황에서 그 자신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상상하고 그러한 방식으로 범인 대부분을 잡는다고 상상하는 사람입니다. (361)
 
Ⅲ.
 손에 들면 물리지 않고 달려나갈 수 있는 것이 정통 추리 소설의 장점이다. 비도 내리지 않는 올해, 김해의 여름밤은 미스터리와 함께 지새워야겠다. 책을 읽으며 뒤척이는 사이 더위도 밤도 쪼금은 멀리 달아나리라.
 
 
2008. 7. 26.  저녁, 상상력의 넘쳐남을 위하여 읽고 또 읽는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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