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원주민'이라하면 거기에 더하여 '식민지'라는 말이 생각나는 세대다. '식민지 원주민', 이어서 '아메리카 인디언'이 생각나고 유럽인들의 침탈..이어지는 아메리카 문명의 파괴…. 그리고 이 책 [대한민국 원주민]이라니…80년대에 한창 울펴 퍼지던 '식민지 조국의 원주민'까지 이어지니 대뜸 서글픈 이야기들이 넘쳐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
| |
| 책을 드니 아니나 다를까 '가난하지만, 어디에나 있'는 '대한민국 가족 역경史!'(뒷표지에서) 가 펼쳐지는 데 작가의 얼굴사진을 보니 내용과는 다르게 아주 쿨!하게 잘 생겼다. 아니, 좀 냉정하게 생겨서 스스로의 가족사를 이처럼 찬찬히 후벼 파서 도려내듯 보여줄 수 있을게다.^^ |
| |
| 자,그럼 옛날 야그 속으로 들어가보자. 첫 이야기 <어디에나 있다>(12~13)에는 '아직까지'라는 말이 더해져야한다. 조그마한 땅이라도 있다면 그 곳에 채소를 심어 키우는 할머니들의 모습은 '아직까지'는 '어디에나 있다'. 내 곁에도 이른이 넘으신 장인장모님께서 김해평야의 너른들판 옆 둑길따라 텃밭을 '아직까지' 일구고 계신다. 만화 속 할머니할아버지처럼... 하지만 얼마남지 않았으리라..그 분들이 떠나시면 이제 '어디에나 있'던 그 텃밭들이, 그 정성어린 손길들이 우리 곁에서 사라져 갈게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고마움과 정성의 손길을 그리워하며 마트에서 대량재배된 야채들을 구입하여 먹게될게다. 아무런 감흥도 없이. |
| |
| 이야기는 작가와 가족, 6남매라는 대가족에 얽힌 옛날이야기들로 돌아가 회고하는 형식으로 전개되는데 하나같이 아픈 시절 조각들이다. 그리고 마흔이 넘은 내 또래라면 대부분은 겪어 보았을 이야기들이 하나씩은 들어가 있는 정말 이 곳, 이 땅의 '원주민'들의 삶이다. 그것도 문디 경상도 토백이들의 삶... 배고픈 조카들에게 뭐라도 하나 챙겨먹이고 싶지만 줄 것이라곤 '깻이파리 무친 기' 전부인 반찬을 보며 큰어매는 스스로 짠한 맘에 이처럼 궁시렁 거렸을 것이다. '에이 쌔빠질 년들 밥이나 처묵고 앉아 놀지.쯔쯔.' <장녀 2>에서, (52~53) |
| |
| <공식답변>(60~61)에는 지식인이면서도 현장 노동자 생활을 하는 작가의 아버지가 가진 개성이 한 눈에 드러나고 <잘난 아들>(96~99)에서는 이루지못한 엄마의 첫사랑 이야기도 등장한다. 큰누나의 공장이야기도 70년대 우리네 삶의 한 모습이고…..이야기꺼리는 차고 넘치고 우리가 다독여야할 기억들은 어느덧 추억이 되어 우리곁에 앉아 쉬고 있다. <유적>(146~147)에서 우리는 수몰민이 되어 물속으로 가라앉고 끝편 <원주민>(148~149)에서는 결국 살던 터전을 다 잃어버린 아메리카 인디언과 나란히 앉아 텃밭조차도 빼앗겨버린 '원주민'이 된다....쩝... |
| |
| 이제, '원주민'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날까? 현실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누나들과 가족들의 이야기는 어디로 이어질까? 궁금하다. 아마도 '대한민국 원주민'들의 이야기는 이 땅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한 계속 이어지리라. 나는 그 영속성을 믿으며 책을 덮는다. |
| |
| |
| 2008. 7. 19. 새벽, 돌아가신 '어머니'가 문득, 그리워지는~ |
| |
| 들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