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형의집에서 벌어지는 비밀 이야기라니..아이를 키우지 않았다면 뭔 소리야 하며 손에 들지도 않았을 책이다. 생각하고 말하고 무엇보다 움직이기까지 하는 인형들이라니, 혹 공포소설인가라는 생각을 섣불리 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아니다. 인형들은 우리의 관심과 사랑을 자양분으로 하여 그들만의 세계를 꾸미고 살아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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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년전 떠나버린 사라 이모를 찾아나선 주인공 어린이 -100살이 넘은- 애너벨의 이야기는 책 표지를 펼치자마자 우리를 신비한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간다. 책 안쪽 앞뒤 표지에 그려져 있는 두 인형집안의 상세도에는 집과 가족들의 얼굴이 모두 나오지만 유독 한 사람-한 인형, 이모 인형만 얼굴이 없다. 바로 그 이모를 찾아나서며 벌어지는 애너벨 가족과 티파니 가족의 이야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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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며 인형이 말을하고 돌아다니는 것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인형들, 애너벨 가족이 사람들, 파머씨 가족과 더불어 살아온지 100년 가까이, 5대째나 된다는 이야기이다. 윌리엄과 클라라 부인-거트루드-캐서린-애니-케이트로 이어지는, 아니, 5대째라니 지금 인형 가족의 주인인 케이트-어린이입장에서 보면 고조할머니대의 인형을 자신이 가지고 놀고 있는 셈이다. 인형이 아니라 유물 또는 보물이라 할 수도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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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오랜 세월을 더불어 살아오는동안 인형도 사람과 같은 생각들을 하나보다. 늘 어머니에게 듣던 얘기들을 인형의 가족 이야기를 통하여 똑같이, 다시 만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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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과 다르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니잖아요. (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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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너벨, 책임감 있게 행동하지 않으면 네가 계속 집 밖으로 나가는 걸 허락할 수 없단다. (1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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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너벨의 엄마가 하시는 말씀들은 바로 그대로 우리네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된다, 세상 모든 엄마들은 똑같다는 이야기를 여기서 다시 만난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는 인형들의 비밀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이것이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움직이다가 사람에게 들키면 굳어버리는 인형들의 삶이지만 결국은 사람의 삶처럼 책임감,믿음,사랑,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것은 그들을 통하여 우리를 돌아보게하는 지은이의 맘이리라. 아이들도 이 흐뭇한 인형가족의 얘기를 자신의 가족관계에 비추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라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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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서 애너벨처럼 세상의 모든 무서운 생각은 바보같은 생각이라는 사실을 함께 깨닫게 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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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가 정말로 걱정하는 일들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나쁜 일들은 생각도 못하고 있을 때 벌어지게 마련이지요. (1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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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두어달전 집정리를 하면서 딸아이의 어린시절 장난감들을 버리려다 난리가 났던 기억이 든다. 아이에게 인형들은, 장난감들은 그냥 하나의 물건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시간을 건너온 친구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때 난 몰랐었다. 이 또한 인형가족들의 이야기들 통하여 내가 깨닫는 바이리라. 우리는 우리가 관심을 쏟고 애정을 쏟은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 끄러안고 함께 가는 것이다. 비록 그 대상이 인형일지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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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말에는 아이랑 다시 묵은 상자들을 꺼내어 정리하면서 아이랑, 인형들이랑 그들의 이야기를 하게 해주어야겠다. 그 곁에서 나도 찬찬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못다한 아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며 흐뭇해하리라. 잠깐, 근데, 내겐 왜 그런 추억 속의 인형이 없는 것일까? 과거로 돌아가 물어보아야겠다. 스스로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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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만 결국에는 성공했잖아. 그게 중요한 거야. (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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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7. 13. 밤, 뒤척이는 아이를 바라보며 또 웃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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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