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미국)는 아름다운 나라지만, 방문한 지역의 경제적·정치적·환경적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파악했다고 말할 수 없다. ("프롤로그"에서)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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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경제학자의 미 대륙 탐방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아주 색다른 여행기이다. 그리고 새롭고 참신한 기획이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미국 땅의 현실을 현미경으로 들이댄 듯 자세히 만나볼 수 있는 그네들, 자신의 목소리이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하여 미 대륙을 여행하면서 부딪히는 현실중 '불평등','노동','환경'에 중점을 두고 사물과 주변을 바라보고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이지만 대학교수이던 그가 은퇴한 뒤 아내랑 찾아 나가며 만들어가며 부딪혀가며 들려주는 이야기들이라 생생하게 와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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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을 분석하는 일과 실제로 노동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77) // 날이 저물면 나는 자유로웠지만 너무 지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 책을 읽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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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라는 직업에서 노동자라는 임금노동자가 되었을 때 지은이는 '자유로웠지만 너무 지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고백하는데 이것이 노동계의 현실이다. 미국이든 우리나라든…똑같은 현실에 잠시 놀라기도 하면서 그의 긴 여행을 따라가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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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혹, 잠시라도 만나보거나 꾸준히 읽어볼 요량이면 다른부분은 대충 넘어가더라도 지은이가 별도의 항목으로 정리해둔 '노동 1~5','불평등 1~8','환경 1~7' 꼭지는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지은이의 분석과 사례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을 읽는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이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 사회과학서로의 기능을 다할 수 있다면 지은이의 서술적인 경험담과 이 별도의 담론 덕분일 것이다. 다만 출판사에 대한 불만은 이 중요한 꼭지들을 여행기와는 다른다고 판단하여서인지 작은글자로 몰아서 구분 편집해 놓았다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더 큰 글자로 도드라지게 나타내었어야 되는 부분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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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기에 중점을 두고 책이 편집되었다면 컬러사진에 좀 더 선명한 일정표와 지도로 포장되었으리라. 아마도 지은이는 그것을 원한 것이 아니기에 우리가 만나는 수준의 작은 흑백사진으로만 그를 볼 수 있는 것이리라. 그래도 자료가 있다면 미국에 관한 여행이야기는 오히려 만나본 적이 없기에 분책을 하더라도 사진이 제대로 배경으로 깔리는 여행기로 만나본다면 광활한 자연의 풍광과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그 훼손의 현장, 노동과 불평등으로 지친 노동자들의 모습이 더 선명하게 대비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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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곳곳에 등장하는 노동의 현실과 불평등의 심화 문제, 공무원들의 부정과 무능함은 우리의 현실과도 다르지 않기에 사람살이가 어디든 비슷하다는 생각을 갖게하였다. 국립공원에서 뉴욕의 중심가까지, 마이애미의 해변에서 태평양이 바라보이는 포틀랜드까지 미국 대륙을 동서남북으로 가로지르며 다닌 지은이의 모텔 이야기는 우리식 배낭여행의 또다른 모습이다. 휴대용 전열기는 모텔을 이용할 수만 있다면 우리에게도 유용한 취사도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이야기중 특히 국립공원 관리의 방향에 대한 제언을 담은 '환경 5 '(268~273)는 우리네 환경관련 공무원 및 환경운동가들이 꼭 보았으면 하는 좋은 내용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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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다른 목적도 없고 정해진 시간표도 없이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는 일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254) // 등산과 경관 감상이 우리의 새 "일거리"가 되었다. 이 경험은 우리가 매일 나누는 대화,독서,정보 수집,인생'관"의 밑거름이 되었다. (2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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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내용을 통하여 얻는 미국의 현실과 읽을거리도 매력적이지만 위 글처럼 장거리 여행을 통하여 얻는 자유로움과 그로 인한 만족감이 글을 읽는 내내 부러웠다. 나는 10여년 뒤면 이 책의 지은이처럼 먼길을 떠날 수 있을까? 문득 생각하니 아득하고 아득한 현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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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6. 29. 밤, "날씨는 맑지만 노동은 우울하다" (3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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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