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지 말았어야 했다. 망설이다 망설이다 책의 모양새에 끌려 손에 들고는 후다닥 사진과 글을 쫓아 읽어가다 눈길이 멈추는 몇 몇 제품들을 앞에두고 다시 망설이고 망설인다. 허, 거 참,,탐나는구만…. 스스로를 다독이며 충동구매의 흑심을 억누른다. 얼마를 더 버팅겨낼지는 자신이 없다. |
| |
| 시비를 걸어도 책임 질 수 없다. 물건은 내가 쓰기 위해 선택했고 명품으로 인정했을 뿐이다. ("작가의 말"에서) (8) |
| |
| 역시 그런 물건들이다. 아주 비싸거나 화려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손 때가 닿은, 써보다 보니 좋아서 스스로 명품이라 불러주는 - 명품이라는 말 자체가 제'품'의 이름을 '명', 불러주는 것이 아니던가? 그래도, 남이 쓰던 물건이라고 하여도 여러 사람의 가슴을 흐르는 비슷한 정서를 타고 관심이가고 탐이나는 물건은 어디나 있기마련이다. 특히 이 책처럼 스스로 가려모은 작품집에서야 더 많지 않겠는가? |
| |
| 구입비용과 당장의 쓰일 모를 고려하지 않고 바라보면 '필기구 파버카스텔', '명품 자전거 스톡 오가닉', '콘데사 의자', '부라이틀링 내비타이머 시계' 등이 탐이 난다. 디자인의 유려함이나 제품의 기능성 등을 고려할 때 이런 제품들은 대다수의 사람들도 명품으로 인정할 만한 제품들이다. 당연히 제품가격도 대부분이 상당하리라. 그러므로 나랑은 인연이 없을 것이다. 과감히 기억 속에서 지운다. |
| |
| 다음은 소품에 가까운 제품들로 기능적인 측면에서 솔깃 해지는 제품들인데 '레더맨 공구', '트로이카 미용세트', '777 손톱깎이' 등이 이에 해당되겠다. '777 손톱깎이'는 우리 집에도 있기에 더욱 반가운 '명품'이었다. |
| |
| 그리고 먹고 마시는 제품들과 그와 관련된 모든 도구들을 나도 지은이처럼 사랑한다. 우리는 죽는 날까지 먹고 마실 것이므로 잘 먹고 잘 쓰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제품은 명품이라 불러도 마땅할 것이다. 그래도 모처럼 이런 눈요기를 하였는데 하나도 지르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섭섭한 맘을 달래려고 두가지 명품을 골라두었다. 아직도 살까말까 망설이는 까닭은 비용 문제라기보다는 한 번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는 '지름신의 강림'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제품만 콕 찝어두고 바라보기만 하는데... |
| |
| 그 중 하나는 '헤이스 앵클 웨이트 (198)'인데 디자인,용도- 건강에 좋다잖아 ! -, 가격까지 모두 맘에 들어 즉시 구입하려고 인터넷을 뒤지다 뒤늦게 책 뒤에 첨부된 "구입가이드"를 뒤적거린다. 인터넷 사이트가 없기에 전화번호를 따로 적어두고 다시 대기중까지 와있다. |
| |
| 그리고 또 하나는 '루체풀란 스탠드 (265)'인데 지금 이 제품의 아류들이 넘쳐난다고 하니 아마 내가 그동안 써왔던 비슷한 제품들은 모두 이 제품의 모방작이었으리라. 제대로 된 작품같은 스탠드라 탐은 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일단 보류한다. |
| |
| 당신(나)의 취향과 가치관에 따라 선택된 바로 그 물건이 생활명품('뒷표지'에서) 이라는 말처럼 내게도 내놓을 수 있는 명품들이 있을까를 책을 덮으며 생각해보았다. 집안 구석구석 쌓여있는 책 말고는 다른 소품들이 거의 없기에 마땅히 일컫어 불러줄 명품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의 지은이처럼 하나하나 나의 것으로 만들어가며 함께 녹슬어가며 살아가는 동안 내게도 나만의 생활명품이 생길 것임은 알 것같다. 이제는 나도 그런 나이에 접어드나보다. 물건과도 이야기를 하며 스스로를 가다듬을 수 있는 나이...기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
| |
| |
| 2008. 6. 21. 거리의 '촛불'들도 생활명품으로 자리잡지 않을까나? ^^ |
| |
| 들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