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준의 생활명품
윤광준 글 사진 / 을유문화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보지 말았어야 했다. 망설이다 망설이다 책의 모양새에 끌려 손에 들고는 후다닥 사진과 글을 쫓아 읽어가다 눈길이 멈추는 몇 몇 제품들을 앞에두고 다시 망설이고 망설인다. 허, 거 참,,탐나는구만…. 스스로를 다독이며 충동구매의 흑심을 억누른다. 얼마를 더 버팅겨낼지는 자신이 없다.
 
 시비를 걸어도 책임 질 수 없다. 물건은 내가 쓰기 위해 선택했고 명품으로 인정했을 뿐이다. ("작가의 말"에서) (8)
 
 역시 그런 물건들이다. 아주 비싸거나 화려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손 때가 닿은, 써보다 보니 좋아서 스스로 명품이라 불러주는 - 명품이라는 말 자체가 제'품'의 이름을 '명', 불러주는 것이 아니던가? 그래도, 남이 쓰던 물건이라고 하여도 여러 사람의 가슴을 흐르는 비슷한 정서를 타고 관심이가고 탐이나는 물건은 어디나 있기마련이다. 특히 이 책처럼 스스로 가려모은 작품집에서야 더 많지 않겠는가?
 
 구입비용과 당장의 쓰일 모를 고려하지 않고 바라보면 '필기구 파버카스텔', '명품 자전거 스톡 오가닉', '콘데사 의자', '부라이틀링 내비타이머 시계' 등이 탐이 난다. 디자인의 유려함이나 제품의 기능성 등을 고려할 때 이런 제품들은 대다수의 사람들도 명품으로 인정할 만한 제품들이다. 당연히 제품가격도 대부분이 상당하리라. 그러므로 나랑은 인연이 없을 것이다. 과감히 기억 속에서 지운다.
 
 다음은 소품에 가까운 제품들로 기능적인 측면에서 솔깃 해지는 제품들인데 '레더맨 공구', '트로이카 미용세트', '777 손톱깎이' 등이 이에 해당되겠다. '777 손톱깎이'는 우리 집에도 있기에 더욱 반가운 '명품'이었다. 
 
 그리고 먹고 마시는 제품들과 그와 관련된 모든 도구들을 나도 지은이처럼 사랑한다. 우리는 죽는 날까지 먹고 마실 것이므로 잘 먹고 잘 쓰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제품은 명품이라 불러도 마땅할 것이다. 그래도 모처럼 이런 눈요기를 하였는데 하나도 지르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섭섭한 맘을 달래려고 두가지 명품을 골라두었다. 아직도 살까말까 망설이는 까닭은 비용 문제라기보다는 한 번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는 '지름신의 강림'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제품만 콕 찝어두고 바라보기만 하는데...
 
 그 중 하나는 '헤이스 앵클 웨이트 (198)'인데 디자인,용도- 건강에 좋다잖아 ! -, 가격까지 모두 맘에 들어 즉시 구입하려고 인터넷을 뒤지다 뒤늦게 책 뒤에 첨부된 "구입가이드"를 뒤적거린다. 인터넷 사이트가 없기에 전화번호를 따로 적어두고 다시 대기중까지 와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루체풀란 스탠드 (265)'인데 지금 이 제품의 아류들이 넘쳐난다고 하니 아마 내가 그동안 써왔던 비슷한 제품들은 모두 이 제품의 모방작이었으리라. 제대로 된 작품같은 스탠드라 탐은 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일단 보류한다.
 
 당신(나)의 취향과 가치관에 따라 선택된 바로 그 물건이 생활명품('뒷표지'에서) 이라는 말처럼 내게도 내놓을 수 있는 명품들이 있을까를 책을 덮으며 생각해보았다. 집안 구석구석 쌓여있는 책 말고는 다른 소품들이 거의 없기에 마땅히 일컫어 불러줄 명품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의 지은이처럼 하나하나 나의 것으로 만들어가며 함께 녹슬어가며 살아가는 동안 내게도 나만의 생활명품이 생길 것임은 알 것같다. 이제는 나도 그런 나이에 접어드나보다. 물건과도 이야기를 하며 스스로를 가다듬을 수 있는 나이...기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2008. 6. 21. 거리의 '촛불'들도 생활명품으로 자리잡지 않을까나? ^^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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