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판매학
레이 모이니헌.앨런 커셀스 지음, 홍혜걸 옮김 / 알마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한 출판사에서 펴낸 비슷한 주제의식의 두 책을 한꺼번에 보는 재미? 또는 보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던 글읽기였다. 그리고 최근에 나온 [메디컬 스캔들]을 먼저 만나고 [질병 판매학]을 나중에 본 것은 나에겐 어쩌면 행운이었다. 지난해 나왔다고 덜컥 [질병판매학]을 먼저 손에 들었다면 나는 아직 [메디컬 스캔들]을 읽고 있으리라. [질병 판매학]을 읽으며 끊어오르던 분노와 허탈함을 어찌 삭혀가며 다음 책을 쉬 손에 들 수 있었으랴….
 
1. [젊은 의사가 고백하는 읽기 두려운 메디컬 스캔들]
 
  1966년, 나랑 같은 나이의 독일 의사가 직접 전해주는 병원과 의사, 간호사 그리고 짐짝 같은 취급을 받는 환자의 현실은 꽤나 충격적인 현실이다. 특히 우리나라나 제 3세계 국가도 아닌 선진국이라는 독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라니…. 사람들은 그만큼 개인의 이익과 편리함을 쫓아 나태해지고 무관심해지고 급기야는 야비해지나보다. 
 
 하지만 책에서 등장하는 많은 사례들의 축약판을 우리는 지난 겨울 [뉴하트]라는 TV드라마로 만난 적이 있다. 드라마를 보며 꽤나 많은 이들이 주인공인 최강국 흉부외과 과장과 젊은 의사 이은성의 매력에 빠져들었던 것은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과 비슷한 경우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반대의 행동, 즉 환자를 내 가족처럼 애정으로 대하고 바라보는 그 따스한 눈길 때문이었다. 어쩌면 우리의 현실도 이 책 속의 스캔들처럼 녹녹치 않기에 더욱 더 드라마 속의 인물들에 열광하였는지도 모르겠다. 
 
 환자를 길들이고 불편해하고 단지 이익의 도구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많은 의료인들이 존재하는 한 이 책의 사례들은 국경과 시대를 넘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기계적인 처치가 아니라 애정 어린 보살핌이 진정한 '치료법' (67)
 
이라는 말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진실이다. 결국 '할머니 손이 약손' 이라는 우리 전래의 이야기가 다 이런 애정과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책을 읽는 내내 아프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잠들기 전에는 이 책을 읽지 마십시오'(15) 라고 지은이가 일러주는 '주의사항' 처럼 절대 잠자기 전에는 읽지말아야 할 책이다. 흥분과 두려움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으니…….
 
 
2. [질병 판매학]
 
 이 책의 내용은 너무 간단하여 단 몇 줄로 요약될 수 있다.
 
 "나에게는 꿈이 하나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들을 위한 약을 만드는 것입니다. 리글리 사의 껌처럼 보통의 건강한 사람에게도 우리 회사의 약을 파는 것, 그것이 나의 오랜 꿈입니다." ('핸리 개스덴'- 다국적 제약회사 머크사의 CEO ) (11)
 
 그리고 그의 꿈은 '30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11)' 여기가 이 책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우리가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10가지 무시무시한 질병들이 어떤 조작을 거쳐 우리 곁에 질병으로 자리잡게 되었는지, 얼마만한 약을 예전보다 더 많이 소비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만날 수 있다. 우선 이 책의 지은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주요 판매 전략들 중 하나는 사람들이 흔히 겪는 가벼운 증상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며, 자연적인 노화과정도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만드는 것이다. (15) 
 
 결국 우리들의 병에 대한 두려움을 상품으로 마케팅하여 질병과 관련한 약들을 팔아먹고 있는 것이다. 나쁜 녀석들이다.
 
 예를 들면 첫번째 이야기인 심장마비와 돌연사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고콜레스테롤"에서  '높은 콜레스테롤은 심장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높이는 많은 요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하지만 심장병 환자가 아닌 건강한 대다수의 사람이 심장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타틴 계열의 약물을 사용하기보다 더 효과적이면서도 비용이 적게 들고, 보다 안전한 방법을 써야 한다. 식사 습관을 개선하고 운동량을 늘리고 금연하는 것인데 이는 가장 확실한 그리고 가장 잘 알려진 방법들이다. (26) 
 
 인용 예가 길어졌지만 이런 식이다. 결국 그닥 문제 될 것이 없는 기준을 낮추어 정상인을 병자 또는 환자 가능인/대기인으로 바꾸어 약물시장/약물중독으로,병원으로 이끌어내는 역할 들을 하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제약회사와 그들과 결탁한 의사, 공무원들이라는 무시무시한 이야기이다. 웃을 수도 없는 진짜 공포스런 드라마가 작성되고 상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그 증거물들이 속속 등장하는데 우리는 아래의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책 내용을 100% 믿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식품안전과 관련하여서라면 꽤나 믿고 있던 미식품의약국과 관련된 이야기는 결국 의료계 전반도 제약회사의 자본에 따라 움직인다는 냉혹한 자본주의의 원칙이 관철되는 현실이다.
 
 미국식품의약국 업무 중 50퍼센트 이상이 바로 심사 대상 약물을 제조하는 제약 회사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이루어진다. (96)
 
 우리가 어디에서, 누구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허탈하고 또 허탈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10가지 질병 - '고콜레스테롤, 고혈압, 골다공증, 과민성 대장 증후군, 월경 전 불쾌장애, 폐경, 사회불안장애, 주의력결핍장애, 여성 성기는 장애' - 중 30대 이상이라면 많은 이들이 한두가지는 해당한다고 느낄 터인데 그 까닭도 여기에 펼쳐진다. 아마 이런 경우에 '모르는게 약'이라는 말을 써야 할 것이다. 아는만큼 더 괴롭고 불안에 떨 것이니까…. 
 
 그럼 우리는 지은이의 말처럼 무엇을 해야하는가? 
 
 '현실'에 도전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질병을 매개로 한 약물판매를 걱정하는 모든 사람의 첫걸음이다. (270)
 
  약 없이, 질병없이 살 수 있는 세상에 대한 꿈을 우리가, 이제부터라도 꾸면 그 꿈은 길이 될 것이고 "질병(을 통한 약물) 판매"라는 어처구니 없는 일은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의사를 포함한 의료계 전반 / 제약업계 / 환자와 가족', 이 삼발이에서 두 곳이 썩어 있다는 가슴 아픈 현실을 두 책에서 만난다. 다행인 것은 그 현실을 돌파하고자 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고 '환자와 가족'도 마냥 천덕꾸러기일 수는 없다는 자각이다.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아주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래도 꿈은 꾸어야 하고 길은 만들며 나가야 하는 법, 이 책의 지은이들과 함께 가는 길에 우리나라에도 많은 이들이 나서기를 기대하여본다.  하필이면, 더욱 더 이 '광우병 정국'에......
 
 
2008. 6. 21. 꺼지지 않는 '촛불'로 밤을 밝히리라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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