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 [시골역 - 에릭 바튀 철학 그림책]
 - 에릭 바튀 그림 / 장 콤 노게스 글 / 김영 옮김 / 물구나무 / 1판 1쇄(2008. 1.15)
 
[중심생각] 문화와 마음의 고향 / 세계관 / 문명의 변화
 
 동화속 그림들이 각 장면 장면마다 독립되어 살아 움직이고 있다. 아련한 시골역의 정취에서 이제는 쉬고 있는 마을의 분위기까지 약간은 붉은 계통이 도는 빛깔들이 고향의 황토 흙을 생각케한다. 푸르고 파릇파릇한 느낌은 아니지만 그 붉은 빛깔들이 저무는 시골역의 풍경을 오롯이 나타내는 듯 하다. 그림에 대하여 잘 모르는 나이지만 이번 이야기는 그림만으로도 충분한 얘기거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중심이자 주제이자 우리의 관심거리, 시골역, 우리에게는 시골역이라는 이름보다는 간이역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한 역, 지금도 도심 한 켠마다 아련한 추억들을 머금고 이런 역들이 존재하고 있다. 부산이라면 부전역, 서울이라면 신촌역- 이제는 너무 번화가가 되어 버렸지만-, 젊은날의 춘천행 기차가 서던 몇몇 기차역들은 아직도 내가슴에 있다. 
 
 작은 역사와 철길 곁에 피어있던 꽃들, 코스모스…가을..그리고 그 날의 젊음들…우리는 단 한 번의 경험만으로도 수십년을 버팅기는 추억 거리를 '간이역-시골역'에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정동진역에서는 수많은 사연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속초가는 길에 들르던 강릉행 무궁화호는 그 긴 운행시간만큼이나 많은 기억을 내게 안겨 주었다.
 
 날이 가고 시간이 흐를수록 간이역의 운명은 운용에서 휴식으로 바뀌어갈 것이지만 그 역사 자체로 남아서 우리를 기억해주리라는 믿음이 내겐 있다. 지난해 추석에는 십여년 만에 부전역 앞 꼼장어집에서 동창생 녀석들을 만나기도 하였다. 많이 정비되긴 하였지만 내게는 간이역에 대한 추억이 그렇게 그곳에 남아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세계가 발전하고 더 많이 변하더라도 마음속에는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존재하는 법이고 '시골역'은 우리에게 그 아련함만으로도 오래토록 남아 머무르며 우리를 다독이리라. 삶에 지치고 힘들어질 때마다 마음 속의 그 역과 기적소리는 우리를 불러내어 먼 곳으로 데려갈 터이니…….
 
2008. 6. 9. 꼼장어랑 소주 한 잔, 생각나는 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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