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의 노래
백성민 지음 / 세미콜론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아홉가지의 이야기가 '마당놀이'처럼 어우러지는 그림과 글이라 하여 이름붙였다는 [광대의 노래]는 황석영의 장길산을 만화로 극화한 만화가 백성민의 작품이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하늘을 제압하는 매의 웅혼한 기상까지 그리고 이 땅의 백성, 미련 곰탱이 할매 이야기까지 큰 그림과 짧은 이야기로 동양화도 극화도 민화도 아닌 '마당그림'을 펼쳐보인다. 그 그림의 맛이 너무 좋다. 담백하지만 심심하지는 않은 잘 달인 미역국을 한 술 떠서 입에 넣을 때 느껴지는 그런 행복함이 밀려온다. 이런 책을 만날 수 있음이 고마워진다.
 

 책을 들고보니 표지부터 특이하다. 겉표지가 따로 책을 감싸고 있는데 그냥 인쇄된 표지를 뛰어넘어 하나의 작품이 된다.

 

 



 



 



 



 

 


 
 위 몇 장의 사진으로 훑어 보아도 예사로운 솜씨가 아님은 느낄 수 있다. 동네 개를 등장시킨 <웃는 개>에서 우리는 어린이들과 함께 한다는 웃는 개에 얽힌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점처럼 간단한 획으로 찍고 약간의 색깔 한 두어방울로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니… 역시 작가라는 경지는 아무나 다다를 수 있는 것이 아닌가보다.
 
 1920년대식 사랑이야기, 니 몸에 싹났다, 내게도 날개가 있음을,짱,너와 나, 미련 곰탱이 할매, 미켈란젤로,희망조각으로 이야기는 끊기는 듯 이어지는데 각각의 이야기가 완결된 작품이면서 전체가 또 하나의 작품이 된다. 소설로 보면 연작소설이라고나 할까? 책을 만나고 그림을 보고 글을 읽고 이야기를 한 번 만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한 번보고 말 책이 아니다. 아무 쪽이나 펼쳐놓고 찬찬히 그림만 바라보아도 수묵화같은 그림을 통하여 우리가 받아들일 이야기는 적혀있는 글보다 많을 것이다.
 
몇가지 이야기를 만나보면….'어미매가 새끼매들을 천길 아래 낭떠러지로 내던지는데'…….

 아직 제 날개를 찾지 못한 / 어린 매는 떨어져죽고 / 날갯죽지가 떨어져 나가도록 / 퍼덕거린 놈만이 살아남는다  ( '네 번째 마당' < 내게도 날개가 있음을>에서 )

 

 



 

 

 
 그러리라, 악착같이 버둥거리는 놈만이 살아남는 세상 아니던가? 여기 또 이런 이야기도 있다. 매일 금이 간 항아리를 이고 우물에 가서 물을 긷고 오는 길에 다 흘려버리는 일을 반복하는 <미련 곰탱이 할매>는 결국 자신이 다닌 그 길마다에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그리고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 된다.
 
 너무 완벽한 것 / 그건 삭막할 때가 많더라 / 좀 어수룩한 것에서  / 넉넉한 꽃이 피더라  ( '일곱 번째 마당' <미련 곰탱이 할매>에서 )
 

 한편, 미켈란젤로는 한 그루의 나무에서 깨달음을 얻고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는 노숙자에게 전해지는 폐지 수집 할아버지의 종이상자 이야기이다. 지은이는 이 말이 하고 싶었던게다.
 
 저 할배가 주워모은 폐지뭉치 속엔 / 희망 조각도 섞여 있었네 ( '아홉 번째 마당'   < 희망조각>에서 )
 
2008. 6. 8. 밤, '꿈을 모아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을 오늘도 보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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