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도 [한겨레신문]에 연재중인 '목요일자 생활문화매거진'이 이렇게 덜컥, 책으로 나왔다. 여기서 '덜컥'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지난해 연재 초기부터 매주 이 꼭지를 따로 보관하며 모아가며 보곤 했었기때문이다. 나는 이제 신문 스크랩을 왠만하면 하지 않기로 요근래에 맘 먹었는데 이 책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 아침마다 화장실에서 보던 내용들이 더 잘 갈무리 되어 '호화판 100% 천연색 사진'까지 더해져 이렇게 나오는데 촌스럽게 무슨 스크랩이란 말이던가! |
| |
| [ESC 일상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은 말 그대로 소소한 일상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는 방법에 관한 친절한 매뉴얼이다. 공항에가서 노는 법,동물원을 즐기는 법, 오래된 옛동네를 찾아가 추억에 잠기기,노트북 갖고 놀기 문방구 탐험 등등…. 우리가 조금만 관심의 방향을 틀면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을 참 친절하게도 설명하고 소개해 놓았다. 책에는 '부록'으로 <100개의 키워드로 읽는 2008~2009 Esc 트렌드>까지 더해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내가 도대체 어디쯤에서 머무는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 모르는게 30% 가까이 된다니...--; |
| |
| 여러 꼭지중 나의 감성을 가장 자극하는 이야기 두어가지만 살펴보자. <서울 속 낯선 서울 부암동> 이라는 이야기 꼭지가 내 눈길을 끌어당긴 것은 서울 속의 오래된 동네 이야기이지만 내가 자라던 곳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곳이 어디냐고? 부산 진구 '부암동'이다. 서울의 '부암동'은 [ESC]에도 데뷔?하여 이제는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가 되어가고 있지만 부산의 '부암동'은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동서고가"로만 들어섰을 뿐 주변의 길 풍경은 내가 자라던 30년전과 변한 것이 거의 없다. 어제도 부산에 다녀오며 흘깃 눈길만 주고온 내 고향 부암동이 오늘따라 더욱 그립다. 부암동-당감동으로 이어지던 그 곳에 이제는 일부 개발되어 아파트도 들어오고 고등학교도 들어서고 하였지만 예전에 내가 자라던 그 곳은 산자락 위 초등학교도 그대로 있고 작은 집들도 다닥다닥 들어선 곳이었다. 진양고무,동양고무 등이 있던 그 쓸쓸한 거리에서 나는 자랐다. 지금에야 추억도 사진도 벗들도 다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지만.... '부암동'이라는 이름 석자만으로도 밀려오는 무엇이 있는 것이다. |
| |
| 그리고 <문방구 탐험 안내서>를 보며 나는 또 아이랑 자주가는 지금 우리동네 문방구 "소금쟁이"(5평)를 생각한다. 교보문구처럼 대형매장이 아니어도 아이의 교재를 사러 따라 들어가면 지금도 나를 유혹하는 아기자기한 필기구와 노트들... 문구 매니아라는 이름이 있다던데 아마 나도 그 축에 들 것이다. 아이도 나를 닮아 필통에 필기구에 지우개까지 틈만나면 몇 개 씩 모으고 있으니 이 놈의 수집벽은 '내림'을 하는갑다. 책을 보며 하나씩 눈길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나는 지루한 일상에서 잠깐이나마 비껴 설 수 있다. 하지만 그 곳에 가보지 않고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추억의 생성은 책만으로는 이뤄지지 않을 터이니, "살림살이, 재미있습니까?"라는 물음에 "네"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도록, 이번 주말에는 아이 손을 잡고 내 고향 '부암동'에 다녀와야 겠다. |
| |
| 한 번 사는 인생. 우리는 지루하지 않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미시적으로든 거시적으로든 재밌게 살자, 재미없는 것들을 배격하자. ('고경태'팀장) (11) |
| |
| 침대 머리맡, 또는 화장실에 들어가기 前, 손 닿기 쉬운 가까운 곳에 놓아두고 틈날때, 지루할 때 펼쳐보자.. '일상탈출'이 필요할 때 꽤 도움이 되리라… |
| |
| 2008. 5. 31. '여름'이란 녀석, 벌써 달려들고 있다, 몸도 바쁘다. |
| |
| 들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