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 그때가 더 행복했네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1
이호준 지음 / 다할미디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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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머리로 읽어 지식이 되는 글이 아니라 가슴으로 읽어 감성이 되는 글입니다. ('들어가는 글'에서) (5)
 
 글과 사진이 제대로 어우러져 우리를 옛추억으로 들이민다.따라 들어가지 않으려 발버둥쳐보지만  한 컷의 사진과 한 줄의 글로도 빨려들어간다. '달동네','고무신','연탄','구멍가게','달걀꾸러미' 등의 꼭지 이름만보았을때에는 어찌 '그때가 더 행복했네'라는 부제를 붙일 수 있단 말인가?하며 반발하였지만 그림같은 사진과 더 그림같은 이야기들을 만나곤 '그래, 그때가 더 행복했었지'라고 잠시나마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정말 지나가 버린 모든 것은 추억이 되어 우리 곁에 머무는 것일까?
 
 농촌의 전통과 관련된 추억거리는 내 기억속에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 1부에 해당하는 <청보리 일렁이던 고향 풍경>과 3부에 해당하는 <술도가·서낭당이 있던 자리> - 2,4부의 <연탄·등잔, 그 따뜻한 기억> 과 <완행열차와 간이역의 추억>은 내게도 꽤많은 추억거리가 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아려왔다. 
 
 달동네-내가 나서 자라던 곳이 바로 달동네 또는 그 아랫마을이 아니던가, 고무신-당연히 나 역시 검정 고무신에 얽힌 추억거리가 한보따리이고,연탄- 대부분이 경험해보았을 가스중독을 죽지 않을만큼은 해보았다. 괘종시계-역시 집 어딘가에 걸려 있던 기억이 있고, 도시락-은 고등하교때까지 싸가지고 다녔다, 그것도 두 개씩이나. 어쩌다 한 번 가는 가족나들이에는 '사진사'아저씨에게 사진을 찍고 즉석사진-폴라로이드-을 받거나 주소를 적어 우편으로 사진을 받곤 하였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엄마와 나랑 동생이랑 부산 용두산공원에서 7살때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이 아직도 남아 있다.
 
 완행열차와 간이역의 추억은 80년대 중반 대학생활을 하며 가지게된 추억이라 앞서의 추억들보다는 행복한 기억들이 많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결국 그 때에도 달동네 근처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슴에도 혼자 서울로 떠나있다는 해방감에 나만 더 행복했었던 것 같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쏟아지는 추억들에 몇 번을 책장을 덮었다가 다시 손에 들곤 하였는데 그래도 '그때가 더 행복했네'라고 나는 아직 이야기할 나이는 아닌가보다. 사춘기 청춘의 민감한 시절에 전전하던 이사와 산 위 달셋방 등의 기억, 연탄가스 중독으로 아팠던 흐릿한 기억들이 그 때를 행복한 시절로 돌아가게 하지않나 보다. 특히 완행열차와 간이역을 오가며 젊음을 만끽하던 시절에 어머니를 떠나보낸 기억까지 더해지면 오히려 가슴 시린 추억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보리밭 풍경이나 초가집 사진, 섶다리의 아련함등을 만나고 돌아서면 그 모든 추억들이 잘 버무려져 나도, 내가 건너온 그 시절도 이 책속의 이야기들처럼 행복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또 왜일까? 개인적으로 딱 한가지 많이 아쉬운 이야기는 '전통혼례'인데 아내랑 10월 말경을 결혼날짜로 잡고 야외 전통혼례를 치르려 하였었는데  날이 추워 진행하지 못하고 그냥 평범한 결혼식을 하였던 일이다. 전통혼례는 꼭 해보고 싶었는데….십여년을 더 기다려 은혼식때나 다시 도전해볼까나...... 이래저래 쏟아지는 추억거리에 잠 못 이루는 밤이다.
 
 아이는 그 과정이 좋았다. 쓸모없을 것 같았던 쇳덩이가 괭이가 되고 칼이 되는 과정을 보는 건 산수 문제를 풀고 국어책을 읽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푸른 불꽃 속에 몸을 담그고 나온 쇠는 아름다웠다. ~ ~ 아이는 커서 대장장이 조씨를 떠올릴 때마다, 그는 어쩌면 쇠를 두드린 게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두드리고 담금질 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는 했다. 살아도 살아도 헛헛하기만 한, 가슴속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그렇게 두드려 대고 있었던 건 아닐까. ('대장간'에서) (33)
 
 사진만큼 아련하고 그리운 이야기들이 이 책에는 넘쳐난다, 만나 보시기를…….
 
2008. 5. 18. 새벽, 책 속의 사진을 자꾸 뒤적거리며…….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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