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반을 듣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음악에 대하여 단지 즐길줄만 아는 나는 무엇보다 '사전지식'이 없는게 좋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모르는 음악을 처음들었을 때 느끼는 그 감정의 울림을 오롯이 느끼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다들 알다시피 흔치않다. 퇴근길, 차에 시동을 걸고 볼륨을 올리자마자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그리고 흐르는 선율, 가수도 곡도, 악기도 모르는 채로 받아들이는 떨림의 황홀함은 한 해에 몇 번 찾아오지 않는다. |
| |
| 그 다음 방법으로는 그럴듯하게 보이는, 괜찮아 보이는 음반을 구입하여 포장을 뜯고 아무런 선입견없이 무조건 듣는 것이다. 최소한의 지식만 간직한 채..그러니까…… 이 음반처럼 [월드뮤직 마리 앤] 유러비젼 송 컨테스트 수상자, 이 정보만으로 만나고 무작정 듣는 것이다. 이번에 일단 이 단계에까지 접어드는 데 성공하였다. -사실 이정도 무식함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아침마다 출근 전 한시간씩 새음반, 새목소리를 만나는 것이다. |
| |
| '월드뮤직'이란 개념은 내게 우리노래 그리고 영어로 된 노래를 제외한 모든 음악으로 다가온다. 지난 가을 지름신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던 "Best World Music 100 (5CD)" - (탱고/파두/샹송/보사노바/플라멩코) 이 있기에 '마리 앤'의 샹송도 큰 긴장없이 들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리고… |
| |
| 보름 가까이 아침마다 마리 앤을 만났다. 아이도, 아내도 잠든 시간에 홀로 깨어 아침준비를 하며, 책을 보며, 혹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만난 그녀의 노래들은 역시나, 그리고 …. 였다. '역시나'라고 느꼈던 부분은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 듣기에 아주 편안하고 부드러운 노래를 한다는 것이다. 음반이 1회전하는 약 50여분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게 이어진다. 당연히 곡 하나하나의 뜻을 모르는 채 들었음에도 잘 짜여진 한 편의 영화음악 OST를 듣는 것 같다. 부드러운 선율과 목소리가 잘 어울려 귀에 감겨온다.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는 기존에 듣던 샹송보다는 조금 더 '가을냄새'가 난다. 쓸쓸한 느낌, 아침에 겨우 눈을 떠 따뜻한 햇살을 맞이 하기전에 더욱 어울리는 목소리이다. 굳이 계절로 표현하자면 '가을'이다. 예전에 듣던 샹송들은 부드럽고 감미로우면서 달콤한 느낌이 더 많이 묻어 났는데 '마리 앤'의 노래에서는 '초컬릿'보다는 '커피'향이 더 짙게 배어온다. |
| |
| 아마 앨범 쟈켓의 표지에서 풍기는 이미지도 큰 역할을 하였으리라. 아무리 선입견을 가지지 않더라도 나란 놈이 아는게 별로 없기에 흘깃 보고 던져둔 카페의 풍경에서도 이런 느낌을 능히 추측해냈으리라….. 하지만 들어보시라…노래도 그 풍경을 충분히 담아낸다….그리고 이제서야 해설지를 보니 차분한 글들의 내용이 가사가 되어 있다. '북쪽의 태양 밑', '편지해줘', '사랑하는 친구야', '기억해 줘', '난 널 사랑해', '리가의 골목길에서', '허무', '안녕,내 사랑', '빨강 머리 잔느', '후안', '목소리'로 이어지는 노래 제목만 보아도 삶의 열정보다는 쓸쓸함이 묻어난다. 하지만 쳐지고 우울한 목소리는 아니다. 마냥 들뜨게 하지 않는 달콤함이라고 표현하고 싶은 그런 목소리이다. '포근함'- 따뜻함이 아닌, 이 어울리는 노래들이다. |
| |
| 노래해주는 목소리, 황홀하게 만드는 목소리 / 그것을 추억하기 위해 밤을 기다린다. / 노래해주는 목소리, 황홀하게 하는 목소리 / 그 목소리는 바로 나의 소리, 나의 노래다 ( 끝곡 '목소리'의 마지막 가사 부분) |
| |
|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노래에 딱 어울리는 자신감이다. |
| |
| 2008. 5. 16. '마리 앤'을 가을속으로 떠나 보내며……. |
| |
| 들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