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프가니스탄, 듣기만 하여도 가슴 갑갑한 전쟁과 살육의 땅,피와 살이 흩뿌리며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터, 지금도 국익을 위하여 '평화유지군'이라는 명분으로 우리 젊은이들이 파병나가 있는 곳, 바로 그 곳,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떤 따스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으랴. 아픔과 눈물만으로도 넘쳐나는 이야기들일진데….
 
 그것은 슬픔과 분노와 환멸의 눈물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깊고 깊은 치욕의 눈물이었다. (53)
 
  주인공 '마리암'이 아버지 '잘릴'-자신과 엄마를 버려두고 굶어죽지 않을 만큼만 돌보는 주인님이지만 자신에게는 더없이 친절하고 상냥하다고 믿었던-을 찾아갔다 당하는 냉대와 질시로 현실세상속의 자신의 위치를 깨닫는 장면에서 흘리는 이 눈물이 본격적인 수난극의 시작인 셈이다. 
 
 나나는 눈송이 하나하나가 이 세상 어딘가에서 고통 받고 있는 여자의 한숨이라고 했었다. 그 모든 한숨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어 작은 눈송이로 나뉘어 아래에 있는 사람들 위로 소리 없이 내리는 거라고 했었다. "그래서 눈은 우리 같은 여자들이 어떻게 고통당하는지를 생각나게 해주는 거다. 우리에게 닥치는 모든 걸 우리는 소리 없이 견디잖니." (125)
 
 마리암의 어머니인 '나나'는 생전에 마리암에게 여자의 고통과 눈물에 대하여 이처럼 이야기한 바 있으나 그녀는 마리암을 남겨두고 홀로 세상을 떠나버린다. 마리암에세 평생의 한을 짊어지게하고…. 그리고 마리암은 엄마의 기대에 맞게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기 시작하는데… 아버지로부터의 버림받음, 강제로 한 결혼생활에서의 유산,폭력과 구타 등등 그리고 또 한 사람의 주인공인 '라일라'의 등장으로 인한 배신까지 한 여자로서 당할 수 있는 최대한의 불행을 만나고 만다. 
 
 한편, 우여곡절 곁에 마리암의 곁에와 '타리크'의 아이를 놓는 라일라도 마리암 못지 않은 고통을 겪게되는데 이것은 시대적인 상황과 두 사람의 공통 남편 라시드의 무지막지한 폭력 때문이다. 결국 이 두사람은 시대적,종교적인 까닭으로 여자로서 온갖 불이익을 받고 남편으로부터도 말할 수 없는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모욕을 겪는데 그 모습이 마치 고난의 행군속에 있는 병사들처럼 여겨지곤 한다. 덕분에 두 여자는 동지가 된다. 그러나 고통은 극한 상황에 다다르자 터지고야 마는데 마침내 '라일라'는 '라시드'에게 반항하게 되고 '마리암'은  '라시드'를 죽여버린다. 불가능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브라보! 하늘 아래 불가능 한 일은 없는 법이다.
 간략하게 요약하였지만 그 속에서 만나고 겪는 두 여인과 아이의 고통은 다시 말 해 무엇하리오. 하지만 어쩌랴,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떠난 사람은 모두 떠났으니……. 마리암은 결국 라시드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지만 덕분에 새 세상으로 탈출하게된 '라일라와 그의 가족들'은 다행히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라일라는 물어물어 마리암의 옛고향을 찾아가 마리암의 아버지가 마리암에게 남겨둔 편지를 만나는데, 그는 이미…….
 
 아무 것도 되돌릴 수 없는 때가 되어서야 뭔가를 깨닫는 사람들을 위한 벌 (551)
을 받고 세상을 떠났으며 잘나가던 그의 가정도 끝장나버렸다. 인생은 돌고 도는 것이 아니기에…. 그리하여 다시 우리는 이 슬프지만 아름답고 결국은 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나라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간다는 것, 가족이라는 존재, 이웃이라는 울타리,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 그 자체에 관하여….
 
 요셉은 가나안으로 돌아갈 것이니 슬퍼하지 마라.
 헛간은 장미꽃밭으로 바뀔 것이니 슬퍼하지 마라.
 살아 있는 모든 걸 집어 삼키려고 홍수가 닥치면
 노아가 태풍의 눈 속에서 너희들을 안내할 것이니 슬퍼하지 마라. (561)
 
 어떠한 곳에서도 꽃은 피어나고 희망은 다가오나니….
 
 하지만 마리암은 대부분, 라일라의 마음 속에 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천 개의 태양의 눈부신 광채로 빛나고 있다. (562)
 
 찬찬히 살펴보면 너무도 가슴아픈 비극들이 넘쳐나는 이야기지만 나는 그 속에서도 결국엔 고향으로 돌아와 아이를 가르치는 라일라를 보며 살아갈 힘을 얻고 이 나라와 사람들의 앞길을 축복하게 된다. 그래, 이것이 삶이리라, 떠나간 마리암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바른 길이리라 생각하며 그녀의 앞날에 두 손들어 박수를 쳐본다.
 
 타브리크(축하합니다), 라일라 ! , 베바크시(미안해요), 마리암 !
 
 
2008. 4.24.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까웠다', 옛명제를 떠올리며….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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