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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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제 1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소설, 그 이름만으로도 기대가 되는 작품인데 주말 밤 책을 펼쳐들고는 끝내 다 읽고야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만큼 '유쾌,상쾌,통쾌'한 소설이다. 분명 가슴아픈 이야기가 주로 흐르는 이야기이건만 하나님께 담임을 죽여달라고 꼰지르는 주인공 완득이의 기도 부분부터 쿡쿡 터져 나오는 웃음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이번 주에 안죽여주면 나 또 옵니다. 거룩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 (완득이의 기도) (9)
 
 단계를 건너뛴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나님 아버지께 부탁하는 것이 아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것이다. 예수님도 건너뛰고 누구에게? 바로 그 하나님에게 협박하는 것이다. 아버지는 난장이이고 어쩌다 같이 사는 피다른 삼촌은 말더듬이다. 엄마는 베트남인인데 집을 나가 있다. 그 아들이 주인공 완득이다. 정상적인 생활이라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그 균형을 잡아주는 사람으로 오히려 이상한 담임 선생,똥주가 등장하는 것이다.
 
 좋은 데 가라는 말 아니다. 남들이 해보는 건 해봐라. 때 놓치면 하고 싶어도 못 한다. (아버지가 완득이에게) (24)
 
 아버지는 완득이에게 어짜든동 대학을 가고 글을 써보라고 하는 데 담임은 완득이의 심각한 상황을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앞서서 완득이를, 그런 아이들을 다스린다, 마치 깡패처럼..하지만 선을 조절할 줄 안다. 체벌을 '유예'시켜주는 것이다. 완득이네 옆집에 허름하게 살면서도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일을 하고 완득이에게 어머니를 다시 만나도록 길을 열어준다. 공부가 저눕가 아님을 이미 알고 있는 참교육을 시행하는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때에도 그런 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공부는 10등까지만 하고 나머지는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운전하는 사람도, 똥치우는 사람도 필요한 것이고 그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던 그 키작은 선생님은 독일어 선생이었고 독일 유학을 다녀왔다는 이야기가 흘러 다녔다. 지나고 보니 완득이가 죽기를 바라는 담임과 비슷한 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뭐 저런 선생도 있냐고 손가락질을 하곤 했었다. 그런 것이다. 완득이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이 어떻게 세상 돌아가는 일을 다 알 수 있었으랴. 다만 그들이 어떠한 길을 가도, 흔들리더라도 꺾이지 않을 마음속 줏대를 세우고 잡아주는 것이 중요한 일임을 제대로 가르쳐 주는 분이 얼마나 되었으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넉넉한 나라에서, 꼴 같지 않게 제 3세계니 뭐니 해가며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아낌없이 무시해주는 나라에서, 어머니가 무척 힘들었을 거라고. 그럼 그 조건에 +1해서 어머니 없이 사는 나는 뭔가. ( 난장이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를 둔 완득이의 생각) (46)
 
"선생님," "왜 불러." "고맙습니다." "얼른 가, 새끼야." 나는 잡고 있던 문고리를 놓고 똥주네 옥상을 내려왔다. ( 담임선생-똥주-과 완득이의 화해장면) (84)
 
 결국 완득이는 담임, 똥주를 자신의 선생님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간다. 엄마도 받아들이고 여자 친구도 생긴다.
 
 "가지 말라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가만히 버티면 풀릴 오해는 풀린다고. 오해를 안고 떠나면 남은 애들한테는 죽을 때까지 그런 애로 기억될 거라고 하더라." (정윤하- 완득이 여자 친구-가 완득에게 하는 말) (94)
 
 현실과 부딪힐 때 결코 물러서서는 안 됨을 담임은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그래야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을 아니까. 우리는 얼마나 많은 뒷걸음질과 도망으로 젊은 날의 한 복판에 많은 회한을 던져놓았던가. 그래, 삶은 끝까지 버팅기는거야, 물러서지 않고.
 
 " ~ 너, 나 욕할 자격 없어,새끼야. 쪽팔린 줄 아는 가난이 가난이냐? 햇반 하나라도 더 챙겨 가는 걸 기뻐해야 하는 게 진짜 가난이야. 햇반 하나 푹 끓여서 서너 명이 저녁으로 먹는 집도 있어! 문병 오면서 복숭아 하나 안 사 오는 싸가지 없는 새끼. 아이고, 나 죽네." ( 담임-똥주가 완득에게) (136)
 
 가난에 주눅드는 젊음에게 이 보다 고마운 말은 드물 것이다. 인문계 고3, 수험공부에 바빠야할 시절에 아버지를 따라 황금같은 여름방학을 바닷가에서 컵라면을 팔며 보내보았기에 나는 그 심정을 조금이나마 안다고 할 수 있다. 다행히도 난 그 가난을 부끄러워하지는 않았다.
 
 " ~ 너 말이야. 사실이 그런 건 그냥 그렇다고 말해버리는게 속 편하다." ~ " ~ 니가 속에 숨겨놓으려니까, 너 대신 누가 그걸 들추면 상처가 되는 거야. 상처 되기 싫으면 그냥 그렇다고 니 입으로 먼저 말해버려." (담임-똥주가 완득에게) (137) 
 
 그렇지, 숨긴다고 숨겨질 일이 있으랴,묻어둔다고 묻혀지랴..그냥 내버려두면 꽃 필일은 꽃피고 거름될 일은 거름되리니 그냥 편하게 바라보고 내버려두자. 먼저 말해버리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네가 공격할 부위만 보지 말고, 상대방 움직임을 봐. 들어가는 것보다, 들어오는 거 받아치는 게 더 강한 거야.~" (체육관 관장이 완득에게) (165)
 
 완득이는 자신의 특기를 킥봉싱에서 찾아가는데 그 때 관장에게 배우는 말이다. 삶이란 세상을 바라보고 웅크리고 추스리고 자세히 본다음 받아쳐야 하는 것을 운동을 통하여도 배우는 것이다. 지는 것이 곧 이기는 것임을….
 
 작은 하루가 모여 큰 하루가 된다. 평범하지만 단단하고 꽉 찬 하루하루를 꿰어 훗날 근사한 인생 목걸이로 완성할  것이다. (완득이의 속말) (234)
 
 참으로 오랜만에 맛본 재미있는 성장소설이다. 글쓴이의 나이를 보니 아직 젊다. 앞으로 더 좋은 우리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길 기대한다. 끝으로 이 책에 대한 추천사는 윤도현의 추천사가 가장 어울리는 것 같아 옮겨본다. 모두들 즐독하시라….
 
'유쾌,상쾌,통쾌'! [완득이]를 읽으면서 절로 떠오른 표현이다. 장애인,이주노동자 문제 등 우리 사회의 편견에 대해, 이토록 유쾌하게 풀어낸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다. ~ 경쟁에 지치고 외로운 우리 시대 젊은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 (뒷표지, 윤도현의 추천글)
 
2008. 4.21. 밤, 꿈에서라도 만나 한판 뛸까? 완득이 ^^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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