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다리 - 제1회 문학의 문학 5천만원 고료 소설 공모 당선작
우영창 지음 / 문학의문학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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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문학], 5천만원 고료 당선 소설" 이라는 거창한 문구가 떠억하니 붙어 있는 신인 작가의 소설을 만난다.  증권회사 지점장의 경력이 아니라면 도저히 이야기하지 못 할 내용들을 때론 실전투자 처럼 때론 구라같이 술술 풀어낸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소설은 읽는 재미가 있으면 50%는 먹고 들어가는데 그런 면에서 절반의 성공은 확보한 셈이다. 아마 그 재미외에 또 무언가가 있기에 "박완서,김병익,황석영"이라는 어마어마한 이름의 심사위원들이 이 책을 당선작으로 뽑았으리라.
 
 잘 나가는 증권맨,아니 증권우먼인 맹대리와 그녀를 둘러싼 일상이 이 책 이야기의 전부인데 사랑 보다 구체적인 그녀의 성생활과 더 구체적인 업무- 주식 이야기가 넘나들며, 읽는 이를 강하게 유혹한다. 소재도 노출도 적당하고 글 솜씨도 만만치 않다.
 
 육체는 정신보다 외롭다. 그게 다시 정신을 쓸쓸하게 한다. 거리엔 눈부신 차창을 단 오후 한시의 버스들이 차례차례 와서 떠나가고 있다. (204)
 
 제대로 강을 보려면 서울을 벗어나야 한다. 고즈넉한 어둠 속에서 드문드문 켜져 있는 불빛만이 아스라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227)
 
 곰같은 남자는 싫다. 코 골며 나가떨어진 곰 곁에서 밤은 무거운 외투를 끌며 한없이 느리게 지나갈 것이다. (244)
 
 매력적인 문장들이 여러곳에 포진하고 있다. 쉽게 읽히지만 쉽게 덮어두기에는 아쉬운, 달콤쌉사름한 맛의 글들이다. 게다가 현실적인 주식이야기가 넘쳐나고 있으니….
 
 우리가 들은 바로는, '주가는 아무도 알 수 없다'이다. (51)
 
 어차피 제일 큰 도둑놈은 정부나 증권회사 아니오? 서민 피 빨아먹는 조직이 그거 아녀. (254) 
 
 있는 자가 더 버는 구조, 정당하지 않지만 그 유혹에 저항할 만큼 자제력(양식이 아니다)있는 관료나 경영인은 드물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다. (254)
 
 ~(주가가 떨어져 보유주식의 30퍼센트를 팔았는데 이제 주가가 오르고 있을 때)  여기가 투자자의 성향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70퍼센트가 남아 있으니 오른 걸 기뻐해야 이치에 맞지만 상당수는 30퍼센트 판 주식에 미련을 갖고 기분이 언짢아진다. 이런 성향은 실생활에도 적용된다.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고 없는 것,처분한 것,과거의 실수에 집착하는 것이다. 편견같지만 여자에게 이런 성향이 더 강하다. (258) 
 
 책 속에 펼쳐지는 동성애,양성애 같은 사랑은 그들만의 이야기로 놓아두자. 우리가 왈가왈부 한다고 그 길의 사람들이 코방귀나 뀌겠는가. 쿨하고 또 쿨하여 시원시원한 맹대리의 사랑이야기를 이 시대 골드미스의 전형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으리라. 그렇게 시대를 앞서가며? 살아내는 사람들은 어디에도 있게 마련이고 우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 수도 있지라는 자세로 바라보면 그만이리라. 소설을 통하여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에 그리 많겠는가.너무 큰 기대를 하지말자...
 
 주식과 관련하여서는 다른 이야기가 있다. 스스로는 한 번도 주식 투자를 한 적이 없는 못난이지만 주변에는 주식으로 흥망성쇠를 겪은 이들이 많이 있다. 그런 이들에게 이 책은 조금은 위안이 될 것이다. 큰 기대 자체가 큰 실망을 불러옴을 주인공의 주식운용을 통하여 배울 수 있을 터이니까….
 
 결국 우리 삶은 주인공이 즐겨 이용하던 '하늘다리'처럼 안정적인 생활 기반 위에서가 아니라,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것임을, '구름다리'처럼 출렁이는 삶을 살아가야함을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하여 만날 수 있다. 단, 미성년자 관람불가!.
 
 우리의 미래는 파도 소리에 섞여 웅얼거림으로 들려왔다. 확실한 건 없었다. 불투명했고 우린 앞날과 지금의 시간을 사랑했다. (212)
 
2008. 4. 19.  '곰같은 남자'인 스스로를 돌아보는 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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