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의 문학], 5천만원 고료 당선 소설" 이라는 거창한 문구가 떠억하니 붙어 있는 신인 작가의 소설을 만난다. 증권회사 지점장의 경력이 아니라면 도저히 이야기하지 못 할 내용들을 때론 실전투자 처럼 때론 구라같이 술술 풀어낸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소설은 읽는 재미가 있으면 50%는 먹고 들어가는데 그런 면에서 절반의 성공은 확보한 셈이다. 아마 그 재미외에 또 무언가가 있기에 "박완서,김병익,황석영"이라는 어마어마한 이름의 심사위원들이 이 책을 당선작으로 뽑았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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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나가는 증권맨,아니 증권우먼인 맹대리와 그녀를 둘러싼 일상이 이 책 이야기의 전부인데 사랑 보다 구체적인 그녀의 성생활과 더 구체적인 업무- 주식 이야기가 넘나들며, 읽는 이를 강하게 유혹한다. 소재도 노출도 적당하고 글 솜씨도 만만치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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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체는 정신보다 외롭다. 그게 다시 정신을 쓸쓸하게 한다. 거리엔 눈부신 차창을 단 오후 한시의 버스들이 차례차례 와서 떠나가고 있다. (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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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강을 보려면 서울을 벗어나야 한다. 고즈넉한 어둠 속에서 드문드문 켜져 있는 불빛만이 아스라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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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같은 남자는 싫다. 코 골며 나가떨어진 곰 곁에서 밤은 무거운 외투를 끌며 한없이 느리게 지나갈 것이다. (2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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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력적인 문장들이 여러곳에 포진하고 있다. 쉽게 읽히지만 쉽게 덮어두기에는 아쉬운, 달콤쌉사름한 맛의 글들이다. 게다가 현실적인 주식이야기가 넘쳐나고 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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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들은 바로는, '주가는 아무도 알 수 없다'이다. (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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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제일 큰 도둑놈은 정부나 증권회사 아니오? 서민 피 빨아먹는 조직이 그거 아녀. (2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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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는 자가 더 버는 구조, 정당하지 않지만 그 유혹에 저항할 만큼 자제력(양식이 아니다)있는 관료나 경영인은 드물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다. (2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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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가가 떨어져 보유주식의 30퍼센트를 팔았는데 이제 주가가 오르고 있을 때) 여기가 투자자의 성향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70퍼센트가 남아 있으니 오른 걸 기뻐해야 이치에 맞지만 상당수는 30퍼센트 판 주식에 미련을 갖고 기분이 언짢아진다. 이런 성향은 실생활에도 적용된다.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고 없는 것,처분한 것,과거의 실수에 집착하는 것이다. 편견같지만 여자에게 이런 성향이 더 강하다. (2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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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에 펼쳐지는 동성애,양성애 같은 사랑은 그들만의 이야기로 놓아두자. 우리가 왈가왈부 한다고 그 길의 사람들이 코방귀나 뀌겠는가. 쿨하고 또 쿨하여 시원시원한 맹대리의 사랑이야기를 이 시대 골드미스의 전형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으리라. 그렇게 시대를 앞서가며? 살아내는 사람들은 어디에도 있게 마련이고 우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 수도 있지라는 자세로 바라보면 그만이리라. 소설을 통하여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에 그리 많겠는가.너무 큰 기대를 하지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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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과 관련하여서는 다른 이야기가 있다. 스스로는 한 번도 주식 투자를 한 적이 없는 못난이지만 주변에는 주식으로 흥망성쇠를 겪은 이들이 많이 있다. 그런 이들에게 이 책은 조금은 위안이 될 것이다. 큰 기대 자체가 큰 실망을 불러옴을 주인공의 주식운용을 통하여 배울 수 있을 터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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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우리 삶은 주인공이 즐겨 이용하던 '하늘다리'처럼 안정적인 생활 기반 위에서가 아니라,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것임을, '구름다리'처럼 출렁이는 삶을 살아가야함을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하여 만날 수 있다. 단, 미성년자 관람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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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미래는 파도 소리에 섞여 웅얼거림으로 들려왔다. 확실한 건 없었다. 불투명했고 우린 앞날과 지금의 시간을 사랑했다. (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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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4. 19. '곰같은 남자'인 스스로를 돌아보는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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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