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김현이 말했다. "책 읽기가 고통스러운 것은 책 읽기처럼 세계를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말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책 읽기가 행복한 것은, 책 읽기처럼 세계를 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책 읽기의 고통도 행복도 세계와 책 사이 결코 견딜 수 없는 간격에 있다. 그 간격의 사다리 위에 선 책벌레 노인은 지금 더 없이 행복하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72~73)
누워서 생각했다. 산다는 거 한 순간인데, 나는 왜 책에 대해 이토록 집착하는 것일까? 왜 다 읽지도 못하면서 곁에 자꾸 두고 바라만 보아도 행복해하는 것일까? 그러다 문득, 지금의 이 모습을 그림으로 남긴다는 생각이...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아내와 누워 랑딸의 낭송을 듣고 있는 나와 책을 들고 읊조리듯 그림 속 책 이야기를 읽어가는 랑딸의 모습, 내가 그림에 소질이 있다면 바로 이 장면을 그려서 이야기의 마지막에 놓아두고, 이 책의 끝 문장을 덧붙이리라.
감히 말하기를, 쓰기를 주저하지 말 일이다. (286)
그리고 '감히', 또 말할 것이다.
책도, 술도 바라보는 순간이 더 맛남을.
( 190708 들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