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 탐서주의자 표정훈, 그림 속 책을 탐하다
표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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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는 맛을 위하여' -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뉴턴을 생각하는' 자신을 그려달라 주문하고 뉴턴의 저서를 옆에 두고 포즈를 취한 페랑 부인. 비로 ㄱ그것이 자신의 교양 수준을 과시하기 위한 그야말로 포즈에 불과했을지라도, 그 '교양적 포즈'를 취하려는 생각이 또 하나의 교양. 속물성을 담고 잇을지라도 일종의 교양적 커뮤니케이션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술잔은 비워야 맛이라지만 책은 반드시 읽어야만 맛이 아니다. (79~80)


책을 읽는 그림 속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며 펼쳐지는 시대와 역사 이야기가 흥미롭게 때로는 설레며 다가오는, 신선한 시도의 책이다. 쏟아지는 일거리와 피로 덕분에 읽다가 지쳐 딩굴러리면서도 손에서 놓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으니, 방학을 맞아 조금은 한가해진 랑랑에게 책을 낭독하게 하는 것이다. 아내는 요즘 유발 하라리의 "인류 3부작"을 읽느라 겨를이 없고, 나는 소파에 누워 랑딸이 낭랑하게 들려주는 그림 속 책 이야기를 들으며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



평론가 김현이 말했다. "책 읽기가 고통스러운 것은 책 읽기처럼 세계를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말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책 읽기가 행복한 것은, 책 읽기처럼 세계를 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책 읽기의 고통도 행복도 세계와 책 사이 결코 견딜 수 없는 간격에 있다. 그 간격의 사다리 위에 선 책벌레 노인은 지금 더 없이 행복하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72~73)



누워서 생각했다. 산다는 거 한 순간인데, 나는 왜 책에 대해 이토록 집착하는 것일까? 왜 다 읽지도 못하면서 곁에 자꾸 두고 바라만 보아도 행복해하는 것일까? 그러다 문득, 지금의 이 모습을 그림으로 남긴다는 생각이...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아내와 누워 랑딸의 낭송을 듣고 있는 나와 책을 들고 읊조리듯 그림 속 책 이야기를 읽어가는 랑딸의 모습, 내가 그림에 소질이 있다면 바로 이 장면을 그려서 이야기의 마지막에 놓아두고, 이 책의 끝 문장을 덧붙이리라.

감히 말하기를, 쓰기를 주저하지 말 일이다. (286)

그리고 '감히', 또 말할 것이다.
책도, 술도 바라보는 순간이 더 맛남을.

( 190708 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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