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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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오사카 가족 나들이를 갔을 때 만난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게스트하우스 커피숍에서 한 잔 마시며 폼을 잡고 바라본 바깥 풍경, 지나 다니는 사람들은 거의가 많이 늙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 젊은이들은 찾아봐도 거의 보이지 않던...

마흔 중반의 주인공이 느끼는 이 감정이 아마 그때 내가 받았던 인상의 아름다운 문학적 표현일 것입니다. 어쩌다 나와서 혼자 살게 된 주인공이 바라보며 만나며 겪으며 지나치는 이런 풍경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곧 다가올 우리 이야기라 생각되며 쉽게 빨려 들어갑니다.

참으로 소소한 개인사를 작은 마을의 풍경, 몇 사람과의 관계, 작은 사건들의 부딪힘을 통해 현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평범함과 피곤함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마 그래서 작가도 이런 생활이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거라고 이야기하는 것이겠지요.

무엇보다, 제게 다가온 것은 이 작고 쓸쓸한 풍경들이 이제 곧 우리들의 이야기가 될 거라는 것입니다. 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만날 수밖에 없는 흔한 이야기들의 현실감이 글 속에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더 쉽게 읽히는 것 같습니다.

'우아한지 어떤지'는 나중에 알게 될 지라도 일단은 저(?) 정도라도 살아갈 수 있는 어떤 힘! 을 키워야겠습니다. 새해가 시작되었으니 좀 더 보고 듣고 생각하며 나누며 살아가야겠습니다.

( 190102 들풀처럼 )


#오늘의_시
#보다 -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혼자서 걸을 수는 있어야.....

슈퍼에 도착했다. 늘 두는 곳에서 자전거 스탠드를 세웠다.
널찍한 부지에 선 단층 건물인 고급 슈퍼를 볼 때마다 남 일이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된다. 토요일은 그렇다 쳐도 평일에 가면 손님이 팔십 퍼센트, 아니 구십 퍼센트는 고령자다. 가격표도 보지 않고 쇼핑할 수 있을 만큼 유복해도 그들이 뭘 많이 사는 것은 아니다. 자식은 독립했고 식사량은 줄어든 노부부 두 사람의 생활, 또는 혼자 사는 생활.

( ~ )

이십 년 뒤에도 나는 이곳에서 장을 보고 있을까. 점포는 물론이고 노인을 친절하게 상대하는 여자 점원도, 쇼핑백에 물품을 거드는 중년 남자 점원도. 인상이 좋은 정육 매장 청년도, 변하지 않을 리 없다.
지금 나는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와 이미 없어진 슈퍼마켓을 그리워하며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조용한 공간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노인들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금방이라도 꺼질 것처럼 연약한 게 흡사 환상처럼 보였다.

* 마쓰이에 마사시 장편소설,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에서 (145~146)
- 비채, 1판2쇄, 2018.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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