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의 성장
이내옥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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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바람을 맞으며






바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물이 낮은 곳을 따라 흐르듯, 바람도 부는 것이 아니라 흐른다. 정처 없이 이리저리 흐르므로 바람은 자유롭다. 바람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알 수 없는 곳에서 발원하여 흐른다. 보이지도 않고 잡을 수도 없으며 알 수도 없다. 오직 현묘할 뿐이다. 그래서 노자는 그 시원을 어둡고 캄캄한 골짜기 현곡(玄谷)이라 했으니, 참으로 알 수 없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포부를 물었을 때, 증점은 따듯한 봄날 강물에 목욕하고 언덕에 올라 바람 쐬고 노래 부르며 돌아오겠다고 답했다. ( ~ ) 증점이 말한 바는 풍류(風流)이다. 바람이 흐른다는 듯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존재하는 현묘한 것을 말한다. ( ~ ) 풍류는 가장 이상적인 멋이자 경지이며, 동양 예술정신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바람이 흐르는 곳에서 만물은 기를 얻어 소생해 움직인다. 바람은 생명이다. 동양 회화 제일의 품평 기준 또한 기운생동(氣韻生動)이었다. 태초에 하느님이 진흙으로 사람을 빚어 만들고 코에 입김을 불어넣으니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사람을 만든 것도 바람이요, 우리가 숨을 쉬는 것도 바람이다. 이렇게 우주의 생명은 바람이니, 우리의 삶도 바람이요, 우리의 생명도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간다.

* 이내옥, [안목의 성장]에서, 가려 옮김 (143~145)
- 민음사, 1판 1쇄, 2018. 6. 8



:
300여 쪽이 되지 않는 가벼운 산문집이라 수이 보고 손에 들었다가 이야기의 단단함과 단아한 문체에 끌려 곱씹으며 조금씩 맛보았습니다.

처음엔 이렇게 좋은 예술작품 이야기들을 건네면서도 어찌 사진 한 장 없을까 하고 편집의 무심함에 아쉬도 하였지만 글을 따라 흐르다 보니 어느새 눈 앞에서 그 작품들이 보이는 듯합니다.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을 때는 '검색'이라는 좋으 방편도 있더군요.

지친 몸과 맘을 내려놓고 사물을 바라봄을 넘어 바람처럼 흐르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한 뼘 자란 스스로를 만나게 됩니다.

지은이가 은퇴 후 살고 있다는 사진 속 "한 칸 집"처럼 아홉 칸의 방이 한 칸도 되었다가 따로 또 같이 두루 쓰이는 것처럼 이 책도 만나는 분들에게 그러한 길잡이 또는 벗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감히, 오랜만에 권해드립니다.

( 180711 들풀처럼 )


#오늘의_시
#보다 - [안목의 성장]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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