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 현대성의 형성-문화연구 10
김진송 지음 / 현실문화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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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흥미로웠다.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어째 좀 삐딱선을 타는 듯한 느낌에 호기심도 강해졌다. 개화와 전통이 뒤섞여 혼란스러웠던 시기, 외국 문물을 체화한 사람들에 대한 동경과 시기, 그 자체를 천시하는 시선까지 다양하고 복잡한 면모를 보여주는 책, 이 책이 의도한 것은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다.

단순히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는 그 시대에 대한 우리의 궁금증을 쉽게 해소할 수가 없다. 저자 역시 그런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그는 신문기사와 사진, 각종 만평만화, 잡지의 글을 인용하고 스크랩해서 친절하게 우리 앞에 내밀고 있다.

근대성 혹은 현대성이라는 말만큼 경계가 모호하며 정확히 규정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우리는 늘 그 언저리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늘 헤매니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비록 딱 맞아 떨어지는 정의는 아닐지언정,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다.

타문화가 들어왔을 때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의식주를 비롯, 점점 서양화 되어가는 사회 속에서 가치관에 혼란을 느끼고 비평이냐, 동조냐 끊임없이 갈등했을 그들을 이 책 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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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부 소대헌 호연재 부부의 한평생
허경진 지음 / 푸른역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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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처음 대하는 순간 가장 당혹스러웠던 것은, 대체 이 책의 주인공이 누구이고, 저자가 보여주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확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었다. 소대헌과 호연재라는 당호를 그대로 쓴 탓에 책을 꼼꼼히 몇 페이지 읽어야만, 이 책의 주인공이 은진송씨 집안의 송요화와 그의 부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시대적인 배경이나 연대마저도 명확하게 표기되어 있지 않아, 독자 스스로 은진송씨 집안의 가계도를 그려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책 속에 등장하는 동춘당의 일생을 따라 딴 길(?)을 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사대부 한평생>이라는 제목에 충실하기 위함인지, 저자는 은진송씨 집안의 갖가지 책과 자료들을 토대로 관혼상제는 물론 일상사까지 다큐멘터리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그 중심이 되는 사람은 여전히 송요화도, 그의 부인 호연재도 아니다. 오히려 송요화의 증조부가 유난히 부각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동춘당의 일생에 대한 자료가 훨씬 더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쯤에 이르면 자칫 이 책의 주인공이 잘못 선정된 것은 아닌가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읽는 동안 내내 혼란스러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송요화과 그의 부인의 일생을 따라간다고는 하지만, 몇 줄의 일기와 덕은가승을 통한 내용이 전부일 뿐, 그 둘의 일생을 깔끔하게 편집하지 못하고 있다. 은진송씨 집안의 무수한 자료들만이 붉은 색으로 2도 인쇄된 사진들과 함께 나열되어 있을 따름이다.

물론 정확한 사진 자료와 유물들은 독자들에게 분명 도움을 준다. 그러나 그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줄기가 제대로 잡힌 글일 것이다. 제목은 분명, 송요화와 그 부인의 일생을 통해 사대부의 한평생을 보려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내용은 그와 반대이다. 오히려 사대부의 일평생이 어떠한가를 자료를 통해 나열한 가운에서 사이사이에 송요화와 삶이 하나의 예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저작과 유사한,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와 비교해보면, 글쓰기의 중심에 따라 저자의 의도가 얼마나 확실하게 전달될 수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물론 두 책의 서술 방식은 전혀 다르다. <홀로->의 경우 일기를 소설로 재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고, 이 책에서는 다큐멘터리식의 사실 나열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말이다. 두 책의 차이는 비단 서술방식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주인공을 얼마나 뚜렷하고 명확하게 부각시켜, 그들의 삶을 미시적 관점에서 어떻게 조명하고 있는가도 확연한 차이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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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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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전신첩은 매력적인 대상이다. 그리고 그 매력은 비단 그림이라는 측면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정갈하고 분명한 그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누구나 편안하게 보고, 느끼고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 그 감상의 방법을 교묘하게 택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저자다.

저자는 미리 자신이 그림에는 문외한이므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이들에게 양해를 구한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막상 글을 찬찬히 읽어 나가다 보면, 그의 엄살(?)이 다른 의도(!)를 가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는 혜원전신첩이라는, 회화사의 일획이 되는 그림들을 통해 당대의 사람들을, 생활을, 생각을, 그리고 마음을 읽겠노라고, 그 영역은 자신의 것이라고 부르짖고 있다.

월하정인 앞에서는 둘만 아는 그들의 마음과 달밤에 감히 나다닐 수 없었던 여인들의 생활을 보여주고, 주사거배 속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옷차림을 통해 신분을 파악하고 그림 속 상황을 속속들이 중계방송하고 있다.

보는 이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는 것이 그림이다. 그리고 읽는 이에 따라 새로운 느낌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이 책이다. 혜원의 그림 속에서 걸어나온 조선 사람들을 조금은 짖궂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재미가, 이 책에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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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 Free - 자기를 찾아 떠나는 젊음의 세계방랑기
다카하시 아유무 글, 사진, 차수연 옮김 / 동아시아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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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살면서, 사람들은 다양한 것을 꿈꾼다. 근사한 사랑이나 즐거운 만남, 그리고 때로는 대박의 꿈을 이뤄줄 복권, 맛있는 음식과 좋은 집까지도. 그런 우리들이 공통적으로 꿈꾸는 것이 있으니, 마음을 풍요롭게 해줄 여행이다. 일상에서의 탈출, 그리고 새로운 도전과 만남이 공존하는 순간, 우리는 저마다 그런 여행을 꿈꾼다.

이 책은 한 일본 젊은이가 여행 속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 다시 보게 된 자신에 대한 짧은 단상을 사진과 함께 엮은 것이다. 여행 중에 만난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의 표정은 흑백 사진 속에 미소와 함께 녹아 있고, 새로이 접한 문화와 각국 사람들의 삶 역시 그의 글과 함께 빛난다.

여행을 떠난 순간, 우리는 어디에서든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다. 어떤 공간, 어떤 시간 속에서도 늘 타자의 입장에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을 뿐이다. 그 속에서 어쩌면 자신 마저도 객관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일상을 벗어나, 길고 긴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한 젊은이의 생각과 감상, 미래에 대한 또다른 도전의 의지까지 엿볼 수 있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이곳에 머물러 있는 우리에게 그는 한번쯤 떠나보라고 외친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 얻지 못했던 그 무엇을 여행의 과정을 통해 얻어보라고 권한다. 한번쯤 귀 기울여볼 만한 권유다.

이 책의 역자 역시 얼마 전 긴 여행을 떠났다. 살아있는 우리와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여행이지만, 우리는 아쉬움 속에서도 그녀를 기꺼이 보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 책을 번역하고, 다른 책들을 기획하는 시간 동안 내내, 그녀 마음 속에 담겨 있었던 티벳을 꿈꾸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녀는 그녀가 그토록 다시 가고 싶어했던 티벳의 어느 하늘 아래에서 오직 그녀만의 긴 여행을 즐기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젊은 한 남자의 여행기를 통해 우리에게 사랑과 자유를 전했던 그녀는, 이제 우리에게 삶이 끝나는 순간 새로이 시작되는 여행을 보여주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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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 미암일기 1567-1577
정창권 지음 / 사계절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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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암일기는 그 동안 사학자는 물론 민속학자, 사회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16세기를 연구하기 위한 자료로 손꼽았던 자료 중 하나이다. 완벽한 국역본이 없기 때문에 자료로 사용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이 언제나 자신이 관심을 가진 부분에 대해서만 풀이해 사용하는 예가 대부분이었다. 이 책은, 물론 미암일기의 완벽한 국역판은 아니다. 저자가 미암일기 가운데서 16세기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을 국역하고, 짧은 일기에 상상력을 덧붙여 소설처럼 재편한 것이다. 여러 개의 일기를 모아 에피소드를 구성하고 당대의 사료를 참조하고 재구함으로서 미암일기를 사료로만 접근했던 기존의 흐름에 일정 부분 파격을 선사하고 있다. 또한 에피소드 아래에 일기의 국역과 원문을 덧붙임으로서 자료로서 접근코자 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 또한 잊지 않았다.

일반인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귀고리한 양반의 모습이라든가, 남녀 균분 상속 등의 문제까지 드러나 있기 때문에, 조선시대의 또다른 면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일기를 친절히 수록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고증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그것이 빠져 있어서 저자의 상상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 목록이 그러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9장에서 임금으로부터 사여받은 옷상자를 열었다는 부분이 나오고 그 상자 안에 여러 가지 의복이 들어 있었음을 언급하고 있지만 정작 그 물품목록이 미암의 일기에도 기록되어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원문이 없는 까닭이다. 또한 책속에 수록된 자료 그림들의 상태가 매우 열악하다. 스캔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그림자료는 차라리 없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독자를 위한 배려였다면,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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