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혜원전신첩은 매력적인 대상이다. 그리고 그 매력은 비단 그림이라는 측면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정갈하고 분명한 그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누구나 편안하게 보고, 느끼고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 그 감상의 방법을 교묘하게 택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저자다.

저자는 미리 자신이 그림에는 문외한이므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이들에게 양해를 구한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막상 글을 찬찬히 읽어 나가다 보면, 그의 엄살(?)이 다른 의도(!)를 가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는 혜원전신첩이라는, 회화사의 일획이 되는 그림들을 통해 당대의 사람들을, 생활을, 생각을, 그리고 마음을 읽겠노라고, 그 영역은 자신의 것이라고 부르짖고 있다.

월하정인 앞에서는 둘만 아는 그들의 마음과 달밤에 감히 나다닐 수 없었던 여인들의 생활을 보여주고, 주사거배 속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옷차림을 통해 신분을 파악하고 그림 속 상황을 속속들이 중계방송하고 있다.

보는 이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는 것이 그림이다. 그리고 읽는 이에 따라 새로운 느낌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이 책이다. 혜원의 그림 속에서 걸어나온 조선 사람들을 조금은 짖궂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재미가, 이 책에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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