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암일기는 그 동안 사학자는 물론 민속학자, 사회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16세기를 연구하기 위한 자료로 손꼽았던 자료 중 하나이다. 완벽한 국역본이 없기 때문에 자료로 사용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이 언제나 자신이 관심을 가진 부분에 대해서만 풀이해 사용하는 예가 대부분이었다. 이 책은, 물론 미암일기의 완벽한 국역판은 아니다. 저자가 미암일기 가운데서 16세기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을 국역하고, 짧은 일기에 상상력을 덧붙여 소설처럼 재편한 것이다. 여러 개의 일기를 모아 에피소드를 구성하고 당대의 사료를 참조하고 재구함으로서 미암일기를 사료로만 접근했던 기존의 흐름에 일정 부분 파격을 선사하고 있다. 또한 에피소드 아래에 일기의 국역과 원문을 덧붙임으로서 자료로서 접근코자 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 또한 잊지 않았다. 일반인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귀고리한 양반의 모습이라든가, 남녀 균분 상속 등의 문제까지 드러나 있기 때문에, 조선시대의 또다른 면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일기를 친절히 수록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고증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그것이 빠져 있어서 저자의 상상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 목록이 그러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9장에서 임금으로부터 사여받은 옷상자를 열었다는 부분이 나오고 그 상자 안에 여러 가지 의복이 들어 있었음을 언급하고 있지만 정작 그 물품목록이 미암의 일기에도 기록되어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원문이 없는 까닭이다. 또한 책속에 수록된 자료 그림들의 상태가 매우 열악하다. 스캔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그림자료는 차라리 없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독자를 위한 배려였다면,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할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