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심리
스에나가 타미오 지음, 박필임 옮김 / 예경 / 200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색채를 통해 드러나는 다양한 심리 현상과 해석, 그리고 체계적인 분석을 원한다면 이 책을 선택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제목이 의도하는 만큼의 체계적인 분석도, 특별한 사례도 담고 있지 않다. 오히려 지극히 일상적이며, 이미 알려져 있는 색채 사용례가 집약되어 있을 뿐이다. 우리가 흔히 인터넷에서 하게 되는 색채 심리 테스트와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것을 조금 더 길게 풀어서 전달하려는 것 뿐이다. 색채심리치료 사례집이라든가, 혹은 색채가 갖는 의미와 특징 정도의 제목이라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이 미술의 분류에 속해 있는 것도 조금은 의아하다. 심리치료라든가, 색채치료의 분류하면 모를까, 사실 이 책에서 여러 가지 색이 갖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훑어볼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구태여 미술의 분류에 들어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오히려 임상치료의 분류에 넣어서 미술치료나 색채치료를 하는 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책 안에 들어 있는 예제나 사례 역시 일본에 한정해본 것이기 때문에 객관화, 또는 일반화시키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저자가 혹은 역자가 본래 의도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다 읽은 지금까지도 내내 궁금한 점이다. 객관적인 사실의 나열이나 자료의 체계적인 정리도 아니고, 반쯤은 일본의 색채치료 사례집이며 또 나머지 반은 기존의 이론을 정리한 것이 전부인 듯싶은 느낌이 든다. 마치 한 색채심리학자의 수필집을 읽은 것 같다. 전문 서적은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종의 독일인 의사 분쉬 학고재 산문선 8
김종대 / 학고재 / 1999년 3월
평점 :
품절


독일인 의사 분쉬가 조선 땅에 와서 고종의 의사가 된 후 집으로 써보낸 편지와 짧막한 일기를 모아 엮은 책이다. 조선을 다녀간 많은 선교사와 의사, 그리고 외교관들의 기록들은 대다수가 번역되어 있고, 우리는 언제든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그들의 시선을 만날 수가 있다. 외국인들에 의한 기록들은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보는 것을 묘사하고 일종의 '정보'로서 엮어 놓은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다르다. 분쉬는 조선인과 조선 사회에 대해 별달리 묘사하는 것이 없다. 이방인의 눈으로 적극적인 관찰을 하고 그 안에서 얻은 기록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편지 속에서는 비슷한 위치의 외국 공사관 사람들이나, 그들의 집을 방문한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조선인들이나 조선에 대한 기록은 오직 그와 관련되어 있는 부분, 예를 들자면, 마지못해 한 의료행위나, 조선인들이 그의 병원 근처를 지나다 저지른 실수 등을 묘사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그러니 분쉬의 편지를 통해 조선인들의 삶을 엿보기란 그다지 녹록한 일이 아니다.

그 당시 조선을 둘러싸고 이루어진 열강들의 이해관계와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한 나라의 복잡다단한 정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것 외에 조선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의 면모라든가, 생활 방식의 특이성을 읽어내기는 어렵다. 그의 시선 속에서는 타문화에 대한 관심이나 호기심어린 애정을 찾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 현대성의 형성-문화연구 10
김진송 지음 / 현실문화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부터 흥미로웠다.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어째 좀 삐딱선을 타는 듯한 느낌에 호기심도 강해졌다. 개화와 전통이 뒤섞여 혼란스러웠던 시기, 외국 문물을 체화한 사람들에 대한 동경과 시기, 그 자체를 천시하는 시선까지 다양하고 복잡한 면모를 보여주는 책, 이 책이 의도한 것은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다.

단순히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는 그 시대에 대한 우리의 궁금증을 쉽게 해소할 수가 없다. 저자 역시 그런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그는 신문기사와 사진, 각종 만평만화, 잡지의 글을 인용하고 스크랩해서 친절하게 우리 앞에 내밀고 있다.

근대성 혹은 현대성이라는 말만큼 경계가 모호하며 정확히 규정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우리는 늘 그 언저리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늘 헤매니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비록 딱 맞아 떨어지는 정의는 아닐지언정,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다.

타문화가 들어왔을 때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의식주를 비롯, 점점 서양화 되어가는 사회 속에서 가치관에 혼란을 느끼고 비평이냐, 동조냐 끊임없이 갈등했을 그들을 이 책 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1분중 0분께서 이 리뷰를 추천하셨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대부 소대헌 호연재 부부의 한평생
허경진 지음 / 푸른역사 / 200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이 책을 처음 대하는 순간 가장 당혹스러웠던 것은, 대체 이 책의 주인공이 누구이고, 저자가 보여주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확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었다. 소대헌과 호연재라는 당호를 그대로 쓴 탓에 책을 꼼꼼히 몇 페이지 읽어야만, 이 책의 주인공이 은진송씨 집안의 송요화와 그의 부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시대적인 배경이나 연대마저도 명확하게 표기되어 있지 않아, 독자 스스로 은진송씨 집안의 가계도를 그려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책 속에 등장하는 동춘당의 일생을 따라 딴 길(?)을 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사대부 한평생>이라는 제목에 충실하기 위함인지, 저자는 은진송씨 집안의 갖가지 책과 자료들을 토대로 관혼상제는 물론 일상사까지 다큐멘터리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그 중심이 되는 사람은 여전히 송요화도, 그의 부인 호연재도 아니다. 오히려 송요화의 증조부가 유난히 부각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동춘당의 일생에 대한 자료가 훨씬 더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쯤에 이르면 자칫 이 책의 주인공이 잘못 선정된 것은 아닌가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읽는 동안 내내 혼란스러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송요화과 그의 부인의 일생을 따라간다고는 하지만, 몇 줄의 일기와 덕은가승을 통한 내용이 전부일 뿐, 그 둘의 일생을 깔끔하게 편집하지 못하고 있다. 은진송씨 집안의 무수한 자료들만이 붉은 색으로 2도 인쇄된 사진들과 함께 나열되어 있을 따름이다.

물론 정확한 사진 자료와 유물들은 독자들에게 분명 도움을 준다. 그러나 그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줄기가 제대로 잡힌 글일 것이다. 제목은 분명, 송요화와 그 부인의 일생을 통해 사대부의 한평생을 보려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내용은 그와 반대이다. 오히려 사대부의 일평생이 어떠한가를 자료를 통해 나열한 가운에서 사이사이에 송요화와 삶이 하나의 예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저작과 유사한,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와 비교해보면, 글쓰기의 중심에 따라 저자의 의도가 얼마나 확실하게 전달될 수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물론 두 책의 서술 방식은 전혀 다르다. <홀로->의 경우 일기를 소설로 재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고, 이 책에서는 다큐멘터리식의 사실 나열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말이다. 두 책의 차이는 비단 서술방식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주인공을 얼마나 뚜렷하고 명확하게 부각시켜, 그들의 삶을 미시적 관점에서 어떻게 조명하고 있는가도 확연한 차이로 드러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혜원전신첩은 매력적인 대상이다. 그리고 그 매력은 비단 그림이라는 측면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정갈하고 분명한 그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누구나 편안하게 보고, 느끼고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 그 감상의 방법을 교묘하게 택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저자다.

저자는 미리 자신이 그림에는 문외한이므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이들에게 양해를 구한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막상 글을 찬찬히 읽어 나가다 보면, 그의 엄살(?)이 다른 의도(!)를 가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는 혜원전신첩이라는, 회화사의 일획이 되는 그림들을 통해 당대의 사람들을, 생활을, 생각을, 그리고 마음을 읽겠노라고, 그 영역은 자신의 것이라고 부르짖고 있다.

월하정인 앞에서는 둘만 아는 그들의 마음과 달밤에 감히 나다닐 수 없었던 여인들의 생활을 보여주고, 주사거배 속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옷차림을 통해 신분을 파악하고 그림 속 상황을 속속들이 중계방송하고 있다.

보는 이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는 것이 그림이다. 그리고 읽는 이에 따라 새로운 느낌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이 책이다. 혜원의 그림 속에서 걸어나온 조선 사람들을 조금은 짖궂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재미가, 이 책에 녹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