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 * 내 고운 벗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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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낚시가 제 고향 말과 군대식 억양과 TV 연속극에서 나오는 어투에
장안 사투리 사이를 비틀비틀 오가면서 지껄였다.
중사는 낚시 문화가 어쩌고저쩌고 하는 데는 관심이 있을 리 없었고
빨리 결론이 나지 않는 게 답답했다.
"하이간 우예든 기똥찬 낚시터를 꺼내놔봐. 정사장님, 어데 감차놓은 데 없소?"
"허허, 감춘다고 되는가. 똥을 아무리 비단으로 싸매도 발 없는 냄새가 천리를 가는데,
그래도 오래된 저수지가 질라 날 기라. 그랜께 백원못이 어떠까.
거기는 그래도 이삼 년에 한 분씩 올 개의 최대어 나왔다 카미 신문에도 여러 번 났을세."
장 사장도 질세라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거라마 저도 마이 가봐서 잘 알지요. 하이간 희한해.
어데서 그런 물건이 숨어 있다가 기어나오는지 세 번 가면 한 번은 삼짜, 사짜 맛을 본다이까.
그런데 거는 주말에 타지에서도 낚시꾼들이 많이 와서 쪼매 시끄러울 낀데요."
"실장님 와 계신 동안에는 낚시를 절대 못하구로 해야지.
어중이 떠중이들이 실장님 겉은 분하고 나라이 앉아서 낚시를 하다이 될 말이가.
시내 낚시점마다 쫙 연락해서 오시는 날부터 한 사나흘 동안 혹시 대회 같은 게 있으마
싹 취소시키고."
중사의 말이 아니더라도 가뜩이나 불경기에 저수지에서 낚시대외를 할 낚시가게는 없었다.
"그래도 사람이 드문드문 있는 기 질래 나을 긴데.
삼십만 평썩이나 되는 넓은 저수지에서 그 실장인가 본부장인가 하는 양반 혼자만
낚시를 한다는 기 이상할 거로. 차라리 우리가 아는 낚시꾼을 적당히 주변에 뿌리놓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게 훨썩 나을거 같구만."
정 낚시가 교묘하게 경험을 과시하면서 말했다. 이 중사는 장 병장에게 물었다.
"장 사장 생각은 어떤가."
장 병장은 이 중사의 의도를 눈치채고 토끼라는 별명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눈을 영리하게 굴렸다.
"상황을 봐가면서 대처를 하면 될 겁니다. 하여간 본부장님이 평생 이런 낚시는 처음이다
할 만큼 손 맛도 보고 분위기도 즐기고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제가, 아니 우리 장안 낚시계에 있는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손님 대접 멋지게 할 테니까
걱정은 붙들어매십시오."
"그래, 장사장. 내가 한번 믿어보세. 정사장님 꼭 좀 부탁드립니다.
뭐이뭐이 해도 우리 장안 낚시계의 최고 어른이시니까 사장님이 나서야 뭐가 돼도
제대로 될 기 아입니까. 이번 일만 잘되면 제가 크게 한번 사겠습니다."
정 사장은 이 중사에게서 생전 처음으로 사장님, 사장님 하는 소리를 듣고 기분이 괜찮았다.
게다가 라이벌인 장 낚시는 그냥 '장 사장'이었으니 더더욱 좋았다.
대위는 혼자 내려왔다. 버스를 타고 왔다.
대위의 승용차인 배기량 오천 시시의 BMW가 장안 근처에 출몰하기만 하면 아는
경찰을 통해 연락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놓았던 이 중사의 노력은 허사가 되었다.
대위가 장안에 도착해서 이 중사에게 연락하기 전 대위가 장안에 들어셨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친구야, 나 왔다."
대위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이 중사는 자리에서 펄쩍 뛰도록 놀랐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비풍초칠똥달삼'의 화투장을 바닥에 놓으며 전화기를 바싹
귀에 가져다댔다.
함께 고스톱을 치고 있던 세탁과 목공은 잠자코 자신의 짝을 찾아 먹고
살짝 살짝 패를 뒤집었다.
"아, 어디 계십니까? 이거 벌써 장안에 들어오셨으니 우리는 이제 큰일났습니다."
대위는 느긋했다.
조용한 호숫가에서 낚시가 좀 하면서 머리를 식히려는 건데 큰일은 무슨 큰일이냐.
공연히 민폐 끼치기 싫으니 버스터미널 앞으로 나와라.
중사는 자신의 화투패를 던져버리려 했지만 상대방들이 침묵 속에 도로 화투장을
중사의 손에 밀어놓으며 극구 판이 깨지는 것을 막았다.
중사는 자신의 패를 한 장 내놓고 뒤집으며 '설사'가 터지자 화투판을 훌렁 뒤집어버렸다.
"그럼 제가 지금 총알같이 튀어나가겠습니다. 되도록 사람들의 이목이 적은 곳에 계십시오.
오 분 안에 터미널에 가겠으니 죄송하지만 다시 한 번 전화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위는 중사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었다.
알고 있다 해도 중사가 먼저 전화할 일은 결코 없었다.
대위는 알았노라고 했다.
중사는 세탁과 목공이 왜 그냥 가느냐고, 돈 내고 가라고 질러대는
고함 소리를 모른 체하고 차에 올라타자마자 경찰용 비상등을 켰다.
비상등은 원래 중학교 선배인 교통과 최 경사에게 얻어 단 것이었다.
물론 비법, 무법이었다.
중사의 차는 비상등을 켠 채 모든 신호를 무시하고 거리를 질주했다.
워낙 낚시가게에서 터미널이 가까웠고 중사의 지프가 날다시피 했기 때문에
중사가 대위를 발견하는 데 걸린 시간은 2분도 되지 않았다.
--------------------------------------------- 4편에서 계속 읽어 드립니다.-------
소설이 1/3 정도 달려왔네요.
아직까지는 새로운 사건에 직면하지 않아서 크게 진행된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낚시는 언젠가 날씨 좋은 봄날이나 가을날에 인적이 드문 곳에서 한번 해보고 싶네요.
그 말로만 들었던 고기 잡히는 전율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