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천우학 범우 사르비아 총서 505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김진욱 옮김 / 범우사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나는 원래 세계 고전이나, 한국 현대 문학을 편애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부쩍 일본 소설을 많이 읽게 된다.

일문학을 전공이나 했음에도 많이 아는게 없어서, 기호를 말하기도, 비교를 하기도 뻘쭘했다는 게 궁색한 변명이지만, 그 보다도 몇몇권의 일본 문학에서 느껴지는 세밀함이 마음에 들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일본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때,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원어로 씌여진 이 책을 덜컥 사버렸다.

그때 해석도 되지 않던 책을 훌~훌~ 책장을 넘기며 읽어보고는, 이 책을 다시 접하게 된 것은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이 가을이다.

1968년 노벨 문학상을 거머쥔 가와바타 문학 속에 녹아 있는 일본의 정취를 엿보기로 이 책은 쏠쏠한 재미를 준다.

아기자기함과 세심함과 집요함과 미묘함이 얽혀있는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면 있던 설국.

시마무라와 고마코와 요코가 들려주는 에치고유자와의 풍물과 그 아름다운 배경 속에서의 미묘한 갈등..

명확한 스토리와 플롯의 전개의 다양성 따위는 없지만, 곱씹어야만 하는 인물설정과 배경과 상황의 조화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해준다.

오늘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생각했던 것은, 철학적인 소설의 스토리도, 애매한 인물들의 복잡성도 아닌 이것 뿐이었다.

'아~나도 설국에 가고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