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일이 원만하게 수습될 거야.
그렇지 않으면 경찰이 개입하게 되어있어. 너 그점은 잘 알고 있겠지.
순간 아오키가 관계되어 있을 것이란 직감이 들었습니다.
아오키가 그 마쓰모토라는 남자의 죽음을 실로 멋들어지게 이용한 것이죠.
그는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오키는 내가 체육관에 다니면서 복싱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어디선가 알게 된 것이죠.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튼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마쓰모토가 죽기 전에 누군가가 그를 때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던 겁니다.
그 다음은 간단한 일이죠. 1에다 1을 더하면 되니까요.
담임 선생한테 내가 복싱을 배우고 있다는 것과 과거에 자신이 나한테
맞은 일이 있다는 것을 고하면 그만이니까요.
물론 적당한 과장도 덧붙였겠죠.
내가 으름장을 놓아서 지금까지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했다느니, 코피가 엄청 나왔다느니,
그런 정도의 말은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중에 금방 들통이 날 단순한 거짓말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는 아주 용의주도한 인간이니까요.
그는 단순한 사실 하나하나에 교묘하게 덧 칠을하여 최종적으로는 부정할 수 없는
공기 같은 것을 거기에 형성해 놓았던 것입니다.
나는 그의 그런 수법을 눈으로 보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담임 선생은 나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들은 체육관에 다니고 복싱을 배우는 인간은 많든 적든 불량기가 있다고 단정짓습니다.
게다가 나는 원래가 선생들한테 귀여움을 받는 타입의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그로부터 사흘 후에 경찰의 소환을 받았습니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증거도 전혀 없는, 단순한 소문이었습니다. 정말 슬프고 분했어요.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으니까요.
공정하지 않으면 안 될 선생마저 나를 두둔해 주지 않았습니다.
경찰에서는 간단한 조사를 받았습니다.
나는 마쓰모토와 거의 말도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분명 나는 4년 전 아오키라는 학생을 때렸다.
하지만 그것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싸움이었지 그 다음에는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고.
그뿐입니다.
자네가 마쓰모토군을 때렸다는 소문이 있던데, 라고 담당 경관은 말했습니다.
나는 그것은 거짓말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누군가가 고의로 그런 헛소문을 퍼뜨리고 있습니 다. 라고.
경찰도 그 이상은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증거가 없었으니까요.
그저 소문에 불과한 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내가 경찰에 불려갔다는 사실은 온 학교에 퍼졌습니다.
비밀리에 진행된 일이었는데, 누설된 것이죠.
그리고 그 일로 나를 보는 모두의 시선이 결정적으로 일그러져버린 듯하였습니다.
경찰에 불려간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모두들 믿어버린 것이지요.
모두들 내가 마쓰모토를 때린 인간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오키가 어떤 그럴싸한 말을 퍼뜨렸는지, 반에 어떤 여론이 형성되어 있었는지,
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나로서는 알고 싶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그것은 틀림없이 혹독한 내용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였습니다.
어찌되었든 우리 반 아이들 그 누구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마치 서로 입을 맞춘 듯-실제로 의논을 했겠죠-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았습니다.
도저히 묻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어 말을 걸어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때껏 사이 좋게 지내던 친구들도 내게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내가 전염병 환자라도 되는 것처럼 피하였습니다.
나라는 인간이 존재한다 는 그 자체를 깨끗이 무시하려 한 것이죠.
학생뿐만이 아닙니다.
선생도 나와는 가능하면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려 하였습니다.
물론 출석을 부를 때는 내 이름을 불렀습니다. 하지만 그 뿐이었어요.
그들은 절대로 나를 지명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지독한 것은 체육 시간이었습니다.
어떤 경기를 해도, 나는 사실상 어느 팀에도 낄 수 없었습니다.
아무도 나와 한편이 되어 주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선생은 그런 나를 한 번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나는 말없이 학교에 가서 잠자코 수업을 받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 날들이 매일 계속되었습니 다. 정말 고통스런 나날이었습니다.
2주, 3주 지나는 동안 나는 점점 식욕을 잃었습니다. 체중도 줄었습니다.
밤에는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잠자리에 누우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무수한 영상이 잇달아 떠올라,
도저히 잠을 이룰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눈은 뜨고 있는데 왠지 멍했습니다.
자신이 지금 자고 있는 것인지 깨어 있는 것인지, 그건 구별조차 점점 불분명해졌습니다.
그런 상태가 지속되자 복싱 연습에 빠지는 날도 더러 생겼습니다.
부모님은 걱정을 하며 무슨 일이 있느냐고 내게 물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 일도 없다.
그저 피곤할 따름이다. 라고만 대답했습니다.
설사 부모님한테 털어놓는다 해도 그들이 할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결국 부모님은 내가 학교에서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두 분 다 일을 갖고 계셔서 아들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던 것이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그저 내 방에 틀어박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천장을 멍하니 쳐다보면 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 뿐입니다.
나는 많은 상상을 하였습니다.
제일 즐겨 상상한 것은 아오키를 때리는 장면이었습니다.
아오키가 혼자 있는 틈을 노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때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