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사와 씨에게, 지금까지 싸우다 누군가를 친 일이 있습니까,라고 물어 보았다.
오자와 씨는 눈부신 무엇이라도 보듯 눈을 가늘게 뜨고 내 얼굴을 보았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죠?"라고 그는 말했다.

그 눈초리가 아무리 생각해도 평소의 그답지 않았다.
거기에는 번뜩 빛을 발하는 어떤 섬찟함이 깃들여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순간적이었다.

그는 그 빛을 금방 안으로 숨기고 예전처럼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딱히 깊은 의미는 없습니다. 라고 나는 말했다.
정말 이렇다 할 의미가 없는 질문이었다.

그냥 단순한 호기심이 나에게 그런 질문을 - 어쩌면 불필요한 질문을- 하게 한 것이다.
그 후 나는 곧바로 화제를 바꾸었다.

그는 무슨 생각엔가 골똘히 빠져 있는 듯하였다.
무언가를 견디고 있는 듯하기도 하고, 헤매고 있는 듯하기도 하였다.  
나는 할 수 없이 창 밖에 나란한 은색 제트 여객기를 바라 보았다.

애당초 내가 그에게 그런 질문을 한 동기는, 그가 중학교 때부터 줄곧 체육관에 다니면서
복싱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을 죽이기 위해 이런저런 두서없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쩌다 그런 얘기가 나온 것이다.

그는 서른 한 살인데 지금도 여전히 한 주에 한 번은 체육관에 가서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대학 시절에는 몇 번이나 대표 선수로 시합에 나갔다.
전국체전 선수로 발탁된 적도 있었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좀 의아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몇 번인가 일을 함께 하였지만 오사와 씨가 20년 가까이나 복싱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차분하고 주제넘게 나서거나 하는 인간이 아니었다.

성실하고 참을성 있게 일했고, 타인에게 억지로 강요 한 번 하지 않았다.
아무리 바쁠 때라도 언성을 높이거나 눈썹을 치켜뜨지 않았다.
타인의 험담을 늘어놓거나 투덜투덜 불평을 해대는 일도 없었다.

한마디로 그를 표현하자면, 호감을 품지 않을 수 없는 인간형이었다.
풍모도 온화하고 느긋하여 공격적인 성품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었다.
그런 인물과 복싱이 어떤 지점에서 연결 될 수 있는지, 도무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런 질문을 하고 만 것이다.

우리는 공항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오사와 씨와 나는 함께 니가타로 떠날 예정이었다.
계절은 12월 초순, 공항은 뚜껑이라도 덮은 것처럼 어둠침침하게 구름져 있었다.

나가타에는 아침부터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비행기는 출발 예정 시간보다 꽤 늦어질 듯하였다.
공항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라운드 스피커에서는 각 항공편의 지연을 알리는 아나운스가 흐르고 있었고,
발이 묶인 사람들은 지친 표정을 띄고 있었다.
레스토랑은 난방이 지나쳐 나는 줄곧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야만 했다.

"기본적으로는 한 번도 없습니다."
오사와 씨는 한참이나 침묵한 후 불쑥 그렇게 말을 뱉었다.

"나는 복싱을 시작한 이래 한 번도 사람을 때린 적이 없습니다.
복싱을 시작할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으니까요.
글러브를 끼지 않고 링 밖에서 사람을 때려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보통 사람이라도 잘못 때리면 장소에 따라 자칫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복싱을 하는 인간이 주먹을 휘두른다면 그건 흉기를 사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위가 되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정직하게 말하면, 딱 한 번 사람을 때린 적이 있습니다"라고 오사와 씨는 말했다.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입니다. 복싱을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죠.
변명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때 나는 본격적인 기술 같은 것은 하나도 배우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당시 내가 체육관에서 연습한 것은 기초 체력을 다지기 위한 기본 메뉴뿐이었어요.

줄넘기나 스트레칭, 런닝, 온통 그런 것들뿐이었죠.
더구나 때리려고 마음머고 때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나는 그때 너무 화가 나서, 생각할 틈도 없이, 반사적으로 주먹을 뻗었습니다.

자제할 길이 없었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상대방에게 마구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어요.
그런데 화가 사그라들지 않아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오사와 씨는 숙부가 복싱 체육관을 경영하는 관계로 복싱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것도 동네 어귀에 적당히 자리잡고 있는 엉터리 체육관이 아니라, 동양 챔피언도
배출한 적이 있는 체계적인 일류 체육관이었다.

오사와 씨의 부모님은 아들에게 그 체육관에 다니면서 체력을 좀 단련해보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그들은 아들이 항상 방에 처박혀 책만 읽고 있는 것이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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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3페이지씩 읽어드릴께요~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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