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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 청교도 작품
존 번연 지음, 박영호 옮김 / 기독교문서선교회(CLC)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상현 선생님의 소개로 읽게 되었다.
청교도 작품으로 기독교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널리 읽히는 이 작품은, 세계 어디서든 베스트, 스테디 셀러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존 번연(John Bunyan) 1628~1688
역자-박영호
출판-기독교문서선교회
근래 기독교계에 불어오는 자유주의의 위험한 풍랑에 대해, 정통과 기본으로의 회귀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에서 청교도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기도 했다.
청교도 정신. 성경을 성경대로 믿는 청교도들의 순수한 믿음을 배우고자 하는 간절함이, 이 책에 대한 나의 기대를 더욱 부풀려 주었다.
자유주의의 커다란 특성 중 하나가 바로 성경을 성경대로 해석하지 않는다는 점. 성경을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간주하며, 어느 정도의 허구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내용적 교훈의 의미만을 뽑아 삶에 적용하는 것을 중시하는 경향이 그 것이다.
물론 청교도 정신은 자유주의를 대적한다.
교계는 성경해석에 있어서 공통분모의 통일성을 생명시 한다.
공통분모라 함은,
기본이 되는 진리, 해석에 있어서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들을 말한다.
그러나 많은 교파의 분립과 같이 공통분자 즉, 견해와 스타일의 차이는 인정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점에 있어서 자유주의는 공통분모의 통일성에 비위하고 있다. '틀림'과 '다름'의 차이라고나 할까?
책으로 들어가보자.
천로역정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주인공인 크리스챤(성명)이 고향인 멸망의 도시를 떠나 천성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과 도착을.
2부는,
주인공의 아내인 크리스티아나와 4명의 자녀, 그리고 동반자들이 크리스챤이 밟았던 길을 따라 역시 천성을 향해 가는 여정을 그렸다.
특이했던 점은, 책 전체가 풍유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점.
주인공인 크리스챤은 이 시대의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을 지칭하고,
크리스챤의 여행길은 그리스도인들이 살아가는 삶을 나타낸다. 여행중에 관계하는 여러 사람들인 신실, 소망, 복음전도자, 신중, 경건, 자선 등-성명이다-역시 우리네 삶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부류를 지칭한다. 여행길에서 만나는 고난산,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의심의 성 등의 장소들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가 다 풍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풍유 : 본 뜻은 뒤에 숨기고 비유하는 말만 드러내어 그 숨은
뜻을 넌지시 나타내는 표현 방법.
온갖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려 했다. 일반적인 의미들을 파악하는 데에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다. (경건서적과 교리서적, 설교, 칼럼들을 조금 훑어둔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러나 풍유를 타고 작품에 흐르는 깊은 교리적 의미들을 파헤치는 데에는 굉장한 노력과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까지 읽어온 서적들 대부분이 '선포'식의 명확하고 구체적인 성경의 문체를 구사하고 있었고, 신앙서적이라는 부분만을 편독한 나의 좁은 시야도 한 몫 거들었던 것이리라.
천로역정에 대한 다양한 주석이 있지만, 본 책의 부록인 3부에 편성된 연구지침서를 참고하며, '아, 이건 이런 교리를 담고 있었구나'
하고 조금이나마 깨달음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풍유에서 포착되는 아름다움과 지혜를 깨닫지 못하고 싫증을 가져오는' 경험을 했다. 그러나 거장 찰스 스펄전이 생전에 일백번 이상 읽었다는 사실이, 풍유의 심오한 진리는 반복적인 독서와 묵상에서 오는 깨달음으로 더욱 아름답고 새롭게 다가온다는 점을 내게 말해주었다.
만만한 책이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과제를 하나 안고 책을 덮었다.
풍유로의 머나먼 여행...
유익한 득실 하나는,
앞서 말했듯이 자유주의를 대적하는 정통 해석상의 통일성, 그 공통분모의 교리들이 풍유의 아름다움으로 면밀한 구성 속을 흐르는 것에의 발견이다.
내게 있어 소화하기 어려운 많은 부분들은,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있을 경험의 축적과, 얻어지는 지혜와 은혜로 조금씩 채워질 것을 확신하며, 기대하며, 기다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