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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 개정2판
모티머 J.애들러 외 지음 / 멘토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다양한 책을 접하며 종종 가졌던 질문이다. 다독일까? 종류에 따라 읽는 법과 속도를 다르게 해야 할 것 같은데... 이런 질문들은 책을 쥐고 읽어내려가는 동안에도 막연하게나마 수차례 떠올랐던 것들이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책이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이다. 기술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소리에 솔깃해서 들뜬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먼저 '왜 책을 읽을까?'라는 독서의 목적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에 답함으로 독서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정보 습득, 흥미, 이해를 통한 사고확장 등의 중요한 목적들을 제시하며 보다 고차원적인 독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독서를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적극적인 독서는 첫째, 더 적극적으로 읽고 둘째, 읽는 행위를 보다 기술적으로 해야만 가능한 것. 굳이 비교한다면 전자는 마음가짐의 형태로서 비체계성을 띠고, 후자는 방법의 체계성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서로 연관되어 있다. 저자는 독서라는 행위가 수많은 세분된 행위로 이루어져 있고, 이 모든 행위가 이루어져야 훌륭한 독서를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책을 통해 배우려는 의지와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다면, 적극적인 독서를 위한 첫번째 요소를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두번째 요소 즉, 보다 효율적인 독서를 위해 갖추어야 할 방법적 체계이다. 엄밀히 말해 독서기술이라 함은 이 방법적 체계를 가리키는 것이다.
어느 기술에도 단계와 발전성에 비추어 수준을 나눌 수 있듯, 독서에도 수준이 있다. 글자를 인지하고, 문단을 구별하는 등의 가장 기초적인 읽기 수준이 제 1수준, 체계적으로 책 전체를 훑어보는 '살펴보기'의 수준이 제 2수준, 세밀하게 책을 '분석하며 읽는' 제 3수준, 주제에 관련된 여려가지 책들을 함께 읽어나가는 '통합적으로 읽기'가 제 4수준이다. 이 네 가지 수준들은 상위 수준으로 올라감에따라 하위 수준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기초적인 읽기가 가능한 후에야 전체의 내용을 훑어볼 수가 있고, 숲을 본 후에 나무를 보듯 전체의 내용을 훑어보지 않고는 세세한 내용들을 분석할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분석능력을 지니지 않고서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여러 권의 책을 비교, 분석하는 통합적인 읽기는 불가능하다.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독서의 수준은 '통합적인 읽기'의 수준이지만 왠만큼 책을 잘 읽는다는 사람도 제 3수준의 독서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이론을 완벽히 지켜가며 읽어가는 것은 실로 불가능하지만 그에 달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발전이 가능함은 자명하기에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제 1수준은 초등교육을 마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달하는 수준이므로 생략하기로 하고...
보통 책을 집어들면 차례와 서문을 건너뛰고 싶은 유혹이 온다. 그러나 훌륭한 저자라면 차례와 서문을 통해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드러내기에 그 두 가지 단계는 필히 밟아야 한다. 심지어 책 표지의 광고글까지도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음은, 주로 겉표지의 몇 안되는 문구가 그 책을 가장 정확하고 간명하게 요약한 것일 확률이 크다라는 점에 있다. 색인이나 각 장의 마지막 부분 역시 포인트가 드러날 확률이 높은 곳이니 빼놓지 않고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색인을 살펴보는 작업이나 책 전체의 주요 부분들을 미리 훑어보는 과정을 무시한 채 시종을 꾸준히 읽어내렸던 내 습관은 잘못된 것이었다. 전체윤곽을 살피는 과정을 생략한 독서는, 지도없이 떠나는 여행 아니 모험이라 하면 비약일까?
이렇게 제 2수준의 읽기를 마치면 보다 자세히 책을 파헤치는 분석의 과정으로 들어간다. 그것은 저자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무조건적 수용성에 던지는 비소이며, '저자와의 대화'라는 독서의 본질에 비추어 저자를 대함에 갖추어야 할 올바른 예의이다.
살펴보기의 과정을 통해 책의 종류, 주제와 윤곽을 알아냈다면 분석하기의 과정에서는 책의 내용을 해석하고 비평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독자 스스로 구축해야 할 '그래서?'라는 질문에 도달할 수 있다.
해석에 있어 먼저 되어야 할 것은, 저자가 사용하고 있는 용어에 대한 바른 이해이다. 개념을 분명히 파악해야만 세세한 내용을 논할 수 있음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 후에 가장 중요한 문장을 찾아가며 저자가 제시하는 주요 명제를 파악하고, 문장과 문단의 연관 속에서 저자의 논증을 찾아낸다. 여기서 이야기한 용어확립과 명제 및 논지 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독자는 자연스레 살펴보기에서 알아냈던 주제에 대한 저자의 문제 해결 유무를 알아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분석의 꽃, 비평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잠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비평에 앞서 지성인으로서 지켜야 할 에티켓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주위에서 책의 내용에 대한 충실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라든지, 공격적인 지적을 통해 자신의 지식을 드러내려는 사람, 근거도 없이 지식의 차원이 아닌 개인적인 견해를 이야기하는 비평가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훌륭한 비평가라면 최소한 그 책에 대한 완전한 이해와 해석없이는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또한 공격적인 논조보다는 조리있게 조곤조곤 자신의 논지를 피력할 것이고, 편견과 이해에 휩쓸리지 않는 중립을 지키면서 견해보다는 지식의 차원에서 근거를 가지고 비평할 것이다.
비평. 그것에도 기본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가장 간단히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먼저 주제에 대한 저자의 관련지식 부족, 그리고 주제에 관한 내용 진술에 있어 저자의 지식오류 즉, 저자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한 비평, 논지전개에 있어서의 오류, 마지막으로 저자가 분석한 내용이나 설명이 불완전한 부분에 대한 비평이 그것이다.
위 네가지를 기준한 비평이 이뤄지면 그것을 토대로 최종적인 질문인 '그래서?'에 도달한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저자와 이야기하며 결론짓는 독자의 생각이요, 보다 적극적인 지식이다. 이 질문은 독자의 태도, 심지어 주제에 대한 이해로 말미암은 독자의 가치관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써 실로 굉장한 효과가 나타나는 과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최종적 질문에 대한 답은 책을 해석하고 비평하는 과정을 통해 얻어진 생각들의 정리이므로, 그리 어려운 과정은 아니다.
이것으로 독서의 제 3수준이 끝났고, 저자는 분야별 독서법을 간략히 전한다. 또한 이 부분은 제 4수준과의 교두보가 되는데, 그 이유는 후에 이야기 하겠다. 실용 서적, 문학 서적(소설,희곡,시), 역사 서적, 과학서적과 수학서적, 철학 서적, 마지막으로 사회과학 서적을 읽는 방법과 팁들을 이야기 하는데, 책의 분야별로 실로 다양한 독서법들이 즐비했다. 서로 연관하면서도 종류별 특징에 따른 다름을 가졌다. 그러나 일부 종류에 대한 독서법은 내용이 미흡해 아쉬웠다. 자, 독서의 '기술'인 '수준별 독서법'에 대한 흐름을 위해 본 내용에 대한 고찰은 이쯤 해 두겠다. 여기서, 앞서 이야기했던 이 부분과 제 4수준과의 연계성에 대해 잠깐 이야기 하겠다. 그것은 이 부분의 끝에 등장한 사회과학 문헌 읽기와 관련이 있다. 사회과학을 읽을 때에는 기본적으로 '특정한 저자나 책'보다는 '특정한 문제'에 눈을 두기 때문에 한 권을 읽는 것보다 여러 권을 읽어야 할 필요성이 훨씬 크다. 사회과학은 통합적으로 읽어야 할 필요성 때문에 마지막에 다루었고, 이것이 앞서 말한 연계성을 가리킨다.
책 읽기의 궁극의 수준인 '통합적인 읽기'. 이것은 1~3의 하위 수준의 독서법의 단계를 거쳐야 도전할 수 있는 최고의 독서과정이다. 하위 수준을 포함한다는 의미이다. 이 수준의 읽기를 위해서 일단 주제와 관련된 '책 목록'을 갖추어야 한다. 이 때 유용히 쓰이는 것이 바로 앞서 이야기한 '살펴보기'이다. 살펴보기를 통해 수많은 책들 속에 감춰진 보화들을 색출해내고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통합적인 읽기를 위해 어떤 순서와 단계를 밟아야 할까?
먼저 주제와 관련된 문단을 찾는 것이다. 통합적인 읽기에서 중요한 것은 독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이지 그 책이 아니라는 점을 의식한다면, 책 한권 한권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루는 주제에 관계없이 즉, 저자가 그 책을 쓴 목적과 거리가 멀 지도 모르는 관계에서 그 책이 어떻게 유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이렇게 독자가 주인이 되어 능동적으로 과정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독자는, 제 3수준인 분석하며 읽기에서 거쳤던 '용어확립'과정 역시,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독자가 중요 단어를 선정하고 거꾸로 저자로 하여금 그에 맞.추.도.록. 하는 것이다. 여러 권의 책들을 함께 읽어 나아가려면 각 저자들이 사용한 용어를 정확하면서도 공통성을 띠는 독자의 용어로 번역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독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질문을 명확히 해야한다. 바꾸어 말하면, 독자 스스로 중립적인 명제들을 설정하여 알고 싶은 문제에 관한 질문의 틀을 만들고, 저자들로 하여금 각각 답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질문이 명확해졌다면, 쟁점들이 분명하게 엮어질 수 있도록 규정짓는 일이 필요하다. 여러 저자들이 그 질문에 대해 찬성과 반대로 답할 수도 있고, 이렇게 저렇게 다양한 답을 내놓을 수도 있다.
이제 마지막 단계로서, 논의 내용을 분석하면 된다. 위 네 단계에서는 제 3수준인 분석하며 읽기의 처음 두 가지 원칙처럼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분석하며 읽을 때는, '맞는 이야기인가?', '그래서?'라는 두 가지 질문이 남아있는 것처럼 통합적으로 읽을 때도, 다루는 내용에 대한 내용 질문에 답하는 일이 남아있다. 이것 역시 객관성을 지키며 철저하게 분석하고 자신의 이해를 구축하면 된다.
이렇게해서 통합적인 읽기라는 최고 수준의 독서법까지 간략히 살펴보았다. 되도록 간략히 줄여보려는 노력탓에, 덧붙여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여럿 있었지만 생략되었다. 책을 통해 얻어야 할 것들이다. 친절한 저자는 부록으로 독서능력 향상을 위한 책들을 추천한다. 최소한 인증된 책들을 선별해 놓아 유익하다. 게다가 본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들을 토대로 연습해 볼 수 있는 테스트들을 실어놓았다.
나는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도, 책에서 얻어지는 주요 단계들과 과정들을 떠올리며 그 과정들을 따라 이 책을 읽으려 노력했다. 가령, 살펴보기의 경우처럼 책의 겉표지를 살펴보고, 차례를 다시 보았으며, 색인과 각 장의 마지막 부분을 살폈다. 대단히 유익했다. 단지 책에 대한 찬사만을 늘어놓는 것은 보기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깊은 통찰을 담은 본 책의 내용 대부분이 내게 필요했기에 저자의 논리정연한 주장과 설득에 공감하고 찬성한다. 분석능력이 부족하여 이 책을 제대로 비평하지 못했을 수 있지만, 나의 능력내에서 본 이 책은, 독서의 기술에 대한 저자의 논지와 주제에 걸맞는 구성과 논리를 담고 있었다.
이런 거대한 책을 만나 즐거웠다. 이런 경험은 흔치않다. 이 책, 보고 또 봐야 할 명저임에 틀림없다. 어떤 일이든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의문이 생길 때 필요한 것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책 읽기의 기본에 해당하는 요소들을 쉽고 논리정연하게 설파하는 이 책은 내 독서 생활의 나침반이 되었다. 2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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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머 J.애들러 / 찰스 반 도렌 공저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원제:How to Read a Book)
멘토. 13,000원